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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더 뉴 A220, 작아도 강한 존재감

프리미엄 브랜드의 소형차. 쉽지 않은 조합이다. 작은 차가 고급스러울 수 있을까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해야 하는 일이어서다. 메르세데스 벤츠 A220을 통해 그 답을 구해 보자.

더 뉴 A 클래스 A220 해치백이다. 4,420×1,795×1,430mm의 크기다. 소형차라고는 하지만 국내 기준으로 보면 준중형급이다. 아반떼보다 조금 작은 크기에 2.0 가솔린 엔진을 얹었다.

야무지게 생겼다. 어쩌면 얼굴 한가운데 새겨넣은 삼각별을 보고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일지 모른다. “오! 벤츠야?” 하는 감탄사의 앞에는 “이렇게 작은 녀석이”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다. 크고 멋스러운 벤츠에 익숙한 이들에게 이처럼 작은 벤츠는 뜻밖의 존재다.

추켜올린 눈꼬리처럼 각을 세운 헤드램프, 삼각별 옆에 날개처럼 펴진 은색 그루브가 주는 인상은 강하다. 음영을 넣은 옆모습은 밝은 부분과 그늘진 부분이 마치 톱니처럼 맞물리고 있다. 휠 하우스 안에는 55시리즈 17인치 브리지스톤 타이어가 있다.

해치백이다. 트렁크 리드를 생략한 모습. 해치백은 대중 브랜드에 익숙한 스타일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와는 어울리지 않는 형식이다. 물론,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해치백 모델들이 있기는 하지만, 늘 비주류다.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해치백은 양념처럼 존재하지만, 주력 모델일 수는 없는 운명이다.

뒤에는 삼각형에 가까운 타원형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가 마치 헤드램프처럼 배치됐다. 배기구는 범퍼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안으로 숨겨놓았다.

휠베이스는 2,730mm로 비교적 넓게 잡았다. 아반떼는 4,620mm 길이에 휠베이스는 2,700mm다. A220이 아반떼보다 길이는 200mm 짧지만, 휠베이스는 30mm 더 길다.

휠베이스는 중요한 요소다. 실내 공간을 결정짓는 근본 요인이 될 뿐 아니라 차체의 움직임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휠베이스가 길면 실내 공간이 넓어지고, 덜 흔들린다. 휠베이스가 짧으면 반대가 된다.

실내에 들어서면 작은 크기는 사라지고, 화려한 대시보드가 눈 앞에 펼쳐진다.

“역시 벤츠네!”

다양한 기능 버튼을 장착한 스티어링휠, 계기판과 정보표시창을 하나의 틀 안에 합쳐놓았고, 터빈 형태의 송풍구, 변속 레버 주변의 주요 기능을 조절하는 버튼들까지 고급스러운 느낌을 물씬 풍긴다. 화려한 벤츠의 인테리어다.

센터페시아의 정보표시창은 다양한 방법으로 조작할 수 있다. 터치스크린, 스티어링휠의 버튼, 변속 레버 앞에 있는 터치 패드로 조작할 때마다 햅틱 반응이 더해진다.

반전. 내비게이션이 없다.

스티어링휠은 3회전 한다. 차 크기보다 조금 여유로운 세팅인데, 실제 주행 과정에서는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2.0 가솔린 터보 엔진은 7단 DCT와 합을 맞춰 190마력, 30.6 kgm의 힘을 낸다. 주행모드는 에코 컴포트 스포츠 인디 비주얼 4개 모드가 준비됐다.

시속 100km에서 1,500rpm 전후를 보인다. 2.0 엔진이라면 조금 더 회전수를 낮출 수도 있지 않았을까. 같은 속도에서 3단 5,100rpm까지 커버한다.

노면 잡소리와 바람 소리가 잔잔하게 섞여 들어온다. 소형 해치백임을 감안하면 조용한 편이다.

킥다운 버튼 오른발로 꾹 눌러 달리기를 시작했다. 두어 차례 직결감 있는 변속감을 거쳐 계기판 속도계가 고개를 쳐든다.

적당한 흔들림은 작은 차의 숙명이다. 하지만 차가 흔들린다는 느낌을 받을 때는 제법 빠른 속도였다. 지붕을 타고 넘는 바람 소리도 원인은 빠른 속도였다. 사이드미러 안쪽으로 만든 에어로 핀이 눈에 들어온다. 공기저항계수 0.27. 해치백이 0.3 미만의 공기저항계수를 기록했다는데 의미가 크다.

