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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530e, 모터의 양수겸장

BMW 5시리즈의 첫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버전 530e를 만났다.

eDrive 배지가 달린 것을 빼면 기존 5시리즈와의 차이를 알아차리기 힘들다. 친환경 자동차임을 좀 더 적극적으로 드러내도 좋을 텐데, 굳이 이를 강조하지 않는 겸손한 모습이다.

2.0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에 외부 충전이 가능한 12.0kWh짜리 리튬이온 고전압 배터리를 더했다. 직렬형 하이브리드 방식을 갖춘 친환경 자동차다.

e드라이브, 즉 전기모드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1회 충전으로 39km, 또한 시속 140km까지 커버한다. 국내 시판 중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중에서는 가장 멀리 전기모드로 달린다.

집과 회사에 양쪽에 충전 시설이 있다면 출퇴근 거리 40km까지 완전 전기차로 이용할 수 있다.

이 차의 가장 큰 특징인 ‘e드라이브’는 ‘맥스 e드라이브’와 ‘오토 e드라이브’ 중에서 고를 수 있다. 맥스 e 드라이브는 배터리 우선, 오토 e 드라이브는 주행 상황에 따라 엔진과 전기를 함께 사용한다.

주행 모드는 스포츠, 컴포트, 에코 플러스 3개 모드가 준비됐다. 컴포트 모드와 에코 플러스 모드는 회생제동시스템 작동에서 차이를 보인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컴포트 모드에서는 적극적으로 회생제동시스템이 작동하고, 에코 플러스 모드에선 회생제동보다 탄력주행 위주로 움직인다.

회생제동이 작동하면 브레이크를 밟는 효과가 생겨 엑셀 오프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짧아지고, 탄력주행을 하면 에너지 회수량이 없거나 작은 대신 좀 더 멀리 움직일 수 있다. 스포츠 모드를 포함해 어떤 주행모드에서든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모터가 힘을 보태는 e부스트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처럼 530e는 주행 모드와 e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다양한 주행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운전자의 선택이 중요한 이유다.

첫 힘이 생각보다 크다. 정지 상태에서 지그시 가속페달을 밟고 출발하는데 움직임이 크다. 툭 하고 튀어 나가는 느낌. 좀 더 힘을 빼고 가속페달을 밟아야 부드럽게 반응한다. 전기모드로 유령처럼 움직인다. 발소리 내지 않고 적장의 침실을 파고드는 자객처럼, 소리 없이 움직인다.

2.0 가솔린 엔진은 184마력, 모터 출력은 113마력, 총 출력은 252마력이다. 공차중량은 1,930kg으로 마력당 무게비는 7.65kg이 된다.

후륜구동으로 차체를 밀고 달린다. 안정감 있게 움직인다. 후륜구동이어서 전륜구동에 비해 앞뒤 무게 균형이 잘 잡혀있는 데다 차체 아래에 배치한 배터리가 무게중심을 낮췄다. 흔들림에 강한 구조를 갖게 되는 것. 덕분에 직진 안정성이 무척 좋다.

코너에서도 강했다. 흔들림 없이 착 가라앉는 느낌으로 돌아나간다. 거동이 불안해질 때 운전자의 불안감도 커지는데, 편안한 기분으로 코너링을 마칠 수 있었다.

표적으로 날아가는 화살 같은 가속감도 인상적이다. 킥다운을 하면 강한 가속감을 만난다. 터보 엔진에 모터가 힘을 더하는 e 부스트가 작동하며 높은 속도까지 팽팽한 힘을 유지한다.

친환경차라고 말랑말랑한 연약한 차로 이해하면 곤란하다. 전기 모터가 엔진보다 고성능에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모터는 엔진보다 훨씬 더 높은 회전수를 더 빠르게 끌어낼 수 있다. 작정하고 달리면 더 강하고 우수한 힘의 질감을 느끼게 된다. 530e도 그랬다. 친환경과 고성능을 만족시킬 수 있는 건 모터 덕분이다. 전기 모터의 양수겸장인 셈.

GPS 계측기를 달고 0-100km 가속 테스트를 시도했다. 메이커가 밝히는 제원표상의 0-100km/h 가속 시간은 6.1초다. 모두 아홉 차례 테스트했는데 최고 기록이 7.01초, 최저 기록이 7.57초를 보였다. 대체로 큰 차이 없이 시속 100km를 주파한 것. 주행 거리 기준으로는 최고 기록 107.65m, 최저 기록 116.30m를 보였다.

거친 변속을 보여주는 그래프
7.01초만에 100km/h를 주파한 가속 그래프.

