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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M3, 지고 못 사는 드라이빙 머신

뭐니 뭐니 해도 세로로 확 키운 그릴이 디자인 변화의 포인트다. 호불호가 확연히 갈린다. 생뚱맞은 모습,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게 마련이다. 개성 강한 얼굴, 나름 멋지지 아니한가?

얼굴 뜯어먹고 살 차는 아니다. M이 아닌가. 제대로 만든 고성능 모델에 허락되는 M 배지를 달았다. 지고 못 사는 뜨거운 피가 흐르는 극강의 드라이빙 머신, BMW M3다.

M3는 세단, M4는 쿠페. 같은 파워트레인을 사용하는 두 개의 보디다. 시승차는 M3 컴페티션.

파워트레인이 놀랍다. 510마력. 도대체 이 작은 차에 이 큰 힘을 올려놓았다. 100마력 정도 덜어내도 넘치는 힘일 텐데 굳이 500마력을 넘겼다. 차고 넘치는 힘이다.

힘도 힘이지만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차체의 균형이다. 균형이 어긋나면 고성능은 제힘을 다 쓰지 못한다. M3의 파워트레인과 구동 시스템은 전후좌우의 균형을 가장 이상적으로 완성하고 있다.

트윈파워터보를 적용한 직렬 6기통 가솔린은 정확하게 엔진룸 중앙에 세로로 배치됐다. 여기에 후륜구동이니 스포츠카의 강한 추진력에 더해 앞뒤 균형까지 제대로 잡아준다. 10마력이 제힘을 발휘할 수 있는 건 균형 잡힌 차체가 받쳐주기 때문이다.

보통내기가 아니다. 실내에 들어서면 안다. 흥부네 자식들처럼 운전자의 손길을 기다리는 많은 버튼이 곳곳에 배치됐다. 하나하나 만지고 조작하며 차의 성능을 최대화하거나 내 뜻에 맞추는 재미가 쏠쏠하겠다. 기능 하나하나 알고 있어야 제대로 이 차를 다룰 수 있다.

스티어링 휠에 달린 두 개의 빨간 M 버튼, 변속 레버에 추가된 버튼, M 모드 버튼, 셋업 버튼 등. 다른 차에서는 만나기 힘든 버튼들. 이게 뭐지? 싶을 정도다. 변속 방식도 다르다. 왼쪽 위로 밀어 R, 오른쪽으로 밀어 D/S를 선택한다. M3에선 모든 게 조금씩 다르다.

두 개의 빨간 버튼, M1과 M2는 미리 세팅해둔 값을 불러오는 역할을 한다. 매운 맛과 순한 맛 정도로 미리 정해두고 버튼 한 번으로 원하는 반응을 맛볼 수 있다.

헤드레스트까지 일체화된 스포츠 버킷 시트가 몸을 꽉 잡아준다. 타이트하게 맞춰진 양복 슈트처럼 몸을 꽉 조인다. 심지어 허벅지 사이에 솟은 부분이 있어 다리까지 정해진 위치를 지켜야 한다.

시트는 등 쪽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레이싱용 5점식 벨트를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것. 헬멧을 쓴 채로 이용할 수 있게 헤드레스트는 쿠션 부분을 떼어낼 수 있다.

시동 걸기 전, 큰 호흡. 한숨이다. 이 녀석을 제대로 다룰 수 있을까. 많은 차를 시승하는 입장에서도 참 부담스러운 상대다. 100%는커녕 절반 정도라도 다룰 수 있으면 좋겠다.

잔뜩 기가 눌린 채 시동 버튼을 눌렀다. 스포츠 배기 사운드가 작동하며 울림이 큰 엔진 사운드를 토해낸다. 요란하지는 않아서 더 어렵다.

처음부터 거침없이 내달린다. 단단한 서스펜션이 먼저 다가온다. 시트 포지션이 낮아 속도감은 크다. 저속에서 거친 서스펜션은 점차 속도를 높여가며 안정을 찾아간다. 고속에서 오히려 더 차분해지는 느낌. 전자제어식 어댑티브 M 서스펜션이 기본 적용됐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1,500에 불과했다. 3단까지 기어를 낮추면 5,200rpm으로 치솟는다. 엔진은 박력 있게 반응하며 속도를 순식간에 끌어올린다.

주행보조 시스템은 완성도가 높다.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떼도 차간거리와 차로를 스스로 정확하게 유지한다. 속도를 100km/h 이상으로 올려도 마찬가지. 하지만 어디까지나 운전자를 보조하는 시스템임을 잊어선 안 된다. 운전은 운전자의 몫. 운전하는 재미에 타는 차를 주행보조 시스템에 의지하는 건 뭔가 안 어울린다. 시야가 안 좋거나 야간 운전할 때 도움을 받는 정도로 사용하는 게 어울리겠다.

