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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3, 다 빼고 꽉 채운 전기차

테슬라 모델 3가 드디어 한국에 왔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2017년에 예치금까지 걸고 기다렸던 차다. 몇 차례 연기되면서 과연 만나볼 수 있을지 의심도 받았던 그 차가 이제 태평양을 건너 한국에서도 출시된 것. 마침내 꿈이 이루어진 걸까?

테슬라가 실리콘밸리에서 만든 전기차. 모델 S가 고급형이라면 모델 3는 보급형이다. 가격을 5,000~7,000만 원대로 낮췄다. 전통적인 자동차의 모습에서 살짝 벗어나 디지털 기기다운 모습도 보인다.

3개 트림이 있다. 후륜구동인 스텐다드는 5,239만 원,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 352km다. 롱레인지는 6,239만 원, 사륜구동으로 446km까지 달린다. 퍼포먼스는 7,239만 원, 주행가능거리 415km다. 시승 모델은 모델 3 퍼포먼스 트림.

텅 빈 아파트에 들어선 기분이다. 계기판은 물론 운전석 주변의 그 많은 조종장치, 버튼들을 싹 치워버렸다. 단 하나 살아남은 버튼은 비상등조차 지붕에 배치해 대시보드를 깨끗하게 비웠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다. 그동안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그 많은 것들이 없어도 되는 것이었음을 모델 3가 증명하고 있다. 발상의 전환은 이런 것이다

스티어링휠 하나가 달랑 있을 뿐이다. 나머지는 싹 몰아서 15인치 터치스크린 모니터 안에 집어넣었다. 그 안에서 트렁크를 열고, 주행모드를 설정하고, 배터리 충전량을 정하고 등등 거의 모든 조작을 한다. 글로브 박스도 모니터를 터치해 연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통해 고화질 동영상도 시청할 수 있다.

기존 자동차 메이커라면 도저히 이렇게 만들 수 없었을 것이라 장담한다.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이 무엇인지 골라서 몇 개의 버튼을 남겨뒀을 것이고 그런 과정에서 하나 두 개 늘어나는 버튼들이 한구석을 채우게 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한 테슬라여서 가능한 결단이다. 백지상태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후발주자의 장점은 이처럼 엉뚱한 곳에서 드러난다.

시동 버튼도 없다. 카드키를 B필러에 대서 도어를 열고 실내에 들어가 센터 콘솔 앞 정해진 곳에 태그하면 출발 준비 끝이다.

뺄 것을 다 뺏지만, 그래서 빈집 같아 보이지만 실속은 꽉 찼다. 다른 차에선 찾아볼 수 없는 기능들을 그 안에 빼곡하게 채운 것.

배터리는 중요한 두 가지의 역할을 수행한다. 전력을 공급하는 것, 그리고 묵직한 무게감으로 차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다. 차체 바닥에 깔아놓은 360V 고전압 리튬이온 배터리는 18650에서 21700으로 사이즈를 바꿨다. 차 바닥에 배터리를 쫙 깔아놓았다고 보면 된다.

바닥이 무거워 오뚜기 같은 균형을 갖추게 된다. 넘어질 듯 넘어지지 않고 균형을 잡은 오뚜기처럼, 무게중심을 낮춰 놀라운 안정감을 갖게 된 것.

배터리는 충전량을 설정할 수 있다. 절반만 충전할지 100%를 충전할지 혹은 20%만 충전하고 다닐지. 100% 충전을 고집하는 건 조금 미련한 짓일 수 있다. 완충에 가까울수록 충전시간이 오래 걸리는 충전지연이 발생해서다. 도심 출퇴근하는 정도라면 50%만 충전해도 불편하지 않다.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415km지만 배터리 잔량 90%에서 주행가능거리가 419km로 표기된다. 실제로는 조금 더 멀리 갈 수 있는 것. 하지만 배터리는 기온에 민감해 여름과 겨울에는 성능이 떨어진다.

미국서 온 차인데 한글도 잘 알아듣는다. 음성명령을 해보면, 모니터에 한글로도 표기해주는데 거의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모델 3의 오토파일럿 기능에는 오토 스티어 기능이 포함된다. 차선변경까지 스스로 해내는 것. 오토파일럿을 작동시키고 방향지시등을 켜면 뒤에서 오는 차를 인식하고 공간이 비어있을 때 스스로 조향해 차선변경을 완료한다. 신통방통한 녀석. 차선변경이 어려워 가슴 졸이는 일이 모델3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됐다.

차의 경고를 주의해야 한다. 스티어링 휠을 흔들어보라는 경고가 나오고 반응하지 않으면 오토파일럿을 해제시켜버리는 것. 남은 주행 구간에서는 오토파일럿이 활성화되지 않는다.

