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가 스팅어를 상품성 개선모델로 교체했다. 스팅어 마이스터다. 2017년 첫 등장 했으니 3년 만의 첫 변화다. 엔진 라인업을 일부 조정하고 디자인 일부를 손본 새로운 모습으로 변했다. 첨단 편의 및 안전 사양도 보강했다.
2.2 디젤 엔진은 빼고 두 개의 가솔린 엔진으로 정리했다. 2.0 가솔린 터보는 2.5 터보로 교체됐고, 3.3 터보는 출력을 조금 더 높였다.
역동적이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이나 어디에도 기아 엠블럼은 없다. 계급장 떼고 실력으로 보여주겠다는 여전한 의지다. 한국을 대표하는 고성능 GT카로서의 면모를 강조하려는 의지를 읽는다.
시승차는 2.5 가솔린 터보 AWD 트림. 스마트스트림 G2.5 T-GDI 엔진이다. 포트 분사와 직분사를 혼합한 스마트 스트림 엔진은 304마력의 힘으로 공차중량 1,845kg의 무게를 끌고 달린다. 4,830×1,870×1,400mm 크기에 휠베이스는 2,905mm. 사이즈는 그대로다. 앞에 225/40 R19, 뒤에 255/35 R19 사이즈의 타이어를 착용했다.
뒷좌석 공간은 넉넉하다. 평소에는 중형세단처럼 패미리카로 사용해도 좋겠다. 센터터널이 벽처럼 솟아 있어 공간을 제약하기는 하지만, 어차피 뒷좌석 가운데 자리의 의미는 크지 않다. 퀼트 무늬를 넣은 가죽시트가 많은 것을 말한다. 고급, 정성, 편안함 등등. 비상 상황에서 즉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SOS 버튼도 있다. 반가운 버튼이다.
편의 및 안전 장비도 많이 보강됐다. 결재 시스템인 ‘기아 페이’가 내비게이션 모니터 안으로 들어왔고 차 주변을 살펴볼 수 있는 ‘리모트 360도 뷰’도 지원된다. 내 차 위치를 다른 이들과 공유할 수 있고 10.25인치 UVO 내비게이션은 무선 업데이트된다.
차로 유지 보조, 고속도로 주행보조, 내비게이션 기반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전방 충돌 방지 보조, 안전 하차 경고 등이 있다.
스티어링휠은 2.2회전 한다. 예민한 조향 반응을 감안한 락투락 조향비다. 차 높이가 1,400mm로 낮은 편이다. 그만큼 무게중심도 낮아진다. AWD는 앞뒤 무게 균형까지 맞췄고, 휠베이스로 넓은 편이라 높은 주행안정감을 기대할 수 있다.
서스펜션은 딱딱한 편. 복싱 글러브보다 조금 더 아픈 격투기 글러브 같다. 노면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길, 타이어와 서스펜션을 통해 노면 느낌이 그대로 전해온다. 커스텀, 스포츠, 컴포트, 에코, 스마트 5개 주행모드를 갖췄다. 스포츠 모드를 택해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아주 듣기 좋은 엔진 사운드가 반긴다. 소리가 먼저 달린다. 중독성이 있는 소리다. 그 소리를 들으려 자꾸 페달을 깊게 밟고 시프트 다운을 하게 된다. 액티브 사운드 시스템으로 잘 만져진 소리다. 엔진 자체 소리에 더해서 엑티브 사운드 시스템이 보완해준 소리를 듣게 되는 것.
엔진을 조율하는 건 8단 자동변속기다. 시속 100km에서 8단 1,500rpm, 3단 4,000rpm 구간을 커버한다. 비단길처럼 편안하게, 거친 호흡으로 몰아치는 주행을 선택해서 즐길 수 있다.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은 후륜구동 기반이다. 여기에 좌우 바퀴의 회전 차이를 줄여주는 차동제한장치를 기본적용했다. 덕분에 코너에서 한계속도가 높고, 차체의 안정감도 뛰어나다. 뒷차축에도 구동 시스템이 있어 앞뒤 무게 균형을 맞춰준다. 전륜구동이나 후륜구동 이에 비해서 주행 질감이 우수한 이유다.
304마력, 43kgm의 토크를 확보했다. 일상 주행에서 즐기기에 딱 좋은 성능이다. 슈퍼카 수준으로 강한 힘은 일반 운전자에겐 부담스러울 수 있다. 300마력 정도가 오히려 다루기 편한 고성능이다. 373마력인 3.3 터보엔진이 훨씬 더 강한 힘이지만 304마력으로도 충분히 고성능을 누릴 수 있다.