후진 보조 시스템도 마찬가지. 50m가량을 진행했던 그대로 차 스스로 후진하는 시스템인데 이 정도 고성능 차를 다루는 운전자가 후진 때문에 차의 도움을 받는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이 차에선 빼도 좋겠다.

엔진 사운드는 바람 소리에 지지 않는다. 끝까지 존재감을 드러내는 소리를 울려준다. 스포츠 배기 시스템을 더하면 금상첨화다. 도로 끝으로 빨려 들어가는 무아지경을 느끼게 된다.

시속 100km에서 강한 제동도 가볍게 받아낸다. 몸무게를 오른발에 실어 부서져라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지만 사뿐하게 멈춘다. 차체는 잠깐 숙여지는가 싶더니 이내 수평을 유지했다. 안전띠는 되감겼다가 제동이 마무리되면서 바로 풀렸고 비상등도 급제동과 동시에 작동했다.

주행 모드는 로드와 스포츠 모드에 더해 트랙 모드까지 있다. 트랙 모드를 켜면 공공 도로에서 사용하지 말라는 경고가 함께 뜬다. 자동차 전용 트랙에서만 사용하라는 의미다.

속도 끌어올려 빠르게 코너에 진입했다. 앞뒤는 물론 좌우 균형까지 잘 잡힌, 도로에 바짝 붙은 낮은 차체로 평소보다 더 빠른 속도다. 스티어링휠을 돌리니 뒷바퀴가 살짝 미끄러진다. 코너 중간에서 조금 더 가속하며 마무리했다. 짜릿한 코너링이 재미있다.

셋업 모드에서 DSC를 완전히 끄면 M 다이내믹 모드가 되는 데 드리프트가 가능하게 된다. 스포츠 드라이빙의 끝판왕이랄 수 있는 드리프트까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것. 하지만 실력도 모자라고 공도 상에서는 무리여서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서킷에 올라가면 더 재미있게 이 차를 즐길 수 있겠다.

공도 상에서 이 차를 100% 즐기기는 무리다. 워낙 많은 기능과 높은 성능을 갖춘 차여서 운전자의 절제가 필요하다. 도로를 달리며 이런저런 유혹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원 없이 즐기는 폭풍 질주는 트랙에서 누리는 게 맞겠다. 그런 면에서 M3는 공도 기준에서 볼 때 오버스팩인 셈이다. 차고 넘치는 힘, 너무 과한 기능을 품고 있는 드라이빙 머신이다.

GPS 계측기를 사용해 0-100km 가속 테스트를 했다. 510마력, 공차중량 1,755kg으로 마력당 무게는 3.44kg이다. BMW가 밝히는 M3의 0-100km/h 가속 시간은 3.9초, 시속 200km까지는 12.5초다. 8차례 직접 측정한 결과는 평균 5.06초, 평균 가속 거리는 65.99m였다. 가장 빠른 기록은 4.66초, 60.7m로 측정됐다.

M3에 연비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짜릿하고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을 위해서라면 연비는 무시해도 좋은 차다. 공인 복합 연비는 8.3km/L. 그리 좋다고 할 수 없는 연비 수준이지만 그렇다고 연비가 M3의 문제라고 지적할 수는 없다.

그래도 어느 정도 연비일까. 늘 달리는 파주-서울간 약 55km를 M3에는 어울리지 않게 아주 차분한 경제운전으로 달려 실주행 연비를 체크했다. 계기판이 알려준 최종 결과는 이랬다. 주행거리 56.2km, 평균속도 49.5km/h, 평균 연비 13.3km/L. 두 자릿수 연비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그 이상이었다.

천하의 M3도 이런 연비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직접 증명하고 있다. 물론 질문은 남는다. 그렇게 탈 거면 M3를 왜 타?

오종훈의 단도직입
승하차가 불편하다. 극한적인 고성능을 추구하는 스포츠카에서는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 시트 높이가 낮은데다 버킷 시트여서 오르내릴 때마다 다리가 걸린다. 몸을 낮추고 다리를 바짝 들어올려야 한다.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다.

스티어링휠 조절, 즉 틸트 & 텔레스코픽은 수동이다. 전동식이 아니어서 레버를 젖혀 손으로 조절해야 한다. 크게 불편하지는 않지만 1억 2,170만원이라는 가격에 어울리는 방식은 아니다. 맨 철판이 드러난 트렁크 천장도 마찬가지. 비싼 차인데 별것 아닌 부분에서 너무 아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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