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무쌍한 미니다. 미니라는 이름 하나로 수많은 차들을 만들어낸다. 세단, 쿠페, 해치백, 컨버터블, SUV에 왜건까지. 여기에 고성능 JCW 버전이 있고 가솔린과 디젤이 더해지면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의 차들이 펼쳐진다.

그 많은 미니 앞에 프리미엄 소형차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 말을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불필요한 수식어다. 미니는 그냥 미니일 뿐, 어떤 카테고리에 묶어버리기엔 자유분방이 넘치는 차다.

이번엔 클럽맨이다. 시승 모델은 미니 쿠퍼 하이트림 클럽맨. 슈팅 브레이크 스타일을 미니스럽게 해석했다. 2015년 등장한 3세대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슈팅브레이크. 사냥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차라는 의미를 담은 말이다. 우리에겐 왜건이라는 말이 더 친숙하다. 미니는 사냥이 친숙한 영국 분위기를 살려 슈팅브레이크로 이 차를 구분한다. 독일 BMW에 넘어간 지 오랜 미니지만, 미니는 영국차다. 영국 국기 유니언 잭이 이 차의 리어램프에 그려진 이유다.

트렁크에 적용한 스플릿도어가 특징이다. 주머니에 키를 넣고 범퍼 아래를 발로 툭 차면 열린다. 트렁크 바닥엔 숨은 공간을 추가로 만들었다. 적재공간은 360ℓ로 뒷좌석을 접으면 1,250ℓ까지 확장된다. 작아서 미니지만 넉넉한 창고를 가진 셈이다.

작아서 미니일텐데, 트렁크 공간은 넓다. 명색이 슈팅브레이크인 만큼 사냥개도 태워야 하고, 총도 넣어야 하고, 사냥한 짐승도 싫어야 한다. 덩치 큰 개에겐 비좁을 듯하고, 닥스훈트나 비글 정도가 딱 좋겠다.

몇 개의 숫자들이 이 차를 말해준다. 3기통 1.5ℓ 가솔린 엔진, 7단 DCT, 136마력 등이다. 1,480kg의 공차중량, 마력당 무게비는 10.88kg이다. 제원표상의 0-100km/h 가속 시간은 9.2초, 공인 복합연비는 11.5km/L다.

인디언 섬머레드. 서쪽 하늘을 은은하게 물들이는 따뜻한 색을 가져왔다. 미니 특유의 블랙필러가 지붕을 떠받치고 있다. 원형 램프도 여전하고, 라디에이터 그릴은 조금 커졌다.

실내는 동그라미 천국이다. 스티어링휠, 계기판, 센터페시아 정보표시창, 도어 그립 등등 사방에 동그라미를 그려놓았다.

2열 시트는 1열보다 조금 높게 배치해 뒷좌석 시야를 조금이라도 더 배려하고 있다. 센터 터널은 손바닥 높이로 솟아 공간을 좌우로 나누고 있다. 무릎 앞으로는 주먹 두 개가 꽉 찬다. 여유 있다고 하기엔 무리지만, 미니에겐 충분한 공간이다. 머리 위도 공간이 제법 남는다.

동그라미 천국. 수많은 동그라미가 대시보드를 꽉 채우고 있다. 미니 특유의 재기발랄한 위트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벽시계 같은 센터페시아의 원형 모니터는 터치스크린이다. 또한 변속레버 아래 있는 죠크셔틀로도 조절할 수 있다.

헤드업디스플레이는 숨어있던 반사판이 올라오는 컴바이너 타입이다. 비행기 조종사가 된 기분으로 빨간 버튼을 누르면 시동이 걸리고 헤드업디스플레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주행모드는 스포츠, 미드, 그린이 있다. 스포츠 모드로 강하게 다루면 엔진 소리가 살아난다. 고속 주행까지 밀고 올라가는 느낌이 시원시원한 건 아니지만 3기통 엔진으로 고속 주행을 거뜬히 해내는 게 기특하다. 136마력, 큰 힘은 아니지만 끈질기게 물고 달리며 속도를 올린다. 배기량의 한계를 느낄 수 있을 만큼 엔진 소리는 썩 듣기 좋은 수준은 아니지만, 제법이다 싶을 만큼 꾸준하게 힘을 끌어낸다.