시속 90~100km 정도 속도에서 노면 소음은 어느 정도 올라온다. 조용하다고 할 수 없는 실내다. 늘씬한 디자인이 공기저항을 잘 피하고 있다. 고속에서 노면 소음은 들어오는데 바람 소리가 크지 않다. 체감 속도와 실제 속도 차이가 크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그 차이가 커진다.
기아차의 주행지원 시스템인 ’드라이브 와이즈‘는 수준 높은 반자율운전을 구현한다. 앞뒤로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좌우로 차로이탈 방지장치가 작동한다. 차간거리를 확보하고 차로 중앙을 유지하며 숙련된 드라이버처럼 차를 조종한다. 어지간한 초보운전자보다 잘하는 운전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있어서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고 운전에 몰입할 수 있다. 운전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를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통해 얻을 수 있다.
노면이 약간 젖은 구간에서 시속 100km에서 급제동을 했다. 완전히 정지할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 전강후약, 첫 반응은 아주 강하고 이후 약간 느려지는 제동 반응을 보인다. 비상등은 스스로 작동하는데 안전띠는 아무 반응이 없다. 비상 상황에선 승객의 몸을 미리 잡아 고정해주는 프리텐셔너 기능이 있는 게 좋겠다.
고속코너에서 스팅어의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사륜구동 시스템, 전자식 서스펜션이 높은 수준에서 차의 안정감을 확보한다. 불안하기보다 재미있다. 코너링 도중에 좀 더 과감한 엑셀링과 스티어링 조작을 해볼 정도다. 기대를 뛰어넘는 120% 정도의 반응이다.
시속 100km 가속 테스트에 나섰다. 304마력, 1,770kg, 마력당 무게비 5.8kg이니 6초 전후의 기록을 기대할 수 있겠다. 스팅어는 런치 콘트롤이 가능하다. ESC를 완전히 끄고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같이 밟으면 rpm이 3,000에 고정된다. 이때 브레이크를 떼면 된다.
젖은 노면이라 초반에 휠 슬립이 잠깐 일어나고 바로 강한 가속으로 이어갔다. 가속 초반부터 아주 강한 힘을 느낄 수 있다. 변속이 일어나면서 잡혀있던 몸이 풀려나듯 툭 풀리면서 더 강한 가속을 이어간다. 3차례 테스트 중 최고기록은 6.19초.
파주-서울 구간에서 연비테스트를 했다. 고성능을 추구하는 GT카지만 연비를 아예 무시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에어컨을 켜고 에코 모드로 주행했다. 행주대교 북단에서 15.2km/L, 이수교차로 진출로에서 14.4km/L, 목적지인 양재 IC 인근 시승 거점에서 13.5km/L를 기록했다. 공인복합 연비는 10km/L.
잘 달린다. 일반 드라이버들이 즐기기에는 2.5 터보가 딱 좋다. 안정적이고 단단한 서스펜션과 AWD가 받쳐주는 안정적인 고성능을 만나게 된다. 한국형 GT카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영혼이 자유로운 이들에게 좋은 상대가 되겠다. 스팅어를 타고 일상탈출. 생각만 해도 좋다.
판매가격은 3,835만 원부터다. 2.5 가솔린 터보 플래티넘이 3,853만 원, 마스터즈 4,197만 원, 3.3 터보는 4,643만 원부터다. 퍼포먼스(191만 원), 모니터링(172만 원), 렉시콘 프리미엄 사운드(118만 원), AWD(245만 원) 와이드 선루프(79만 원), 스웨이드 컬렉션(49만 원) 등의 패키지 옵션을 더해 풀옵션을 장착한 최고 가격은 5,497만 원에 이른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조수석 차창 내려줘, 더워, 추워, 심지어 ’엉따‘ 등 다양한 명령에 똑똑하게 대응하는 카카오i 연동 음성인식시스템은 디테일한 부분을 조금 더 보완하면 좋겠다. “실내 온도 19도’라는 주문에 주변 날씨를 알려주는 엉뚱한 대답을 한다. 차라리 못한다고 하면 좋겠는데 다 아는 듯한 억지 답변이 안쓰럽다.
소음 대책도 보강할 필요가 있다. 80km/h 전후의 일상 주행 영역에서도 자잘한 잡소리가 실내로 파고든다. 더 조용했으면 좋겠다. 뒷좌석 머리 윗공간은 빠듯하다. 여유 공간이 거의 없어 키가 큰 사람이 앉기엔 불편할 수도 있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