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코리아가 정상화를 향한 발걸음을 차근차근 내딛고 있다. 이번에는 티구안. 2020년형으로 투입하며 국내 소비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가로 라인을 강조한 단정한 모습. 몸에 착 감기는 슈트를 차려입은 모습이다. 칼날 같은 주름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보닛에는 좌우 두 개의 라인을 선명하게 그어 V라인을 완성하고 있다. 헤드램프 아래에는 보석 같은 램프를 촘촘히 박아넣었다.
측면에는 차체를 파고드는 강한 라인을 넣었다. 직선을 강조하며 차분하고 단정하게 디자인을 완성했다.
소형 SUV지만,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준중형급이라는 설명이 더 적절하겠다.
4,485×1,840×1,665mm 크기로 이전보다 더 길고 넓어진 대신 차체 높이를 낮춰 훨씬 매끈한 모습으로 완성했다. 길이가 55mm 늘어났는데 휠베이스는 75mm를 확대해 2,680mm가 됐다. 덕분에 차급을 뛰어넘는 공간을 확보했다. 뒷좌석에 앉아보면 중형급 공간이다. 무릎 앞으로 주먹 두 개가 넉넉히 들어간다. 중형 SUV가 부럽지 않다.
운전석 시트는 몸을 제대로 지지해준다. 몸이 시트 바깥으로 밀려 나가지 않도록 단단히 지지해주고, 엉덩이도 시트에 밀착된다. 요추 지지대를 갖추고 있고 3명까지 체형을 기억하는 신형 시트다.
2열 시트는 3개 시트를 제각각 접을 수 있고, 등받이를 누일 수도 있다. 시트는 180mm 앞뒤로 슬라이딩까지 된다. 덕분에 2열 공간은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다. 트렁크는 615ℓ에서 최대 1,655ℓ까지 확장할 수 있다.
뒷좌석용 간이테이블도 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정도를 올려놓을 수 있고, 아이들 간식을 먹을 수 있을 정도의 테이블이다. 센터 터널이 손바닥 높이로 솟아 있지만 불편하게 공간을 제한할 정도는 아니다. 별것 없을 것 같은 뒷좌석 공간인데 자세히 살펴보면 요모조모 알뜰한 기능들을 집어넣어 기능적인 공간으로 만들었다.
2.0 TDI 디젤엔진은 7단 DSG와 맞물려 150마력의 힘을 낸다. 제원표상 숫자만으로 보면 그리 강한 힘이 아니지만, 실제 달려보면 제법 야무진 힘을 뽐낸다. 거침없이 고속까지 치고 나간다. 시승차는 앞바퀴 굴림이지만 고속주행에서도 큰 흔들림 없이 안정감 있게 움직였다.
처음 시동을 걸면 디젤엔진 특유의 소리와 진동이 느껴지지만,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런 느낌은 사라지고, 조용하고 차분한 반응이 이어진다. 차가 멈출 때마다 거의 어김없이 엔진도 작동을 멈추기 때문에 디젤엔진의 공회전 반응을 만날 일은 거의 없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1,500rpm을 유지한다. 같은 속도를 유지하면서 시프트 다운을 이어가면 4단 3,000rpm까지 커버한다. 엔진 회전수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공차중량 1,691kg으로 마력당 무게비 11.7kg이지만 메이커가 밝히는 0-100km/h 가속 시간은 9.3초다. 출력과 무게를 고려한 파워밸런스에 비해 우수한 가속 성능을 보이는 것. 실제 GPS 계측기를 이용해 측정했을 때 최고 기록이 9.96초를 기록했다. 10초 이내에 시속 100km를 돌파하는 것. 소형 SUV로서는 만족할만한 동력성능이다.
사이드미러 형상을 다듬는 등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여 공기저항 계수는 0.32에 불과하다. 차체 단면적이 넓을 수밖에 없는 SUV로서 상당히 우수한 수준이다.
그래서일까 주행 중 바람 소리는 심하지 않다. 고속주행 중이 아니라면 거슬릴 정도의 바람 소리를 들을 일은 없다. 100km/h 전후에서 노면 잡소리는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잔잔하게 깔리는 정도의 바람 소리가 들릴 뿐이다.
