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e icon AutoDiary

아우디 A8, 화낼 줄 모르는 독일 신사

아우디의 플래그십 세단 A8이 풀체인지를 거쳐 4세대로 거듭났다. 아우디의 표현을 빌리면 “아우디 럭셔리의 미래를 보여주는 차”다. 아우디 A8 L 55 TFSI 콰트로를 만났다. 대형세단(A8) 롱버전(L) 고성능(55) 가솔린 터보(TFSI) 사륜구동(콰트로) 등의 의미를 담은 이름이다.

L 즉 휠베이스와 길이가 긴 롱버전이다. 5m를 훌쩍 넘는 길이가 주는 아우라가 대단하다. 5,310×1,945×1,495mm의 크기다. 휠베이스도 3m를 넘어 3,128mm에 달한다. 차체와 휠베이스가 길어 넓은 실내를 확보하기 위한 조건을 다 갖췄다. 승차감을 완성하는데에도 좋은 조건이다.

덩치가 크면 움직이는데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회전반경이 넓어지는 것. 아우디는 올 휠 스티어링으로 이를 해결했다. 뒷바퀴까지 조향할 수 있게 만들어 빠른 조향 반응과 함께 좁은 공간에서도 충분히 방향 전환을 할 수 있게 만든 것. 빠른 속도에서는 앞바퀴와 같은 방향으로, 낮은 속도에서는 앞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뒷바퀴가 움직인다. 올 휠 스티어링이 작동해 몸을 비틀 듯 움직이는 궤적이 생경하다. 이 차의 회전직경은 12.9m다.

육각형으로 넓게 배치한 라디에이터 그릴, 레이저 라이트 기능을 갖춘 HD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가 앞모습을 완성한다. 레이저 라이트는 조사 거리가 500m에 이를 정도로 밝게 비춘다. 대향차의 눈부심을 막고 운전자의 시야를 넓게 비추는 매트릭스 헤드램프다. 그릴과 이어지는 보닛 라인이 깔끔하다.

리어램프는 OLED를 적용했다. 좀 더 효율적으로 다양하게 빛을 조율할 수 있다. 방향지시등을 켜면 빛이 흐르는 장면을 연출한다.

보닛은 휠하우스 부분과 치밀하게 맞물리지 않고 아랫부분을 덮는 형태로 설계했다. 윗니가 아랫니를 살짝 덮은 것처럼 보닛과 휀더 부분의 철판이 어긋나게 맞물린다. 아마도 안전을 위한 설계가 아닌가 짐작해 본다.

전체적으로 비례가 좋은 체격이어서 꾸미지 않아도 멋있는 모습을 완성하고 있다. 몸에 착 달라붙는 슈트를 차려입은 모습이다.

가죽과 나무, 금속을 활용해 실내를 최고급으로 꾸몄다. 좌우로 트위터 스피커를 고급스럽게 만들어 배치했다. 뱅앤울룹슨 오디오의 스피커다. 섬세한 소리부터 웅장한 사운드까지 넓은 음색을 고급스럽게 들려준다. 볼륨을 키워도 음이 찌그러지지 않고 실내를 꽉 채우며 소리가 주는 감동을 넘치게 전한다.

센터패시아에 배치한 듀얼 터치스크린 모니터를 통해 많은 기능을 확인하고 조작할 수 있다. 햅틱 반응 터치 스크린으로 꾹 누르는 방식이다. 가볍게 터치하면 반응하지 않는다. 차와 교감하는 듯한 햅틱 반응이다.

운전석 못지않게 중요한 시트가 오너의 자리인 뒷좌석 우측 시트다. 공간 그 자체가 주는 여유로움, 호화로움이 넘친다. 뒷좌석에는 개별 시트마다 태블릿을 적용했다. 개인별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고, 차의 각 부분을 직접 조작할 수도 있다. 전동식 시트에 마사지 기능을 넣었고 발 받침까지 만들어 넣었다. 벽처럼 높은 센터 터널은 뒷좌석을 좌우로 나누고 있다. 5인승이지만 뒷좌석에 2명만 앉는 게 어울린다.

V6 3.0 TFSI 엔진에 8단 팁트로닉 변속기를 적용해서 최고출력 340마력의 힘을 낸다. 55라는 숫자는 중력가속도를 1G를 100으로 봤을 때의 가속성능을 환산해 표기하는 방식이다. 계산 방식이 복잡하지만, 숫자가 높을수록 고성능임을 말한다. 아우디가 야심 차게 시작한 새로운 이름체계인 다이내믹 뱃지는 너무 어렵다. 숫자가 높으면 고성능이라는 건 알겠는데, 계산 과정은 의미 없다 싶을 만큼 복잡하다.