고속 주행에서 노면 굴곡에 따라 흔들리는 진폭이 느껴진다. 체감 속도와 실제 속도 간 차이는 거의 없다. 달리는 속도 그대로의 속도감이 정직하게 다가온다.

시속 100km에서 1,900rpm을 커버한다. 3기통 1.5 엔진인 만큼 엔진 회전수는 조금 높다. 같은 속도에서 3단을 택하면 5,500rpm까지 오른다. 가속페달에 발을 얹고 달릴 때 계기판에 가속페달 표시가 뜬다. 페달에서 발을 떼라는 것. 지시대로 발을 떼면 탄력주행으로 전환한다. 달리던 관성으로 차는 움직인다. 80~90km/h 구간에서 노면 잡소리나 바람 소리는 거의 없다. 잔잔하게 깔리는 정도의 소리다.

하체가 단단하다. 그래도 초기 미니에 비하면 많이 부드러워진 편이다. 과속방지턱을 툭 치고 넘어가는 느낌이 여유 있다. 단단하지만, 살짝 충격을 품어 안을 줄도 안다.

조향 반응은 여전히, 아주 예민하다. 스티어링휠 락투락 회전수는 2.5. 차의 크기와 성격에 딱 맞는 조향비다. 스티어링휠을 살짝 움직였는데 차체 반응은 컸다.

제동 반응이 가장 인상 깊다. 시속 100km에서 체중을 싣고 강하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는데, 앞이 잘 버티며 속도를 줄였다. 크게 흔들리지도, 콱 숙여지지도 않는다. 타이어와 서스펜션이 달리는 차체의 속도와 무게를 거뜬히 감당해내고 있다. 가속이 대견했다면, 제동의 느낌은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탁월했다.

코너에서는 시트가 돋보인다. 다소 불안한 반응인 차체의 거동을 시트가 한 번 더 걸러주고 있다. 몸에 힘을 빼고 기대면 시트가 딱 받쳐주며 더 이상의 흔들림을 막아준다. 장거리 운전을 할 때 피로감을 줄여주는 요소다.

GPS 계측기를 이용해 0-100km/h 가속 시간을 체크했다. 9.19초의 최고 기록을 얻었다. 메이커 공식 기록 9.2초를 앞서는 기록. 일반 운전자도 이 차의 최고 성능을 끌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파주-서울간 55km를 경제 운전으로 달리며 연비테스트 결과는 18.0km/L. 공인 복합연비 11.5km/h를 훌쩍 뛰어넘는 기록이다. 교통체증이 심해 55km를 1시간 28분 동안 평균속도 39.9km/h로 달린 결과여서 더 의미가 크다.

미니 클럽맨에는 가솔린 3개 트림, 디젤 3개 트림이 있다. 시승차인 뉴 미니 쿠퍼 하이트림 클럽맨 판매가격은 4,190만 원.

때마침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미니에 가장 잘 어울리는 시기다. 크리스마스엔 이 차를 타고 싶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트렁크의 스플릿 도어 열고 몸을 숙일 때 리어 스포일러에 머리가 닿는다. 서두르다 부딪히면 다칠 수 있다. 차체가 낮아서 스포일러가 머리에 부딪히기 딱 좋은 위치에 자리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는 하다. 그래도 조심하라는 의미에서 짚어본다.


최신형 모델이지만 이렇다 할 주행보조 시스템은 없다. 크루즈컨트롤뿐이다. 차로이탈경고 장치도 없고,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도 아니다. 소비자들 눈높이에 안 맞는다. 주행보조 시스템은 편의장비가 아닌 안전장치다. 필요한 최소한의 수준으로 주행보조 시스템은 갖추는 게 좋겠다. 2019년 등장한 최신형 모델에서 풍기는 ‘응답하라 1988’의 향기는 어울리지 않는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