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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은 화창했고 수프라는 화끈했다.

봄이 절정일 때 토요타 GR 수프라를 만났다.

수프라는 BMW Z4와 쌍둥이다. 두 회사가 손잡고 공동개발한 파워트레인으로 수프라와 Z4가 만들어졌다. 토요타의 가주 레이싱팀이 파워트레인 이외의 부분을 마무리해 수프라를 완성했다. 수프라와 Z4는 오스트리아의 마그나슈타이어 공장에서 같이 만든다.

자동차 산업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스포츠카는 많이 팔리는 차가 아니다. 틈새시장에서 소수의 마니아를 공략하는 차종이어서다. 하지만 개발비는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스포츠카를 범용 부품을 조합해 뚝딱 만들어낼 수 없는 차여서다. 개발비는 더 들어가는 데 많이 팔기는 힘든 스포츠카를, 두 회사가 손잡고 만든 것.

토요타의 입장에선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수프라는 지난 2002년 단종됐던 차다. 17년의 공백을 깨고 다시 이 차를 만든 데에는 프리우스로 대표되는 하이브리드자동차가 있다. 연비 좋은 하이브리드차 덕분에 기업 평균연비 걱정하지 않고 단종됐던 스포츠카를 다시 만들 수 있게 됐다. 프리우스가 수프라를 되살린 셈이다.

그렇게 수프라는 5세대로 거듭났다. 달리는 즐거움에 집중한 토요타를 대표하는 스포츠카다. 수프라 앞에 붙은 GR은 가주 레이싱을 뜻한다. 토요타의 모터스포츠를 담당하는 부분이다.

가주 레이싱이 차를 손봐서 달리는 즐거움에 최적화된 차로 만들었다는 의미다. 한국에선 30대만 한정 판매한다. 첫날 다 팔렸다. 이제는 사고 싶어도 못사는 차다.

F1 머신을 닮은 보닛의 노즈, 더블 버블 루프, 차 크기에 비해 작아 보이는 스포일러, 두툼한 헤드램프. 평면이 없다. 곡면이 유난히 도드라졌다. 볼륨감 있게 부풀어 오른 리어 휠 하우스 부분이 탐스럽다.

유려한 곡선 더블 버블 루프, 지붕을 타고 매끄럽게 흐르던 라인은 범퍼 끝에서 하늘로 치솟으며 마무리된다. 조금은, 난해한 뒷모습이다. 붓글씨로 쓴 영어 ‘SUPRA’가 색다르다. 일본풍 물씬 풍기는 힘찬 글씨체다.

실내는 익숙해서 어색하다. BMW에서 만났던 익숙한 모습을 토요타에서 만나는 어색함이다. 스티어링휠, 센터페시아의 모니터, 변속레버, 컨트롤러, 운전석 주변의 버튼 등등이 BMW에서 만나던 낯익은 것들이다. 토요타에서 만나는 BMW다. 익숙한 듯 어색하게 다가왔다.

실내는 어둡다. 쨍한 봄날과 극적으로 대비된다. 어두운 실내로 들어가면 잠시 눈이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정도. 안은 어둡고 밖은 밝아서다. 인테리어 컬러는 밝은색이 좋겠다. 물론 어두운 컬러가 주는 포근함도 있다. 깊은 곳에 들어와 앉은 편안한 느낌이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 위쪽으로 지붕을 살린 더블 버블 루프다. 덕분에 머리 윗공간은 여유가 있다.

계기판은 조금 작아 보이는 8.8 인치 TFT LCD 모니터로 구성했다. 큼지막한 rpm 게이지가 한가운데 자리했다.

길이 4,380, 너비 1,855, 높이 1,305mm의 2인승 스포츠카의 방향키, 스티어링 휠은 딱 두 바퀴 돈다.

직렬 6기통 3.0 트윈 스크롤 터보 엔진과 8단 AT를 거쳐 뿜어져 나오는 340마력의 힘의 종착지는 타이어다. 255/35/ZR 19, 275/35ZR19 사이즈의 미쉐린 타이어를 앞뒤로 신었다. 기분 좋은 가속감의 시작점은 다시 타이어다. 뒷바퀴가 밀고 가는 후륜구동의 가속감이 힘차다. 타이어는 확실하게 도로를 장악한다.

차 높이는 1.305mm다. 지붕이 내려다보일 정도다. 그만큼 낮다. 운전석에 드나들 때 허리를 잔뜩 숙여 겸손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불편하지만, 그게 또 스포츠카에 오르는 나름의 격식이다. 겸손하게 불편함을 감수해야 비로소 스포츠카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낮은 자세에 보답하듯, 우렁찬 엔진 소리가 반긴다. 액티브 사운드 컨트롤. 주행 모드에 따라서 엔진 소리를 더 극적으로 끌어올려 준다. 듣는 즐거움을 더한다. 조용하진 않다. 자잘한 노면 잡소리가 실내로 파고든다.

직렬 6기통 3.0 트윈 스크롤 터보 가솔린 엔진에서 최고 출력 340마력의 힘을 낸다. 스포츠카지만 오토 스탑 기능도 알뜰히 챙겨놓았다. 스포츠 모드에서도 엔진 스톱은 일어난다.

