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 품질이 지속적으로 개선되면서 부식 발생 부위 수가 최근 2년 새 30% 감소했음에도 수입차와의 격차는 여전히 2~4배에 달했다. 같은 기간 수입차 부식 발생률도 국산 이상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국산차의 초기품질 만족도가 수입차를 앞지를 정도로 좋아지고 있음에도 내구품질은 여전히 큰 약점이며 그 중에서도 부식 문제는 가장 심각하다.
자동차 조사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는 ‘연례 자동차기획조사’에서 새 차 구입 후 1년 이상 경과한 소비자(국산 2만31명, 수입 2914명)의 부식 발생 경험을 부위별로 묻고 ‘100대 당 부식 발생 수(CPH; Corrosion Per Hundred)’를 산출했다. 보유기간은 1~5년, 6~10년, 11년 이상으로 나눠 시기별 발생 추이도 비교했다.
2021년 국산차 CPH는 사용기간 별로 1~5년은 11건, 6~10년은 27건, 11년 이상은 58건이었다. 5년차까지 10대 중 1대꼴로 발생하던 부식 건수가 6~10년차에서는 4대 중 1대, 11년차를 넘으면 2대 중 1대 이상에서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2019년에 비해 각각 4건(26%), 12건(32%), 24건(29%) 감소한 수치다.
수입차는 1~5년 5건, 6~10년 9건, 11년 이상 14건으로 2019년 대비 각각 3건(37%), 2건(18%), 7건(33%) 감소했다. 국산·수입 모두 상당한 수준의 부식 개선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감소 건수는 국산이 훨씬 많았지만 감소폭은 수입차가 6~10년차를 제외하곤 오히려 더 컸다.
국산 이상으로 수입차의 부식 내구성도 향상된 것이다. 사용기간별로 국산이 수입차보다 1~5년에서는 2.2배, 6~10년에서는 3배, 11년 이상에서는 4.1배 많아 2019년(각각 1.9, 3.5, 3.9배)과 엇비슷했다. 전체 평균으로는 2019년 3.8배에서 올해 3.6배로 다소 줄어들었어도 여전히 큰 차이를 보였다.
국산차 브랜드별 비교에서도 이전과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모든 브랜드, 모든 사용 연차에서 부식발생 건수가 감소했으며 브랜드 별 순위 변동도 크지 않았다. 압도적인 판매 점유율을 차지하는 현대차와 기아가 부식 측면에서는 중견3사에 비해 오히려 열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전과 같았다.
현대차와 기아는 2019년 사용기간별 부식 건수가 거의 비슷했으나 올해는 현대가 기아보다 다소 뒤처지는 모습이다. 현대차는 1~5년 13건(2019년 대비 -4건) ,6~10년 33건(-9건), 11년 이상 60건(-28건)으로 개선됐으며, 기아는 각각 10건(-7건), 28건(-14건), 64건(-23건)으로 더 크게 개선되면서 11년차 이상을 제외하고는 현대차를 앞섰다.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은 국산차 중 부식 측면에서 여전히 강점을 보이고 있다. 르노삼성은 특히 11년 이상 차령에서는 37건으로 국산 브랜드 전체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였다. 다만 1~5년, 6~10년에서는 올해 한국지엠에 역전을 허용했다.
쌍용은 1~5년, 6~10년에서는 현대 기아를 다소 앞섰으나 11년 이상에서 83건으로 국산 모든 브랜드 중 가장 취약했다.
국산차에서 부식이 가장 많이 발생한 부위는 배기통(머플러)으로 전체 사용기간 평균 5.3건에 달했다. 도어(문짝)도 4.5건으로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는 뒷바퀴 펜더와 하체 프레임(각각 3.2건)이었다.
국산차는 올해 초기 품질에서 수입차 평균을 처음 추월하는 등 크게 개선되고 있지만 내구 품질에서는 아직도 많이 뒤졌다.
내구 품질 중에서도 부식 문제는 국산차의 고질적 약점으로, 오랫동안 소비자의 주요 불만사항으로 지적돼 왔다.
최근 수입차와의 발생 건수 차이가 줄어들고 사용 기간이 오래된 차일수록 개선효과가 크다는 점은 국산차 제조사의 장기간에 걸친 노력의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수입과의 차이는 최대 4배 이상이어서 수입차를 따라잡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해 보인다. 부식에 관한 소비자의 오래된 불신을 바로잡는 데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상진 daedusj@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