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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연두색 번호판은 부의 상징?

2016년 4월, 무늬만 법인차를 가려내기 위한 법인세법 개정이 이뤄졌다. 법인 차량 처리비용이 연간 1,000만 원을 넘지 말아야 하는 것. 만약 처리 비용을 넘길 경우, 운행일지 기록을 상세히 작성해야 한다. 하지만 법적 강제성이 없다. 실효성이 있을 수 없는 이유다.

지난해 롤스로이스는 225대를 판매하며, 4년 연속 신기록을 써내려갔다. 그러나 일반 판매는 고작 20대였고, 나머지 205대, 91%가 법인 판매다. 벤틀리는 506대 중 405대 80%, 람보르기니는 353대 중 300대 84%가 법인 판매였다.

초고가 럭셔리 브랜드의 판매 비중이 80% 이상 압도적인 수치를 나타내고 있는 것. 이와 관련해 차기 정부에서 무늬만 법인차를 가려내기 위해, 연두색 번호판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법인 명의로 구입한 뒤 개인이 사적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연두색 번호판이 새로운 권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져 더 크게 확대하는 역효과를 부를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수억원을 호가하는 고가 럭셔리 차를 법인 명의로 운영하는 입장에서 번호판을 연두색으로 교체하는 것을 두려워할까? 연두색 번호판이 자칫 돈 많은 부자를 상징하는 번호판이 되지는 않을까?

과거 지역별로 다른 번호를 부여하던 시절, 강남을 상징하던 서울 52, 서울 55 번호판은 큰 인기를 누렸다. 연두색 번호판이 그렇게 되지 말란 법은 없다. 연두색 번호판 달려고 초고가 럭셔리 자동차 전시장은 문전성시를 이르게 될지 모른다.

연두색 번호판은 아무 거리낌 없이 초고가 럭셔리 브랜드 차량을 뽑는 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다. 법인 차량의 연간 처리비용을 축소하는 등 법인차의 사적인 사용을 실질적으로 막는 것이 우선이다. 연두색 번호판 하나 단다고 법인차의 사적 사용이 줄어들지는 의문이다.

국민들의 혈세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막으려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기 바란다.

이상진 daedusj@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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