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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투아렉 3.0 TDI R라인 “이 안에 다 있다”

폭스바겐 투아렉이 처음 등장한 건 2002년이었다. 폭스바겐의 첫 SUV였다. 그 사이 투아렉은 100만대 넘게 팔리는 기염을 토하더니 이제 3세대로 진화한 모습으로 다시 우리 곁에 섰다.

투아렉 3.0 TDI R라인을 시승했다.

폭스바겐이 만드는 최고의 SUV다. 플래그십 SUV. 가용 자원을 모두 쏟아부은 역작. 신형 플랫폼이 적용됐다. 새로 배치형 모듈 매트릭스 MLB 플랫폼이다. V6 3.0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조합으로 최고출력 286마력의 힘을 쓴다.

군더더기 없는 모습이다. 두루뭉술했던 모습은 2세대에서 잘 다려놓은 주름처럼 날을 세우더니 3세대에서 그 견고함을 더했다. 불필요한 기교를 부리기보다 단순하고 명쾌한 라인으로 플래그십 SUV의 디자인을 완성하고 있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헤드램프까지 영역을 확장해 하나의 틀 안에 집어넣었다. 더 넓고 당당한, 그리고 견고한 모습을 완성했다.

바람을 가득 담은 돛을 형상화했다는 옆 모습은 단정하면서 힘이 있다. 앞뒤에서 시작한 두 개의 선은 서로 엇나가며 하나인 듯 두 개인 캐릭터 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포인트를 준 휠 하우스에는 285/40 R21 사이즈의 피렐리 타이어를 장착했다.

뒷모습에서는 견고한 가로 라인을 강조하고 있다. 폭스바겐 배지와 투아렉 레터링, 그리고 범퍼 아래로 두 개의 배기구가 자리했다.

인테리어에서는 단연 이노 비전 콕핏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12.3 인치 모니터와 15인치 대형 터치스크린을 하나로 이어 붙여 시원하게 배치했다. 센터페시아에는 모니터뿐이다. 버튼은 없다. 모든 기능을 쓸어 담아 모니터 안으로 집어넣은 결과다. 넓고 선명한 화면을 통해서 차에 대한 아주 다양한 정보들을 선명하게 보고, 조작하고, 즐길 수 있다.

에르고 컴포트 시트는 흔들리는 몸을 잘 지지해 준다. 시트는 적당히 여유가 있고, 필요할 때 정확하게 몸을 지지해 준다.

뒷좌석에서는 대형 SUV에서 느낄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주는 여유로움과 고급스러움을 만끽할 수 있다. 넓다. 공간의 압박은 없다. 2열 시트는 뒤로 조금 더 누일 수도 있고 슬라이딩도 가능하다. 4:2:4로 분할해 개별 시트를 따로 접을 수 있고 시트를 접으면 트렁크 적재 공간은 810ℓ에서 최대 1,800ℓ까지 확장된다. 센터 터널은 제법 높은 편이다.

4,880 x 1,985 x 1,670mm 크기다. 길고 넓고 낮아졌다. 휠베이스는 2,899mm.

차체 높이는 필요에 따라 변한다. 에어서스펜션 덕이다. 기준 높이에서 스포츠 모드를 택하면 15mm가 낮아진다. 짐을 싣기위해 로딩 모드를 택하면 리어액슬이 40mm 낮아진다. 오프로드모드에선 25mm가 높아지고, 오프로드 플러스에선 최대 70mm까지 차체를 높인다. 오프로드 플러스에선 최대 570mm 깊이의 물속을 통과할 수 있는 높이를 확보한다. 최저 높이와 최고 높이간 110mm의 차이를 보이는 것.

이 차 타고 오프로드를 달리는 건 권하고 싶지 않다. 사륜구동 시스템에 높이 조절이 가능한 에어서스펜션까지 갖추고 있어 탁월한 오프로드 주행성능을 보일 것으로 짐작할 수 있지만, 판매가격 9,947만 원으로 1억 원을 호가하는 가격이 부담스러워서다. 오프로드를 달리기엔 너무 고급차다.