차량호출 기능도 있다. 운전자는 내린 채 차만 움직여 주차장에 넣고 빼고 할 수 있는 기능이다. 7.5m가량 움직이는데,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야 한다.

계기판이 없어 운전석 시야가 탁 트였다. 스티어링 휠은 정확하게 2회전 한다. 아주 예민해서 신경질적인 반응으로 느껴질 만큼 빠른 반응을 보인다. 작게 조향해도 크고 빠르게 반응하는 것.

앞은 더블 위시본, 뒤는 멀티링크 서스펜션으로 구성했다. 부드럽다. 거친 느낌이 없다. 과속방지턱을 부드럽게 잔진동 없이 넘는다. 편안한 세단의 모습을 보인다.

두 개의 모터를 앞뒤로 배치해 각각 구동하는 사륜구동시스템이다. 모터 하나가 고장이 난다 해도 남은 하나로 움직이면 된다. 안전하고 합리적이다. 고속주행과 코너에서 빛을 발하는 사륜구동의 장점은 그대로다.

앞에 208마력, 뒤에 275마력의 모터를 각각 배치하고 총 480마력의 힘을 낸다. 공차중량 1,860kg이나 마력당 무게비는 3.87kg이 된다.

메이커가 밝히는 이 차의 0-100km/h 가속 시간은 3.4초. GPS 계측기를 이용해 측정해본 시간은 4.23초가 가장 빨랐다. 테스트한 모든 결과가 4초대를 기록했다. 가속의 느낌은 비행기의 이륙 순간을 연상하면 된다. 날개만 달면 바로 날아오를 듯한 놀라운 가속감을 느낀다.

체감성능은 제원표상의 숫자를 훌쩍 뛰어넘는다. 상상 이상의 힘이다. 빠르게 달리는데 엔진 소리가 없다. 들리는 건 오직 하나 바람 소리다. 공기저항 계수는 0.23. 바람조차 비껴간다.

운전이 심심할 때는 토이박스 기능을 즐길 수 있다. 캐럴이 들리는 산타 모드도 있고 무지개빛 도로를 달리는 레인보우 로드도 있다. 화성의 모습을 볼 수도 있고, 뿡뿡 거리는 다양한 방귀 소리를 들려주기도 한다.

자동차의 기능과는 아무 상관없는, 장난기 가득한 장치인데, 이 역시 테슬라여서 시도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백지상태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장난기와 넘치는 상상력을 뜬금없이 끼워 넣은 것. 재미있다. 가진 게 없어, 잃을 것도 없는 이의 도전이 그려낸 모습이다.

차에는 이미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한 하드웨어가 장착되어 있다. 770만 원을 더 내면 된다. 차후에 자율주행 기능이 가능한 시기가 되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자율주행 기능을 쓸 수 있게 된다.

5,000만~7,000만 원대에서 가격이 결정됐다. 모델 S에 비하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 정부와 지자체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받으면 그 부담은 더 줄어든다. 전기차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는 지역에서는 가장 저렴한 모델을 3,000만 원대에서 노려볼 수 있게 된 것. 테슬라를 이 가격에 살 수 있다면, 솔깃 귀를 기울일 사람들이 적지 않겠다.

이 차의 공인 복합연비는 4.7km/kWh. 파주에서 출발해서 서울 교대역까지 55km를 달리며 실제로 측정해본 연비는 6.57km/kWh였다. 공인복합 연비보다 kWh당 2km 가까이 더 달리는 놀라운 연비를 보인 것. 가을 오후, 최적의 날씨도 좋은 연비에 한몫했다. 한겨울이라면 연비가 이 정도로 좋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조립품질이 아쉽다. 헤드램프와 이를 둘러싼 철판 사이에 공간이 넓게 남아 있고 2열 차창을 내릴 땐 유리가 밀리며 “끼익” 거리는 소리도 난다. 도어 트림의 고무 패킹 연결부는 제대로 마무리가 안 됐다. 만들다 만 것 같은 모습이다. 실내에서 보면 B필러와 2열 도어 사이에도 틈새가 넓다. 최첨단 전기차의 스티어링 휠은 세련된 모습과 거리가 멀다. 오래된 스타일이다. 이미 소문을 듣고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마주하니, 보는 사람이 미안할 정도다. 디지털 및 IT 기술은 저만큼 앞서 달리는데 하드웨어를 만들고 조립하는 수준은 저 뒤에서 헉헉대며 쫓아오는 상황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부조화가 유체이탈 수준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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