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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와 애플, 손 잡을까?

애플이 현대차에 협력을 제안했다는 소식에 현대차는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 개발 협력 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 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식시장이 뜨겁게 반응했다. 소식이 알려지자 당장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가는 20% 치솟았다.

시장 분석은 두 갈래다.

먼저 위탁생산이다. 애플이 설계한 차를 현대차가 생산한다는 시나리오. 이대로라면 현대차가 만든 차에 애플 엠블럼을 달고 판매하게 된다. 이는 생산 시설이 없는 엔비디아, 애플 같은 팹리스 업체들이 삼성전자나 TSMC 같은 파운드리 업체에 생산을 맡기는 반도체 산업과 유사한 방식이다.

애플은 아이폰 생산을 대만의 폭스콘에 위탁하고 있다. 자동차도 비슷한 방식으로 공급할 것이란 예측이다. 애플이 자동차를 만들게 되면 중국 자동차 업체에 위탁 생산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애플은 한국의 현대차에 협력을 제안했다. 현대차가 미국에 공장을 갖고 있고 기술 수준도 높다는 점을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자동차 사업을 시작한다면 아이폰의 경우와 달리 탈 중국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가능하다.

위탁생산을 현대차는 받아들일까. 개발과 설계에 관여하지 않는 단순한 위탁생산이라면 현대차로서는 굳이 이를 받아들일 이유는 없을 듯하다. 이미 세계 5위 자동차 메이커의 위상을 가진 현대차가 후발 업체의 생산을 대행해줄 이유는 없어 보인다. 굳이 해야 할 이유를 찾는다면 ‘안정적인 물량확보’ 정도일 것이다.

공동 개발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현대차가 생산하고 일부는 애플 엠블럼, 일부는 현대차 엠블럼을 달고 판매하게 된다. 세계적인 IT 기업인 애플과 자율주행 전기자동차를 공동개발한다는 것은 차세대 자동차 산업의 리더의 입지를 구축할 수 있는 확실한 발판이 된다. 이미 자동차는 ‘모바일 디바이스’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다양한 IT, 디지털 기술이 차근차근 접목되고 있다. 운전자의 역할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제한된 공간이었던 자동차 실내는 커넥티드 기술을 통해 외부와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있다. 기계산업의 한계를 IT 기술이 뛰어넘고 있다. 현대차와 애플의 협업이 이뤄진다면 기대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

몇 가지 주목할 부분이 있다. 현대차는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제안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제안해온 기업이 애플 외에도 더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다수의 선택지를 갖고 있다면 좀 더 좋은 선택을 위해 심사숙고할 필요는 있겠다. 어디서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업체가 애플뿐일까? 분명한 것은 자율주행차를 개발해온 업체들이 이제 생산 시설을 고민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업체 간 합종연횡의 실체가 차근차근 드러날 것이다.

현대차는 어떤 선택을 할까. 애플은 어떤 그림을 그릴까. 자율주행 전기차의 등장이 그리 멀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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