엔진룸에는 엔진 주변을 감싸는 격벽이 있다. 차체 강성을 높여 충돌 안정성과 주행 안정감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찬찬히 살펴보면 엔진룸 안쪽, 앞창과 만나는 부분에 좌우로 작은 힌지가 있다. 충돌 사고 때 보닛을 들어 올려 보행자를 보호하는 장치다. 투아렉은 2018년 유럽 엔캡 충돌 테스트에서 별 5개의 안전성을 입증받았다.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보면 되겠다.

active all-wheel steering

스티어링 휠은 2.4 회전 한다. 뒷바퀴도 조향에 개입하는 올 휠 스티어링 기능도 있어 민첩한 조향 반응을 이끌어낸다. 시속 37km가 기준이다. 그 이상의 속도에서는 앞뒤가 같은 방향으로, 그 이하의 속도에선 앞뒤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정확하고 민첩한 반응을 보인다. 덕분에 회전 직경은 22.19m에서 11.19m로 1m 줄었다. 공간이 좁아도 여유 있게 움직일 수 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가로세로 217x88mm 크기다. 햇볕이 강한 밝은 날씨에도 선명하게 보인다.

8단 자동변속기를 조절하는 변속레버는 두툼하고 짧다. 조작하는 느낌이 좋을 뿐 아니라 어쩌다 수동 변속할 때, 짧게 움직이는 레버의 느낌이 매력 있다. 주행모드는 모두 7개를 준비했다. 노멀, 컴포트, 스포츠, 에코, 스노, 오프로드, 인디비듀얼 등이다.

타이어가 노면 충격을 넘는 느낌은 오는데, 실제 흔들림은 크지 않다. 타이어는 충격을 받지만 시트는 편한 느낌. 충격을 잘 걸러내고 있다. 세단에 비해 높은 차체지만 흔들림은 잘 억제되고 있다.

액티브 롤 스테빌라이저 기능이 있다. 앞뒤로 차축을 따라 안티 롤바를 장착하고 이를 전자기계식으로 제어한다. 롤바의 양 끝이 전기 모터를 통해 서로 반대 방향으로 비틀리거나 분리되며 차체가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완화시킨다. 그만큼 차체 안정성이 높여 코너에서 특히 효과가 크다.

4모션, 즉 사륜구동 시스템은 센터 디퍼렌션을 이용해 앞으로 최대 70%, 뒤로 최대 80%의 구동력을 배분한다.

사륜구동, 올 휠 스티어링, 액티브 스테빌라이저, 에어서스펜션, 21인치 타이어, 5링크 서스펜션 등 주행성능에 영향을 미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요소가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면서 주행성능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차체가 높지만 무척 안정감 있는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주행 보조 시스템 역시 완성도가 높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레인 어시스트 기능이 어우러지며 차간 거리와 차로 중앙을 정확하게 유지한다. 차선을 밟거나 지나치는 법이 없다. 스티어링 휠에 가볍게 손을 얹고 있으면 차가 알아서 움직인다. 내 힘이 아닌 다른 힘이 작용하는 묘한 느낌을 받는다.

시속 100km. rpm은 약 1,400에 머문다. 엔진 회전수를 높게 끌어 올리지 않아도 되는 것. 다운 시프트를 이어가면 4단에서 3,600rpm까지 커버한다.

스포츠 모드를 택하면 엔진 사운드가 다이내믹하게 살아난다. 속도가 높아지면서 바람 소리가 엔진 소리를 덮는다. 속도에 비해 바람 소리는 크지 않다. 체감속도가 실제 속도에 비해 훨씬 낮다.

