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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단의 품격 더한 꼬마 신사, 벤츠 A220 세단

해치백뿐이었던 A220에 노치백 세단이 추가됐다. ‘A220 세단’이다. 해치백 스타일에 거부감이 큰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선택의 폭이 늘었으니 또한 반갑다.

엔진룸과 객실, 트렁크로 구분되는 3박스 스타일로 해치백보다 130mm 더 길다. 작은 차가 3박스를 제대로 갖춘 모습이 정장 차려입은 미소년 같아 대견스럽다. 2.0 가솔린 엔진을 올렸으니 몸은 소년이나 심장은 청년이다. 작은 벤츠는 조금 혼란스럽다. 벤츠는 크고 넉넉한 공간을 가진 고급차일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쌍심지를 치켜세운 헤드램프, 원안에 삼각별, 블랙 핀 패턴을 넣은 가운데 크롬으로 마감한 싱글 루브르가 당당한 앞모습을 완성하고 있다. 작아서 더 세게 보이고 싶었을까, 각을 세운 눈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짧지만 정확하게 만든 트렁크가 3박스 세단임을 강조하고 있다. 옆은 살이 올라 통통한 느낌이다. 유려한 캐릭터 라인에서 여유가 느껴진다. 205/55R 17 사이즈의 타이어를 택했다.

범퍼 좌우로 배기구를 배치한 것처럼 크롬 장식을 했지만, 실제 배기구는 범퍼 안쪽에서 보이지 않게 마무리했다. 트릭이지만 멋지다.

소형차지만 인테리어는 제법 호화롭다. 모니터 두 개를 이어붙여 계기판과 내비게이션 모니터를 구성했다. 송풍구는 터빈 형태를 차용했다. 모니터는 시원하고 송풍구는 힘 있다.

스마트폰 무선충전 장치가 있는데, 폰을 지지해주는 레버 하나를 숨겨 놓았다. 차가 흔들릴 때 폰이 자리에서 이탈하는 것을 잡아주는 지지대다. 별것 아닌데 디테일에 신경을 쓰는 마음이 읽힌다.

해치백보다 130mm를 늘인 길이 4,550mm, 휠베이스는 2,730mm다. 아반떼 AD보다 70mm가 짧지만 휠베이스는 30mm가 더 길다. 뒷좌석에 앉으면 무릎 앞으로 주먹 하나 반이 들어갈 정도의 공간이다. 차급을 감안하면 좁다고 타박할 수 없는 공간이다.

내비게이션은 제공되지 않는다. 대신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 카플레이를 이용할 수 있다. C타입 USB를 통해 연결하면 쉽게 연결된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음성명령 시스템인 MBUX는 상냥한 목소리로 응대한다. 춥다 하면 온도를 올려주고, 특정 온도를 맞출 수도 있다. 전화 걸기, 오디오 조작 등을 자연스럽게 목소리로 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이 없어 목적지 설정 같은 기능도 사용할 수 없다. 오늘 날씨를 물어보면 “인터넷 연결 안 됨”이라고 다소 퉁명한 대답이 나온다. MBUX는 할 수 있는데 내비게이션이 없고 통신이 연결되지 않아 못한다. 아쉽다. 안드로이드 오토를 연결한 뒤 음성 명령으로 목적지 설정은 할 수 있었다.

직렬 4기통 2.0 가솔린 엔진은 7단 DCT가 조율해 190마력 30.6kgm의 힘을 낸다. 공차중량 1,430kg이니 마력당 무게비 7.52kg으로 부족하지 않은 힘이다.

시속 80km 전후에서 바깥소리가 아주 낮게 깔리듯 들어온다. 조금 더 속도를 올려도 소리가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다. 적절한 수준의 소음이다. 편안하게 노면 굴곡을 타고 넘는다. 부드럽고 편하다. 맥퍼슨 스트럿과 멀티링크 방식의 서스펜션이다.