재떨이와 시거 라이터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운전석에도 뒷좌석에도 그렇다. 흡연에 관대한 독일 차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다. 재떨이는 탈착이 가능해 없애버릴 수도 있다.

스티어링 휠은 2.4 회전 한다. 5.3m를 넘는 크기지만 올 휠 스티어링을 적용해 2.4회전 만으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움직임을 시작하는데 묵직한 중량감이 전해온다. 에어 스프링이 적용된 서스펜션은 노면 충격을 충분히 줄여준다. 거친 충격을 맞받아치는 게 아니라, 받아안고 흡수해서 부드럽게 차체로 전한다. 충격을 상당히 고급스럽게 걸러주고 있다.

교통 체증 구간에서 반자율주행을 할 수 있다. 시속 10km 정도의 낮은 속도지만 앞차를 따라 슬금슬금 움직이고 멈췄다가 재출발까지 한다. 이런 정도의 저속주행에서도 반자율 운행이 가능하다는 게 반갑다.

‘어댑티브 크루즈 어시스트’로 부르는 주행 보조시스템을 작동시키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로 유지 시스템이 어우러져 스스로 움직인다. 차선이탈을 하는 경우 없이 차로 중앙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며 달렸다.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보였다.

조용함은 이 차의 가장 큰 특징중 하나다. 뜻밖에 조용했다. 타이어 마찰음, 노면 잡소리는 실내로 파고들 틈을 못 찾는 듯 거의 들리지 않았다. rpm을 올려도 엔진 소리는 낮게 깔릴 뿐 거칠게 드러나지 않는다. 바람 소리는 고속 주행 영역에서 들리는데 속도에 비해서는 낮은 소리다. 전체적으로 소리를 잘 다루고 있다는 느낌이다. 공기 저항계수 0.26이 이를 증명한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8단 1,500을 유지한다. 같은 속도를 유지하며 3단까지 다운 시프트가 가능했다.

실제 속도와 체감 속도의 차이가 크다. 고속 주행에서 차체의 안정감은 놀라울 정도다. 어떤 상황에서도 화내지 않고 차분함을 유지하는 사람처럼 고속 주행 중에도 엔진소리는 적절한 수준에서 제어되고 있다. 시종일관 차분한 자세다.

알루미늄을 사용한 아우디 스페이스 프레임을 적용해 무게를 낮췄다. 경량화했다고 하지만 공차중량은 2,165kg에 달한다.

한없이 튀어 나갈 것 같은 가속 반응인데 시속 250km에서 속도 제한을 걸어뒀다.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운 차체의 반응이다. 주행 품질조차 고급이다.

시속 100km에서 급제동을 걸었다. 체중을 실어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 앞이 콱 처박혀야 할 정도로 강한 제동이었지만 차체 반응은 그 정도는 아니었다. 앞이 숙여지나 싶더니 이내 수평을 유지하며 속도를 줄여나간다. 앞이 숙여지는 순간 뒷부분도 주저앉는 느낌이랄까. 시속 100km의 속도와 공차중량 2.1t의 무게를 잘 견디며 속도를 줄여 정지했다.

평소에는 한없이 편안하고 부드러울 것 같은 럭셔리 세단이지만 필요할 때는 어김없이 기대 이상의 성능을 드러낸다. 편안함과 고성능을 매우 높은 수준에서 양립시키고 있다.

GPS 계측기를 이용해 시속 100km 가속 시간을 측정했다. 최고 기록은 6.11초, 가속 거리는 86.79m였다. 메이커가 밝히는 이 차의 0-100km/h 가속 시간은 5.8초.

파주 –서울간 55km를 주행하면서 측정해본 연비는 15.8km/L로 공인복합연비 8.8km/L를 훌쩍 뛰어넘었다.

판매 가격 1억 5,000만 원.


오종훈의 단도직입
차선유지보조 장치를 작동시키는 버튼을 찾기가 쉽지 않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버튼과 분리되어 있는데 찾기가 쉽지 않다. 스티어링 휠 아래 방향지시등 조작 레버 끝에 자리하고 있다. 직관적인 디자인에 배치된다. 물론 어디 있는지 알고 난 이후에는 아무 문제 될 게 없지만, 직관적으로 누구나 쉽게 인지할 수 있게 조작 버튼을 만들어 배치하는 게 좋겠다.
조수석 앞 대시보드 상단을 날카롭게 각을 세워 마무리하고 있다. 멋있게 보일지 모르지만 안전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안전과 멋이 부딪힐 때 우선해야 할 것은 안전이다.
뒷좌석에 개인용 태블릿을 거치하는 부분도 그렇다. 승객 바로 앞에 모니터를 돌출시켜 배치하는 건 위험해 보인다. 태블릿을 떼어내도 거치대가 돌출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생각해볼 부분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