고속 주행에서도 차체가 상당히 안정된 자세를 유지한다. 차체가 높은 대형 SUV인데 속도에 비해서 거동이 무척 안정됐다. 차분한 엔진 반응은 디젤인지 가솔린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시속 100km를 유지하며 급제동을 시도했다. 차체 균형이 순간적으로 무너진다 싶을 때 프로 액티브 패신저 프로텍션이 즉시 작동한다. 안전띠가 몸을 꽉 조인다. 열려 있는 창문도 닫아 안전을 확보한다. 충돌에 대비하는 것.

아주 강하게 체중을 실어서 급제동을 했다. 앞이 숙여지는 느낌은 있는데 균형이 무너진다는 느낌은 아니다. 잠깐 균형이 앞으로 쏠린다 싶지만 금방 자세를 회복하며 정지까지 마무리했다. 앞차축이 강하게 버티는 느낌이 강하다.

속도를 끌어올려 코너에 진입했다. 투아렉의 주요 기능들이 코너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사륜구동, 액티브 스테빌라이저바, 에어 서스펜션, 21인치 피렐리 타이어까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빠른 속도에 상관없다는 듯 여유롭게 코너를 돌아나간다. 도중에 한계에 이르렀다 싶을 즈음 뒤 타이어에 잠깐 제동을 걸었다 풀어준다. 안정적인 코너를 위한 조치다. 정확하지만 과하지 않은 개입이다. 운전에 취해 운전자가 과도한 속도, 과한 조향으로 오버할 때 적절한 수준에서 개입하며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편안하게 달릴 때의 주행 느낌이 상당히 고급스럽다. 무리하게 운전하지 않고 편안하게 차를 끌고 달리면 아주 높은 수준의 승차감을 제대로 즐길 수가 있겠다. 플래그십 SUV답게 폭스바겐이 가지고 있는 차체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적용한 결과다. 가지고 있는 기술들을 이것저것 모두 그냥 집어넣은 것이 아니다. 그 기술들이 상호 유기적으로 잘 결합해 전체 완성도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0-100km/h 가속 테스트를 했다. 공차 중량 2,250kg, 286마력으로 마력당 무게비는 7.8kg 정도다. 메이커에서 밝히는 이 차의 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6.1초다.

실제 어느 정도 나오는지 GPS 계측기로 측정했다. 부드럽고 힘찬 가속감을 느꼈다. 엔진 소리도 상당히 점잖은 편이다.

10차례 측정한 결과 중, 평균치를 크게 이탈한 경우를 제외하고 7차례의 결과를 보면 평균 7.55초, 가속 거리 평균은 115.45m였다. 최고기록은 7.28초 111.08m로 계측됐다.

파주-서울 55km를 에코 모드 경제 운전으로 달리며 연비를 체크했다. 1시간 12분 동안 평균 속도 46km로 달려 최종 연비는 19.9km/L를 보였다. 대형 SUV에서 만나기 힘든 수준의 연비를 보였다. 이 차의 공인 복합 연비는 10.3km/L.

국내 시판되는 투아렉은 3.0 TDI로 모두 3개 트림이 있다. 프리미엄 8,747만 원, 프레스티지 9,547만 원, R라인이 9,947만 원이다.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조치에 따라 원래 가격에서 143만 원을 할인한 가격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무심코 도어를 닫으면 완전히 닫히지 않는다. 살짝 걸쳐진 채 마무리가 안 되는 것. 이 때문에 매번 힘껏 도어를 닫아야 했다.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오히려 장점일 수도 있기는 하다. 실내 밀폐성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여서다.
폭스바겐의 첫 번째 차 비틀이 그랬다. 심지어 물에 빠졌을 때 상당 시간 떠 있었을 정도다. 하지만 플래그십 모델인 최고급 SUV를 타는 소비자 입장에선, 소프트 클로징 기능까지는 아니어도 편하게 문을 닫을 수 있기를 원하지 않을까. 폭스바겐의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이노비전 콕핏을 구성하는 두 개의 모니터가 서로 연결되는 부위는 아쉽다. 확연히 드러난다. 시원한 화면 2개가 펼쳐져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마음에 드는데 연결 부위가 말 그대로 옥의 티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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