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V80이 왔다. 제네시스의 첫 SUV다. 세단 라인업을 마무리한 제네시스가 이제 SUV를 내놓으면서 창세기 제2장을 열었다. 제네시스는 창세기를 의미한다.

두 줄. 현대차 디자인센터장 이상엽 전무는 “제네시스는 이제 두 줄”이라고 강조했다. 헤드램프를 포함해 차체에 새겨진 두 줄이 제네시스를 상징한다는 의미다. 모두의 뇌리에 박힐만한 강렬하고 심플한 메시지다.

부서지는 다이아몬드의 빛을 형상화한 G 매트릭스 그릴, 그 위에 자리한 제네시스의 윙 엠블럼, 우아한 포물선을 그리는 루프라인, 깔끔하게 마무리한 뒷모습까지. 충분히 고급스럽지만, 과하지 않고 단정한 디자인으로 마무리했다.

인테리어의 고급스러움은 온몸이 먼저 느낀다. 가죽과 크롬, 나무 등의 고급재질은 손끝이, 낮고 조용하지만 힘을 담은 소리는 귀가, 주행 상황에 따라 조이고, 풀어주는 시트는 온몸이 먼저 느낀다.

뒷좌석에서는 공간 자체의 고급스러움을 만난다. 무릎 앞, 머리 위로 굳이 재볼 필요 없을 만큼의 공간이 있다. 전동식 뒷 시트는 등받이를 충분히 편안할 만큼 뒤로 누일 수 있다. 조수석 시트를 간단히 앞으로 밀수도 있어 필요하다면 쇼퍼드리븐카로 쓰기에 충분하다.

현대자동차가 쌓아온 거의 모든 기술을 이 차에 다 담았다. 다양한 안전 및 편의장비는 물론 다양한 소재를 다루는 기술, 각 부분을 하나의 완성체로 모아놓는 조립 품질까지 높은 수준에서 GV80을 완성했다.

직렬 6기통 3.0ℓ 디젤 엔진이 1번 타자로 나섰다. 시승차는 G80 3.0 디젤 5인승 AWD다. 22인치 타이어를 끼웠고 모든 옵션을 다 집어넣은 모델.

이 차를 사려면 먼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11개의 보디 컬러, 5개의 인테리어 컬러, 구동 방식, 탑승 인원, 타이어 크기, 수많은 편의 장비들을 하나하나 골라서 주문할 수 있다. 주문 가능한 경우의 수가 10만 개가 넘는다. 사는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지만, 공장에서 이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기본 가격 6,580만 원에서 선택할 때마다 가격이 올라가는 건 감수해야 한다.

14.5인치 대형 모니터에는 아주 많은 기능이 담겨있다. 스티어링 휠 버튼, 터치스크린, 통합 컨트롤러를 통해 조작할 수 있다. 어디든 손이 가는 대로 조작하면 된다. 내비게이션 목적지 입력은 손글씨로도 가능하다. 전자결재 시스템 ‘카 페이’도 내장돼 있다. 주유소에서 기름 넣고 카드 꺼낼 필요조차 없는 것.

4,945mm의 길이에 스티어링은 2.5 회전한다. 손에 꽉 차는 스티어링휠은 제법 크다. 조향 반응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민첩했다. 고속도로 주행보조시스템은 버전 2로 업그레이드됐다. 차선변경 기능까지 갖춰 운전이 더욱 편해졌다.

스마트 크루즈컨트롤 시스템은 평소 운전자의 주행 패턴을 학습해 반자율운전을 시도할 때 운전자와 비슷한 패턴을 유지한다고.

278마력의 힘을 내는 직렬 6기통 디젤 엔진은 전혀 디젤 엔진답지 않다. 조용하고 진동을 느끼기 힘들다. 엔진 자체도 조용하고,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 이중접합유리 등이 적절한 수준에서 실내로 들어오는 소음을 차단하고 있다.

278마력 60kgm의 토크를 8단 자동변속기가 편안하게 조율해낸다. 가속을 이어가면 낮게 깔리는 조용하지만 힘찬 엔진 사운드를 만날 수 있다. 거침없이 속도를 올린 뒤에는 바람 소리 너머로 엔진 사운드는 사라져 버린다. 체감 속도와 실제 속도 간 차이는 크다. 바람 소리가 들린다 싶을 때 계기판을 보면 과속이다. 정신 차리고 운전하지 않으면 과속할 위험이 크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운전자의 빈틈을 차가 꽉 차게 메워주기 때문이다. 주행속도를 빠르게 설정해도 크루즈컨트롤이 제한속도를 인식해 속도를 제어한다. 100km/h 과속단속 구간에서는 130km/h로 세팅해도 제한속도를 넘지 않는 것. 곡선 구간에서도 속도를 줄여주는 등 말 그대로 스마트 크루즈컨트롤이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1400 정도를 유지한다. 꽉 찬 힘은 주행 품질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2.2t이 넘는 무게를 가뿐히 끌고 달리는 힘이다. 가볍게 달리는데 적당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묘한 조화다.

후륜 기반의 사륜구동시스템은 뒤에 전자식 차동제한 장치(eLSD)를 갖췄다. 테리언 모드를 통해 스노, 머드, 샌드 등의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거친 오프로드에서도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한 것. 시승코스에 오프로드가 없어 이를 확인하지 못한 게 아쉽다.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카메라와 내비게이션 정보를 취합해 주행 방향의 노면 상황에 맞게 서스펜션의 강도를 조절한다. 앞길을 내다보는 선견지명이 있는 서스펜션이다.

신호대기 중 넋 놓고 있다가 앞차가 출발하는 것을 모르고 있을 땐 가벼운 경고음과 함께 전방 차량이 출발했다는 메시지도 보여준다. 차로이탈 방지와 차간거리 조절은 능숙한 운전자처럼 자연스럽게 해낸다.

7개의 에어챔버가 내장된 에르고 모션 시트는 주행 모드에 따라 반응한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몸에 착 달라붙었다가 컴포트 모드에선 느슨하게 풀어준다. 회전할 때에는 몸이 쏠리는 방향을 지지해준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카카오 i 기반의 음성명령 시스템은 오락가락한다. “실내 온도 22도로 해줘”하고 명령하면 말하는 내용을 그대로 모니터에 받아적는데 정작 반응은 주변 지역의 날씨를 안내해주는 식이다. 좀 더 완성도를 높여야 하겠다.


오락가락하는 건 또 있다. 차선변경 시스템이다. 고속도로 주행보조 시스템에 추가된 기능인데, 될 때보다 안될 때가 더 많았다. 뒤에 따라오는 차가 없어 공간이 비어있는데도 차선을 바꾸지 못하곤 했다. 의욕이 앞서 너무 일찍 양산차에 적용한 건 아닌가 싶다. 이 역시 좀 더 숙성시켜야 할 부분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돌출된 모니터는 늘 불안하다. 사각형으로 돌출된 모니터는 안전에 도움이 안 된다. 매립하는게 바람직하다. 누누이 얘기하다시피, 사람이 부딪힐 위험이 있어서다. 자동차에서는 안전이 최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