챙겨봐야 할 부분은 인공지능이 적용됐다는 MBUX. 자연스러운 음성명령으로 필요한 부분을 조작할 수 있다. 안녕 벤츠, 헬로 벤츠 등의 호출에 반응하고, “실도 22도로 해줘” “바람 세기 3단계” 등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고 구현해낸다. 인공지능이 적용됐다는 건, 관련 데이터가 쌓이면 훨씬 더 자연스럽고 똑똑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것, 앞으로 더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자동차의 주요 승부처가 기계적인 완성도에서 벗어나 디지털, IT 기술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190마력, 공차중량 1430kg, 마력당 무게비는 7.52kg. 7초 전후로 시속 100km를 주파할 수 있는 힘이다. 제원표에는 0-100km/h 가속시간이 6.9초로 나온다. GPS 계측기를 이용해 0-100km/h 가속 시간을 측정했다. 모두 7차례 직선로를 왕복한 결과 7.35초의 최고 기록을 얻을 수 있었다. 평균 7.71초. 급가속을 할 때 초반 휠 스핀이 있었고 아주 잠깐의 멈칫거림도 느껴진다.

작은 체구로 제법 강한 가속력을 보인다. 어쩌면 작아서 더 강한 힘을 끌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크지 않은 체구로 중원을 누비는 축구선수 매시처럼, 이승우처럼 재빠르다. 고속주행에서 “해치백 맞아?” 할 정도로 단단하고 야무진 주행반응을 보인다. 작은 녀석이 야무지다.

가속보다 인상적인 건 제동이다. 시속 100km에서 체중을 실어 브레이크를 밟았다. 동시에 스티어링휠까지 조작했다. 앞이 숙여지는 느낌이 아니다. 앞이 숙여진다기보다 강하게 버티는 느낌이 컸다. 조향 반응도 정확하게 이뤄진다. 비상등이 함께 켜진다. 과한 요구를 잘 받아준다.

코너링은 전륜구동답지 않다. 네 바퀴가 딱 버티는 정도의 느낌은 아니지만, 조금 빠르게 진입을 했는데 무리 없이 받아주는 느낌. 한계다 싶을 때 엑셀 오프만으로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조금 과한 코너를 시도했지만 힘들어하지 않고 무난하게 마무리했다.

파주에서 서울 서초동까지 55km를 1시간 11분 동안 평균 속도 47km/h로 달린 실주행 연비는 18.9km/L. 공인 복합연비 12.3km/L보다 리터당 6.6km를 더 달리는 효율을 만날 수 있었다.

문제는 다시 ‘프리미엄’과 ‘소형’의 충돌이다. 작은 차가 프리미엄일 수 있나, 프리미엄이 소형일 수 있는가. ‘프리미엄 소형차’는 자칫 형용모순에 빠지기 쉽다.

가격은 프리미엄이다. 3,830만 원. 4,000만 원 미만으로 가격을 정했지만, 옵션이 있다. 167만 원짜리 커넥트 패키지에는 키리스고, 앰비언트 라이팅, 무선 충전장치, 미디어 케이블 등이 더해진다. 프로그레시브 패키지는 243만 원이다. 인조가죽 스포츠시트, 프로그레시브 라인의 내외관 디자인, 파노라믹 선루프 등이 포함된다. 두 개의 옵션을 더하면 4,240만 원. 프리미엄 브랜드니까 가능한 가격이다.

공간 자체가 주는 고급스러움은 어차피 작은 차의 몫이 아니다. A220은 인테리어에서 그 부족함을 어느 정도 커버해내고 있다. 또한, 주행 반응에서도 최고의 프리미엄은 아니지만, 차급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주행보조 시스템이 없다. 크루즈컨트롤만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이 아니다. 차선 유지 보조시스템도 없다. 키리스 엔트리 시스템도 아니다. 프리미엄이라고 하기엔 없는 게 너무 많다. 최고급 아파트라는데, 열쇠구멍에 키를 넣어 문을 열고, 빗자루질하며 청소하는 격이다.


주행보조 시스템은 편의장치임과 동시에 안전장비다. 운전자의 빈틈을 채워주는 주행보조 시스템이 없다면, 2019년 기준으로 안전한 차라고 할 수 없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삼각별만으로 프리미엄이라고 주장하기에, 소비자들은 이미 눈이 높고, 선택지도 많다. 삼각별을 앞세워 너무 빡빡하게 소비자들을 대하는 건 아닌가.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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