시간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가속의 느낌은 편차가 컸다. 변속 충격 없이 부드러운 가속으로 달린 경우가 있는가 하면, 중간 중간 거친 변속을 보이는 경우도 몇 차례 발생했다. 스포츠 모드로 풀가속을 하는 과정에서 상황에 따라 거친 변속이 일어나는 경우가 생기는 것. 이는 그래프를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다.

공인 복합 연비는 엔진과 모터로 구분해 표기됐다. 엔진 연비 11.8km/L, 모터 연비 3.4km/L로 합산 연비는 16.7km/L로 밝히고 있다.

파주 헤이리 마을에서 서울 교대역까지 56.3km를 경제 운전으로 달리며 연비를 측정했다. 에코프로 모드와 맥스 e드라이브를 택했다. 배터리는 50%에 못미치는 상태, 외기 온도는 2.5~3도 사이의 비교적 추운 날씨였다. 1회 충전으로 39km를 달릴 수 있으니 배터리 50%면 약 20km를 전기 모터로 주행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 전기 모터의 효율은 훨씬 더 좋았다. 무려 32.6km를 e드라이브, 즉 엔진을 멈추고 전기 모터로 주행한 것. 역으로 계산하면 60km 이상을 e드라이브로 달릴 수 있겠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배터리 에너지에 더해 주행 도중에 얻어지는 회생제동 에너지가 있어 조금 더 멀리 e드라이브로 움직일 수 있었을 것으로 짐작해본다. 추운 날씨에 이 정도니 기온이 조금 더 높아 배터리 상태가 가장 좋은 봄 가을이라면 전기 모터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조금 더 늘어날 것이다.

56분간 평균속도 61.1km/h로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계기판이 알려준 최종 연비는 24.8km/L. 충분히 만족할만한 효율이다.

고성능은 물론 경제 운전에도 모터가 엔진보다 더 유리하다. 엔진과 모터, 외부 충전이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현실적으로 가장 적합한 친환경 자동차라는 주장이 있다. 주행 중에 배터리 충전이 일어나 굳이 별도 충전을 하지 않아도 차가 움직이는 데 불편함이 없다. 또한 필요하다면 외부 전원으로 충전도 가능해 외부 충전이 불가능한 일반 하이브리드차보다 편하다.

요즘에는 전기차도 그리 불편하지 않게 충전할 수 있을 정도로 충전기 보급이 늘어나 PHEV만큼 편하게 운용할 수 있다. PHEV뿐 아니라 순수 전기차도 현실적으로 가장 적합한 친환경차라 할 수 있는 것.

사람들은 왜 친환경자동차를 탈까. 착한 소비를 고민한 결과로 보고 싶다. 지구적 차원에서 환경에 최소한의 부담을 주는 자동차를 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닐까. 이들의 선한 의지를 북돋우는 차원에서라도 530e가 친환경 자동차임을 외적으로 좀 더 강하게 드러내도 좋지 않을까 싶다.

메이커는 왜 친환경자동차를 만들까. 당연히 착한 소비를 원하는 이들에게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해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드는데 일조하는 것. 하지만 이게 다는 아니다. 기업 평균 연비를 맞춰야하는 현실적 이유도 크다. 친환경 자동차로 평균 연비를 끌어올려야 고성능차도 판매할 수 있는 구조다. 메이커에게는 착한 소비, 선한 의지에 앞서 생존의 문제다.

가격. 7,770만 원으로 출시했는데 해가 바뀌며 7,800만 원으로 소폭 인상됐다. 뒷좌석 폴딩 등의 일부 옵션을 보강해 가격을 조정했다는 설명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시트는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떠올린다. 시트 열선과 통풍을 동시에 작동시킬 수 있어서다. 시트를 덥게 하고 찬 바람을 동시에 작동시키는 게 상식에 반한다.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떠올리는 이유다. 왜 그럴까.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이 차를 타는 이들 중에선 엉덩이에 땀이 찰 때 통풍을 작동시키면 뽀송뽀송해진다며 만족하는 이들도 있다.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땀이 나면 열선을 끄고 통풍을 켜는 게 더 효과적이 아닐까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C 필러를 감싸는 호프마이스터킥 라인은 BMW의 상징적인 부분이다. 이를 둘러싼 크롬 테두리가 끊겨있고 손가락으로 그 라인을 타고 가다 보면 뾰족한 이음새 부분이 걸린다. 이 부분 마무리는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듯하다. 디자인 포인트인 호프마이스터킥 아닌가.
제스쳐 컨트롤이 없다. BMW에서만 만날 수 있는 재미있는 기능인데 없어서 아쉽다. 너무 인색한 게 아닌가 하는 섭섭한 마음이 든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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