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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먼지 속 절대 영웅, 글래디에이터

글래디에이터. 우리 말로 검투사. 이름부터 용맹하다. 덩치가 제법 큰 녀석이지만 적을 제압하기 위해 움직이는 검투사처럼, 흙먼지 나는 언덕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지프의 픽업트럭 글래디에이터다.

스텔란티스 코리아가 지난 20일 강원도 양양 송전 해변에서 지프 캠프를 진행했다. 지프 캠프는 68년 역사를 가진 오프로드 축제로 미국, 유럽, 호주 등지에서 지프 어드벤처, 지프 잼버리라는 이름으로 열린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4년 동북아시아 최초로 개최됐으며, 올해로 16회째다.

오프로드 코스를 체험할 차로 붉은색 글래디에이터를 만났다. 지프 브랜드의 상징과도 같은 세븐 슬롯 그릴의 디자인은 멀리서도 한눈에 지프임을 각인시킨다.

5,600×1,935×1,800mm의 거대한 사이즈. 바라만 봐도 압도감에 숨이 멎는다. 덩치가 큰 만큼 휠베이스도 3,490mm나 된다. 2열에 착석해도 무릎 앞으로 가늠이 필요 없는 넓은 공간이 있다.

화물 적재 능력도 다른 픽업트럭 대비 뛰어나다. 화물칸 용량이 1,005리터, 최대 적재 무게는 544kg으로 400kg을 적재할 수 있는 경쟁사 픽업트럭 대비 물건을 더 많이 실을 수 있다.

글래디에이터는 국내 시장 유일의 컨버터블 픽업트럭이다. 세 부분으로 구성된 지붕을 쉽게 탈부착 할 수 있고, 앞차창까지 접어 오픈 에어링을 즐길 수 있다. 지붕과 더불어 도어도 탈부착이 가능해, 창문 여닫이 버튼은 센터페시아 하단부에 적용됐다. 8.4인치 터치식 모니터를 통해 주행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모파 가죽으로 마감된 시트는 요동치는 오프로드 주행에서 안정적으로 몸을 잡아준다. 타이어는 앞뒤 모두 LT 255/75R17 오프로드 타이어가 적용됐다.

덩치는 크고 조향 반응은 살짝 묵직하고, 부드럽다. 여성들도 손쉽게 컨트롤 할 수 있을 정도다.

글래디에이터에는 셀렉 스피드 컨트롤 기능이 있다. 4L 상태일 때, 매뉴얼 모드로 전환하면, 차는 부하 없이 자동으로 출발을 한다. 오프로드 코스에서 브레이크 없이 오프로드를 가로지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조향만 신경 쓰면 된다고는 하지만, 길이 5.6미터, 너비 2미터에 육박하는 거구를 조향으로만 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장애물 코스인 웨이브 파크의 난이도는 어려워졌다. 높이 8미터, 경사각 28도의 아찔한 코스. 언덕에 오르는 순간, 몸은 완전히 뒤로 젖혀진다. 전방 유리를 통해 보이는 것은 오로지 하늘뿐. 언덕에 오르는 순간은 마치, 롤러코스터가 정점에서 밑으로 떨어지기 직전의 느낌과도 같다.

올라가면 내려가야 하는 법. 낭떠러지 같은 경사면에 겁을 먹게 된다. 그러나 글래디에이터에 힐 디센트 컨트롤 (Hill Decent Control) 기능이 있다. 빨간 전신 타이즈를 입은 스파이더맨이라도 된 것처럼 가파른 경사면을 천천히 내려온다.

사면코스. 진행요원의 안내에 따라 차를 움직인다. 차는 옆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모니터에는 차량의 기울기가 28도라고 나타내고 있었다. 차가 사면코스에 기울어져 멈춰있는 상태에서 문제 없이 운전석 문이 열리고 닫힌다. 차체가 뒤틀린 상황에서 모노코크 방식의 SUV들 중 일부에서는 문이 안열리거나 제대로 안닫히는 경우가 생기는 데 프레임 방식의 지프는 평지에서처럼 도어 작동이 가능한 것.

계단코스가 있다. 앞바퀴를 계단에 가까이 간 다음에 가속페달을 지그시 밟아주며 넘어가야 하는데, 자신도 모르게 앞바퀴가 닿기 전부터 가속페달을 밟아 차는 통통 튀며 넘어갔다. 계단에서 가속페달을 세게 밟으면, 타이어에 펑크가 나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장애물 지형 다음 산악 주행이 이어졌다. 송전 해변 인근의 해발 222m 정족산 주행이다. 정족산은 민간에 개방이 되지 않는 산이지만, 이번 지프 캠프 기간에만 특별히 개방됐다.

산악 주행에서 글래디에이터는 최고출력 284마력, 최대토크 36kg.m V6 3.6리터 펜타스타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짝을 이뤄 최적의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보여줬다. 붉게 물든 정족산의 단풍 속에서 글래디에이터와 랭글러는 먼지를 일으키며, 폭이 좁은 산길을 기차놀이처럼 움직였다. 서부영화에서 보안관들이 말을 타고, 단체로 달리는 모습처럼 보인다.

장애물 코스와 산악 주행의 일부 코스에서 진땀을 흘렸지만, 지프 캠프의 오프로드 주행은 아드레날린을 분비하는 즐거움을 안겨줬다. 내년 지프캠프는 어떤 모습으로 변모해 있을지 기대가 된다.

이상진 daedusj@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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