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지를 타고 섬 속의 섬, 우도를 달렸다.
우도는 제주도 성산포 앞에 있는 섬이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성산포와 마주 보는 우도는 뭍과는 딴 세상이다. 트위지를 비롯한 초소형 전기차, 전기 삼륜차, 사발이로 불리는 사륜 바이크 등 천여 대가 좁은 섬을 누빈다. 그 사이를 비집고 자전거, 전기자전거가 달린다. 좁은 해안도로를 따라 그 많은 ‘탈 것’들이 움직이는 모습은 장관이다.
트위지는 그중 가장 고급차다. 뭍에서는 큰 차들 사이에서 구박받을지 몰라도, 작은 차들의 천국인 우도에서는 단연 돋보인다. 2,370×1,237×1,454mm에 휠베이스는 1,686mm로 아주 작은 사이즈다. 작지만 그래도 자동차다. 강판 프레임에 당당히 네 바퀴를 가졌고, 에어백에 디스크 브레이크를 장착해 자동차로써 필요한 최소한의 안전장비를 갖췄다. 만에 하나 사고를 당해도 자동차 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다.
13kW 전기모터로 1회 충전 주행거리는 55km다. 우도 해안도로를 서너 번 왕복하며 달려도 배터리가 남아돌 정도다. 가정용 콘센트에 3시간 반 정도 꽂아놓으면 100% 완충된다. 두 시간 반이면 80%를 채운다.
최고출력 17.1마력이라는 숫자는 약해 보일지 몰라도 실제로 가속 페달을 밟아보면 80km/h까지 시원하게 달려준다. 공차 중량 495kg을 끌고 바닷가 해안도를 달리는 상쾌함은 머릿속의 스트레스를 다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속도를 낸 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회생 제동 시스템이 작동하며 배터리에 전기를 채워 넣는다. 영리하게 전략적으로 운전하면 기대보다 조금 더 먼 거리까지 달릴 수 있다.
작지만 후륜구동이다. 뒤에 자리한 전기모터가 구동축을 움직이며 밀고 달리는 느낌이 재미있다. 어느 정도 흔들림은 각오해야 한다. 우도의 도로 상태도 썩 좋지는 않아서 승용차 수준의 편안함을 기대해선 안 된다.
대신 유유자적 천천히 달리며 세상을 구경하는 한가로움을 즐기기엔 더없이 좋다. 한라산을 배경으로 성산포와 일출봉을 바라보며 움직이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차창이 없어 바람은 차 안팎을 구분하지 않고 무시로 드나든다. 필요하다면 벨트로 타입으로 고정하는 차창을 추가 장착할 방법은 있다.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열리는 시저 도어는 멋도 멋이지만 좁은 공간에서 문 여는 부담을 확 줄여준다. 일반 승용차 한 대 주차하는 공간에 3대를 세울 수 있다는 것도 장점. 대시보드 오른쪽 글로브 박스는 열쇠로 잠글 수 있어 중요한 물건을 넣어둘 수 있다.
작은 섬은 작은 차들의 ‘위험한 천국’이었다. 관광객들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가끔 제멋대로 달리는 이들도 있어서다. 우측으로 추월하기도 하고, 자전거가 차를 앞지르기도 한다. 코너에서 도로 중앙을 넘어서는 경우는 다반사였다.
80 km/h 까지 속도를 낼 수 있지만, 좁은 섬에 함께 달리는 작은 차들이 많아 제대로 속도를 낼 수는 없었다. 운전이 미숙한 이들도 많아 사고가 날 뻔한 상황을 서너 번씩이나 마주할 만큼 교통상황은 좋지 않다. 행여 우도에서 차를 빌릴 경우 보험 가입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성산포로 향하는 마지막 배가 떠난 뒤 섬은 조용해지고 도로는 텅 빈다. 속도를 내며 달릴 수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풍광에 취하다 보면 속도를 낼 필요를 못 느낀다. 다른 차들에 시달리지 않고 한적하고 여유롭게 섬을 즐기고 싶다면, 하룻밤 섬에서 자는 게 좋다. 배가 들어오기 전, 그리고 마지막 배가 떠난 뒤 우도는 비로소 조용해진다. 다른 세상으로 변하는 우도의 속살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다.
트위지는 두 개 트림으로 판매 중이다. 1,330만 원짜리 라이프, 1,430만 원짜리 인텐스다. 정부 보조금 400만 원과 각 지자체 보조금이 더해진다. 서울시는 250만 원, 제주도는 400만 원을 구매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제주도에서라면 인텐스를 630만 원에 살 수 있다. 제법 매력 있는 가격이 아닐 수 없다.
온전한 승용차로 멀리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이들에겐 아무래도 무리다. 하지만 50km 정도의 범위에서 유유자적하며 움직인다면 트위지도 괜찮은 대안이 아닐까. 작은 섬 우도에서 최고의 차로 인정받는 이유다. 대도시에서는 몇몇 배달 업체에서 트위지를 사용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배달용으로도 쓰임새가 많다는 의미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차창이 없고, 에어컨도 없다. 히터도 없다. 비바람이 불거나 눈이 내릴 땐 난감해진다. 도난 위험도 크다. 잠금장치가 있는 글로브 박스가 있기는 하지만, 그 안에 넣을 수 없는 큰 짐은 차 안에 두고 내릴 수 없다. 제대로 된 차창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향후 모델 변경 기회가 있을 때, 차창이 있는 모델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