스포츠 모드에서도 반응은 살짝 더디다. 이보다는 조금 더 팽팽한 긴장감이 아쉽다. 그래야 컴포트와 에코 모드 등 각각의 주행 모드를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겠다.

7단 시속 100km에서 rpm은 1,600 정도를 마크한다. 같은 속도에서 5단 5,200rpm까지 커버한다. 재미있는 것은 기어비다. 1단 기어비가 15.95. 7단이 2, 후진 기어는 13.95다. 최종 감속 기어를 생략한 것으로 보인다. 듀얼 클러치를 개선하면서 이 같은 변화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2016년 시승했던 AMG A45의 7단 DCT를 보면 기어비가 뒤죽박죽이었다. 2단이 2.43인데 3단은 2.90으로 역행하고 5단이 0.87인데 6단은 다시 1.16, 7단이 0.94였다. 1, 2, 4, 5단이 최종감속비 4.13으로 한 조를 이루고, 3, 6, 7단이 최종감속비 2.39로 한 조를 이루고 있었다. 짝수와 홀수 기어로 조를 이루는 일반적인 DCT와는 다른 조합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종감속 기어를 생략하는 데까지 이르지 않았나 짐작해 본다.

아주 빠른 속도까지 힘차게 달린다. 공기 저항계수는 0.24로 최고 수준이지만 빠른 속도에서의 바람 소리까지 잠재우지는 못했다. A220 해치백의 공기 저항 계수는 0.26이다. 세단으로 만들면서 바람의 저항은 조금 더 줄어들었음을 숫자가 말해준다. 이를 체감할 정도로 느끼기엔 몸이 너무 무디다.

스티어링 휠 3회전, 독일차 치고는 살짝 부드러운 서스펜션, 205/55R 17 사이즈인 타이어 등을 보면 승차감에 조금 더 무게를 둔 세팅이다.

GPS 계측기를 이용해 0~100km/h 가속 시간을 측정했다. 모두 9차례 측정했는데 7.53~7.87초로 고른 기록을 보였다. 평균은 7.67초. 최고 기록 7.53초는 마력당 무게비 7.52kg에 딱 맞춘듯한 기록이다. 제원표에 적힌 수치는 7.0초다.

공인 복합 연비는 12.7km/L다. 파주-서울간 55km를 달리며 알아본 실주행 연비는 21.3km/L.

프리미엄 브랜드의 소형차는 늘 두 개의 기준 사이에서 갈등이 생긴다. 브랜드냐 차급이다. 벤츠냐 소형차냐. 이 두 개의 기준에 따라 평가가 갈린다. 벤츠라는 기준으로 보면 불만이, 소형차를 기준으로 보면 감탄이 엇갈리게 마련. 소음, 승차감, 성능 등이 그렇다. 가격에서도 불만과 감탄이 자리를 바꾸며 엇갈리진 마찬가지다.

결국, 작은 차를 프리미엄이라 할 수 있느냐는 문제에 직면한다. 프리미엄에 대한 명쾌한 해석이 있다. “평생 000을 타라”라는 얘기다. 그 말이 좋으면 프리미엄이고 비난으로 들리면 프리미엄이 아니다. 평생 벤츠를 타라는 의미면 괜찮겠지만, 평생 A220을 타라는 얘기는 어떻게 들릴까. 각자의 느낌에 따라 판단해보면 되겠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조수석 시트는 로터리 형식의 둥근 레버를 열심히 돌려야 등받이가 뒤로 조절된다. 불편하다. 레버를 젖혀 한 번에 시트를 누이는데 익숙한 이들에겐 답답한 시트다.
판매가격 3,980만 원을 만들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덜어냈다. 내비게이션은 물론이고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차선이탈방지 장치 등이 비용을 더 지급해야 하는 옵션 품목으로 빠졌다. 4,000만 원 미만에 살 수 있는 벤츠라는 매력이 반감되는 이유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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