시트는 몸을 제대로 고정시켜준다. 몸에 딱 맞춘 슈트처럼 허벅지, 엉덩이, 허리, 어깨를 잡아준다. 밀착된 시트는 운전자의 몸을 고정시켜 궁극적으로는 차의 안정감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차선이탈 방지 장치가 있어 굉장히 편하게 다룰 수 있다. 달리는 즐거움을 마음껏 만끽하다가도, 조금 편하게 운전하고 싶을 때 주행 보조시스템이 큰 도움이 된다. 차간 거리와 차로 중앙을 유지하며 달린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1,200까지 떨어진다. 스포츠카답지 않게 차분하고 얌전한 반응. 하지만 스포츠 모드로 바꾸고 속도를 올리면 rpm은 6,000과 4,000구간을 오가며 거칠게 춤을 춘다. 엔진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시트가 몸을 밀고 길 끝이 순식간에 눈앞으로 다가온다.

속도를 높일수록 오히려 편안하다. 중저속에서 노면 충격을 거칠게 받으며 덜컥거리는 느낌이 속도를 끌어올리면 사라진다. 노면 굴곡을 기분 좋게 밟으며 달려 나가는 기분이 짜릿한데, 불안하지 않다.

빨리 달릴 때 필요한 게 헤드업 디스플레이다. 위아래, 좌우로 시선을 돌리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에서 정확히 앞으로 보는 자세로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통해 필요한 주행 상황을 알 수 있다.

조양 반응은 아주 아주 예민하다. 스티어링을 살짝 움직였는데 차체 반응은 컸다. 조향 반응이 빠른 것과 함께 몸이 느끼는 감각이 더 증폭된다. 운전석이 뒤로 물러앉았기 때문이다. 옆에서 보면 운전석 시트 포지션은 뒤 차축 바로 앞에 있다. 조향 바퀴가 움직이고 차체가 반응하고 다시 몸이 그걸 느끼는 과정에 시간차가 생기면서 독특한 조향 느낌을 받게 되는 것.

코너가 이어지는 와인딩 로드에서는 차체 중앙에 핀을 꽂고 회전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무게와 속도가 만드는 강한 횡 G를 이기고 회전하는 반응에서 스포츠카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서스펜션과 타이어, 시트 등이 최고의 조화를 이루며 코너에서 빛을 발한다.

후륜구동을 적용해 앞뒤로 적절하게 무게를 나눴고 직렬 6기통 엔진은 좌우 균형까지 맞춘다. 때로 거칠게 느껴지는 단단한 서스펜션이지만, 안정감이 흐트러지지는 않는다.

스포츠카는 물론 모든 자동차에서 가속보다 중요한 게 제동이다. 제대로 설 수 있다는 보장이 있어야 달리는 게 의미가 있어서다. 시속 100km에서 급제동을 시도했다. 100km/h 속도로 달리던 1,520kg의 무게가 균형을 유지하며 여유 있게 멈춘다. 제동은 강했지만, 차체 거동은 의외로 안정됐다.

론치 컨트롤 기능을 이용해 가속 테스트에 나섰다. 스포츠 모드에서 트랙션 컨트롤을 끄고,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같이 밟으면 rpm이 2,000에 고정되면서 론치 콘트롤이 활성화됐다는 메시지가 뜬다. 이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해제하면 강한 가속력으로 달려 나간다.

가장 빠른 0-100km/h 가속 시간은 5.15초가 나왔다. 여섯 차례 테스트한 기록의 평균값은 5.49초였다. 가속 거리는 66.03m가 가장 짧았고 평균 기록은 72.55m였다.

파주 –서울 간 55km를 달리며 실주행 연비를 체크해 봤다. 약 15.2km/L의 실주행 연비를 보였다. 경제 운전을 하는 게 수프라에는 미안한 일이다. 그래도 차분하게 달리면 이 정도 연비를 보인다. 공인 복합 연비는 9.7km/L.

원래 가격은 7,380만 원이지만, 개별소비세 감면 조치로 1.5%를 적용한 판매가격 7,237만 원이다. 하지만 의미 없는 가격이다. 30대 한정 판매되는 국내 판매 물량이 출시 첫날 모두 팔렸기 때문이다. 이제는 사고 싶어도 사기 힘든 모델이다.

달리고 서고 멈추고 회전하고 하는 모든 동작들을 춤을 추듯 소화해낸다. 때로는 힘차게, 때로는 유연하게 움직이며 스포츠카의 진수를 보여준다. 운전하는 즐거움이 바로 이런 것임을 수프라는 말해주고 있다. 토요타가 수프라를 통해 펀 투 드라이브를 보여주고 싶었다면, 그 의도는 성공했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실내는 너무 어둡다. 화창한 날씨에 차 안에 들어서면 안팎의 밝기 차이가 커 조금 있어야 실내가 제대로 보인다. 더블 버플 루프 탓에 선루프도 적용하지 않았다. 인테리어 컬러를 조금 밝게 만들 필요가 있다.

코너에서 왼편 무릎이 지지하는 곳에 스피커가 있고 그 테두리에 무릎이 맞닿는다. 강한 코너링을 할 때 불편하다. 이를 피하려면 시트 포지션을 움직여야 한다. 스피커의 위치를 조절해 왼쪽 무릎이 좀 더 편했으면 좋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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