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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 캡처, 조용한 파워로 취향저격

QM3는 가고 캡처가 왔다. 단순한 모델 변경 이상의 의미가 있다. 브랜드도 바꿨다. 르노삼성차에서 점차 삼성의 그림자가 옅어지고 있다.

캡처는 프랑스 르노의 역작이다. 2013년 유럽에서 처음 선보인 이후 한국을 포함해 70개국에서 150만대가 팔려나갔다. 이미 유럽 시장에서 검증을 끝낸 셈이다. 어쩌면 르노의 승부수일지도 모르겠다.

덩치가 커졌다. 길이를 105mm나 늘였다. 소형 SUB에서 100mm 이상 키운다는 건 대단한 결단이다. 너비도 1,800mm로 20mm가 넓어졌다. 차급을 뛰어 넘을 정도의 몸이다. 높이는 1,580mm, 휠베이스는 2,640mm다.

투톤 컬러를 적용해 발랄한 이미지를 완성했다. A 필러를 거쳐 사이드 미러까지 루프 컬러를 적용했다.

플라잉 콘솔에 공중에 떠 있는 듯 배치한 전자식 변속기는 가볍게 조작할 수 있다. P 버튼을 별도로 분리했다. 그 아래 빈 공간은 별도의 수납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글로브 박스는 서랍처럼 열린다. 물건이 쏟아질 염려가 없다.

계기판은 10.25인치 TFT 클러스터로 구성했다. T맵과 연동해 계기판에 지도를 띄울 수 있다. 출력과 토크, 연비 등 필요한 주요 정보를 한꺼번에 보면서 운전할 수 있다.

9.3인치 내비게이션 모니터는 세로형 터치스크린이다. 센터페시아에 우뚝 솟은 것처럼 돌출시켰다. 은은한 실내조명, 앰비언트 라이트는 모두 8개 컬러를 제공한다.

뒷좌석 공간은 여유가 넘친다. SUV여서 머리 윗공간은 걱정할 필요 없는 데다, 2열 시트는 앞뒤로 16cm를 움직일 수 있다. 최대한 뒤로 밀면 무릎 앞으로 주먹 두 개가 들어가고도 남는 공간을 만나다. 중형 못지않은 공간이 된다. 앞으로 바짝 밀면 무릎이 앞 시트에 닿을 정도지만, 그만큼 트렁크 공간을 넓게 확보할 수 있다. 또한, 뒷 시트를 접으면 트렁크 공간은 더 넓어진다.

트렁크에도 시트를 슬라이딩시킬 수 있는 손잡이가 있다. 트렁크는 바닥판을 위아래로 옮겨 2층 구조로 만들 수 있다. 더 깊은 하나의 공간, 혹은 위아래로 분리된 두 개의 공간으로 구성할 수 있다.

캡처는 1.3 가솔린 엔진과 1.5 디젤 엔진을 사용한다. 시승차는 1.3 가솔린 엔진을 얹은 TCe 260 에디션 파리 트림이다. 판매가격은 2,748만 원. 대부분의 편의 장비들이 기본 적용되어 있다. 스페인 공장에서 만들어 들여오는 수입차여서 국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많지는 않다.

1.3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은 152마력의 힘을 낸다. 리터당 100마력을 뛰어넘는 출력을 만들 만큼 효율이 높은 엔진이다. 다임러그룹과 함께 개발한 엔진이다. 같은 엔진이 벤츠 A 클래스에도 적용된다. QM3의 조금 부족한 힘은 이제 잊어도 좋겠다. 152마력의 힘은 공차중량 1,325kg인 차체를 가볍게 끌고 달린다. 차고 넘치는 힘은 아니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가속감을 갖췄다. 고속주행까지 거뜬히 달린다.

배기량의 한계를 뛰어넘은 엔진이다. 배기량이 넉넉하지 않은 엔진에 빠른 가속을 재촉하면 힘겨워하게 마련인데, 의외로 여유롭다. 엔진 사운드도 억지로 쥐어짜는 소리가 아니다. 고속주행까지 힘차게 달린다.

시속 100km에서 1,700rpm을 보인다. 엔진 회전수가 조금 높다 싶은 건, 엔진 배기량이 적어서다.

NVH는 성공적이다. 차체 하부를 커버로 완전히 덮은 풀 언더커버를 적용한 결과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주행 조건에 따라 열리고 닫히는 액티브 셔터 그릴이다. 공기저항과 바람 소리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타이어 마찰음, 돌이 튀는 소리, 이런저런 잡소리를 잘 막아내고 있다. 중저속 구간은 물론, 빠른 속도에서도 거슬리는 잡소리를 효과적으로 걸러냈다. 차급에 비해 월등히 우수한 소음 수준이다.

맥퍼슨 스트럿, 토션빔 서스펜션을 적용했다. 타이어는 215/55 R18 사이즈다. 와인딩 로드를 이리저리 굽어 달리는데 흔들림이 과하지 않다. 서스펜션과 타이어가 차체를 제대로 지지해주고 있다. 서킷에서 차를 집어 던지는 정도로 거칠게 다루는 게 아니라면 토션빔이라고 아쉬울 건 없겠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은 차간 거리를 3단계로 조절한다. 앞차와의 거리를 시간 거리로 계기판에 표시해준다. 차선이탈방지 장치(LKA)는 조향에 개입하며 차선을 유지하도록 돕는데, 가끔 힘없이 차선을 넘어가 버리기도 한다. 믿고 맡기기보다 도움을 받는 기분으로 활용하는 게 좋겠다. 차선을 밟을 때 스티어링휠을 통해 진동을 전한다. 경고의 의미다.

SOS 버튼이 반갑다. 차 안에 혼자 있어도 혼자가 아님을 말해주는 버튼이다. 긴급 상황에서 간단히 버튼 한 번 누르면 콜센터와 연결돼 필요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18인치 타이어를 적용했을 때 연비는 13.0km/L다. 17인치 타이어를 쓰면 13.5km/L다.

필요한 편의 장비들이 대부분 기본 적용됐다. 국내에서 옵션으로 추가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

캡처의 판매가격은 2.413만 원~2,748만 원까지다. 3,000만 원 미만 가격에 살 수 있는 수입 SUV다. 수입차지만 르노삼성의 AS 네크워크를 이용하게 된다. 국산차처럼 탈 수 있는 수입차다. 수입차의 진입장벽을 크게 낮추는 차라고도 할 수 있겠다. 경계를 파고들어 영토를 넓히는 게 캡처의 노림수가 아닐지 모르겠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제품 전략. 직전에 출시한 XM3와 판매 간섭을 어떻게 피할 것인가. 소형 SUV 시장에서 자사 모델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인 것. 르노삼성차로선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일 것이다. 파워트레인, 가격, 크기 등에서 같거나 겹치거나 비슷한 두 차종을 두고 고민하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 둘 다 살아남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불쑥 솟아오른 돌출형 내비게이션은 안전은 둘째치고, 디자인 면으로도 좋아 보이진 않는다. 인테리어에 녹아 들어가는 모습이 아니다. 튄다. 좀 더 멋스럽게 녹아드는 안전한 디자인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선루프는 없다. 옵션으로도 선택할 수 없다. 크게 아쉬울 건 없지만, 꼭 필요한 소비자들을 위해서 적용할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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