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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308 GT팩, 가격 묶고 ADAS 풀고

가격은 묶고 안전 및 편의장비는 늘렸다.

푸조 308GT 팩이다. 308 GT 라인의 2021년형 모델이다. 3,490만원으로 이전 가격 그대로 유지하는 한편 다양한 주행 및 안전 편의장비를 기본 장착했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차선이탈방지 어시스트,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 충돌위험 경고, 하이빔 어시스트, 사각지대 경고, 제한 속도 인식 및 권장 속도 표시, 운전자 주의 경고 등이다.

푸조 308, 국내에는 2014년 출시한 뒤 2018년 부분 변경 모델로 업그레이드됐고 다시 2021년형 GT 팩으로 상품성을 높였다. 푸조의 대표적인 해치백 모델로 2014년에는 유럽 올해의 차에 선정됐던 차다.

푸조의 자랑 i콕핏 디자인이다. 작은 D 컷 스티어링휠, 높게 배치한 계기판이 특징. 스티어링 휠 사이로 계기판이 보이는 게 아니다. 그 위로 보인다. 자연스럽게 앞을 보면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없어도 계기판을 통해 주행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계기판은 10인치 모니터를 사용했다. 깨끗하고 선명한 화면에 다양한 그래픽으로 정보를 표시한다. 계기판 디자인도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센터페시아에는 8인치 터치스크린이 배치됐다. 옵션 적용되는 내비게이션이 시승차에는 없었다. 안드로이드 오토 혹은 애플 카플레이를 이용하면 된다.

가죽 시트 가운데는 스웨이드 가죽으로 마감했다. 시트와 몸의 밀착감이 크다. 운전석에는 마사지 기능이 있는데 시트가 숨 쉬는 느낌이다. 아빠 배 위에 올라간 아기의 느낌이 이럴까. 시트는 부풀었다 줄어들기를 반복한다. 덕분에 운전자는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다. 장거리 운전할 때 특히 유용하겠다.

아침 기온 영하 10도를 가리키는 날씨에 시승을 시작했다. 계기판 예열 경고등이 꺼지고 시동을 켰다. 일발 시동. 강추위 속에 단 한 번으로 시동이 걸린다.

1.5 디젤 엔진과 전자제어식 8단 자동변속기(EAT8)를 사용해 131마력, 30.61kgm의 힘을 낸다. 공차중량이 1,435kg으로 마력당 무게비가 10km를 넘어간다. 숫자상으로는 빠듯한 힘이지만 실제로 달려 보면 그리 부족하지 않은 딱 좋은 힘이다. GPS 계측기를 달고 직접 달리며 측정해본 0-100km/h 가속 시간은 10.23초가 가장 빨랐다. 힘을 순발력 있게 쓰기보다 꾸준히 힘을 모아 차근차근 속도를 높이는 스타일이다.

중저속 구간에서는 편안하고 안정된 자세를 유지한다. 고속 주행에서도 비교적 안정된 자세를 유지하지만 아주 빠른 속도로 접어들면 진폭이 점차 확대되는 느낌이다. 이를 탓할 수는 없다. 131마력의 힘으로 그 속도까지 달릴 수 있다는 게 대견한 일이다. 앞에 맥퍼슨 스트럿, 뒤에 토션 빔 방식의 서스펜션, 225/40R18 사이즈의 타이어를 신고 앞바퀴굴림으로 달린다.

코너를 빠르게 돌아나갈 때는 도중에 두세 번 더 가속을 시도할 만큼 재미있게 코너링을 즐길 수 있었다. 뒷타이어의 그립이 살짝 부족한 감이 있었지만, 한계속도까지는 제법 여유가 있어 적극적인 조향을 해도 여유 있게 받아준다.

시속 100km에서 강하게 제동을 걸어 정지했다. 앞이 기우는가 싶더니 금세 수평을 유지하며 제동을 마무리했다. 제동 반응은 처음과 끝이 비슷하다. 제동과 조향을 함께 시도해도 운전자의 의도에 벗어나지 않고 잘 따라줬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이탈방지장치(LKA)의 조합은 반자율 운전을 만족스럽게 해낸다. LKA는 차선을 밟을 때 안으로 밀어 넣어주는 느낌이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 차선 근처에 가서 조향이 개입한다. 속도를 높여도 대체로 정확하게 작동하고 있어서 믿을 만한 운전 파트너라 할 수 있겠다. 이런 ADAS 시스템은 특히 밤에 운전할 때 도움이 된다. 시야가 제한되는 만큼 운전자가 미처 챙겨보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때 도움을 준다. 하지만 보조장치일 뿐이다. 믿고 맡겨서는 안 된다.

파주 – 서울간 55km를 달리며 실제 연비를 살펴봤다. 공인 복합 연비는 15.1km/L. 영하의 날씨여서 “에코 모드가 제한된다”는 알림이 뜬다. 추운 날씨 탓에 엔진 오토스탑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목적지에 도착하는 순간 트랩 미터가 알려준 연비는 27/7km/L. 혹한기 최악의 날씨에 이 정도 연비를 보였다. 봄가을이었다면 훨씬 더 좋은 상황에서 더 좋은 연비를 만날 수 있었겠다.

가속페달은 킥다운 버튼 없이 끝까지 한 번에 밟힌다. 시속 100에서 8단을 유지하면 rpm은 1,500을 유지한다. 같은 속도를 유지하면 4단 3,500rpm 구간까지 커버한다.

경쟁 모델로는 BMW 118d, 벤츠 A200 등을 고려할 수 있겠다. 308 GT 팩이 더 넓고 높은 체격을 가졌고 연비와 가격 면에서도 유리한 면이 있다.

무난하고 합리적인 수입차다. 1.5 디젤 엔진에서 만들어내는 131마력의 힘, 그리 강한 힘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부족하지도 않다. 308을 움직이기에 딱 좋은 ‘저스트 파워’다. ADAS 시스템이 보강됐지만 가격 변동은 없다. 좀 더 안전하고 편하게, 그리고 합리적으로 차를 누릴 수 있다.

보내온 자료에는 2014년에 유럽 올해의 차를 수상했던 차임을 강조하고 있다. 화려한 수상 실적은 벌써 7년이 지난 얘기다. 개인적으로는 그즈음 제네바에서 308을 첫 대면했던 기억이 있다. “라떼는 말이야” 과거를 소환하는 추억은 잠시 흥미롭지만, “그래서 지금은?”이라는 질문 앞에선 어색한 미소를 지을 뿐이다. 지금이 자랑스럽다면 왕년을 추억할 겨를이 없다.

공교롭게도 시승을 전후해 ‘스텔란티스’의 출범을 알리는 소식이 들려왔다. PSA그룹과 FCA가 스텔란티스라는 이름으로 공식 합병을 마무리하고 올 1분기에 출범한다는 얘기다. 그렇게 세상은 또 빠르게 변하고 있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시트는 전동식이 아니다. 수동식이면 레버를 젖혀 한 번에 등받이를 누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 또한 아니다. 시트 바깥쪽 안으로 깊숙하게 손을 넣어 둥근 레버를 부지런히 돌려야 시트가 한 칸씩 넘어간다. 불편하다. 전동시트가 아니더라도 등받이 조절은 레버를 젖혀 한 번에 누일 수 있으면 좋겠다. 실내는 자잘한 노면 소음, 바람 소리가 낮게 들어온다. 조용한 실내와는 거리가 있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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