앞에 맥퍼슨 스트럿, 뒤에 멀티 링크 서스펜션은 무난한 편이다. 서스펜션의 느낌은 단단하지만, 노면 충격을 받거나 과속방지턱을 넘어갈 때는 부드럽게 반응한다. 딱딱한 서스펜션에서 전해지는 부드러운 느낌이 생소하다.
평소보다 조금 더 빠르게 코너를 돌아나가는데 하체가 힘들어하지 않는다. 타이어 소리가 들려야 하는 정도의 빠른 속도였지만 235/55R18 사이즈의 피렐리 타이어는 끽소리 내지 않고 조용하게 빠른 코너링을 소화해냈다. 차급에 비해 과하다 싶은 타이어 선택이 빛을 내는 순간이다.
시속 100km에서 급제동을 시도하며 스티어링휠도 함께 조작했다. 제동과 조향이 정확하게 작동했다. 차체가 높은 SUV지만 강하게 버티며 앞으로 처박히려는 차체를 잡아줬다. 생각보다 많이 숙이지는 않았다. 기대보다 잘 버틴다.
다양한 주행보조장비들을 준비하고 있다. 시속 160km까지 커버하는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보행자 모니터링 시스템, 트래픽잼 어시스트, 레인 어시스트, 사이드 어시스트 플러스, 후방 트래픽 경고, 피로경보, 다중 충돌 방지 브레이크, 액티브 보닛 등이 적용돼 차의 안전을 전방위로 커버하고 있다. 안전뿐 아니라 운전의 편리함에도 한몫 단단히 기여하는 부분들이다.
스티어링 휠과 가속페달에서 손과 발을 떼고 이른바 반자율 운전을 시도하면 차간 거리를 조절하고 차로 중앙을 유지하며 유연하게 스스로 움직인다. 8-10초 간격으로 스티어링 휠을 잡으라는 경고만 없다면 고속도로에서는 자율운전이 가능하겠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 빠르게 속도를 높여가면 7단 DSG의 직결감 있는 변속 반응이 재미있다. 더블 클러치 변속기는 0.02초 만에 변속을 마무리한다. 성능과 연비 모두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DSG다.
0-100km/h 가속 테스트를 한 결과를 그래프로 보면, 변속하는 순간의 힘찬 변속 반응이 드러난다. 변속이 일어나는 순간의 힘의 변화가 그래프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 다이내믹한 DSG의 특성이다.
배기가스 후처리 방식은 요소수를 이용하는 선택적 환원촉매 방식(SCR)이다. 연료 주입구 옆에 요소수 주입구가 자리했다.
소형 SUV라고는 하지만 성능, 편의장비, 주행보조장비 면에서 차급을 뛰어넘는 티구안이다. 이 정도라면 만족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SUV 바람을 타고 사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부분중 하나가 수입 소형 SUV 시장이다. 벤츠 GLA, BMW X1, 볼보 XC40 등이 포진한 만만치 않은 시장이다. 티구안이 상대해야 할 경쟁 차종들.
티구안은 이들 중 유일한 디젤 모델이다. 가솔린 엔진에 비해 부족한 출력, 다소 거친 주행 반응은 약점이겠지만, 중저속에서 더 중요한 토크를 생각하면 디젤이 유리하다. 티구안의 최대토크는 34.7kgm로 X1, XC40보다 우위에 있다.
효율, 즉 연비 면에서도 디젤이 유리하다. 장거리 주행을 많이 하는 운전자라면, 가솔린보다는 디젤엔진을 택하는 게 연료값을 아끼는 비결이다. 티구안의 연비는 14.5km/L. 파주-서울간 55km를 달리며 측정해본 실주행 연비는 19.1km/L. 55km 중 30km가량이 교통체증이었을 만큼 주행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공인복합 연비를 훌쩍 뛰어넘어 20km/L에 육박하는 수준의 연비를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차 크기를 보면 티구안이 경쟁 모델 중 가장 길다. 휠베이스는 XC40이 2,702mm로 티구안 2,680mm보다 유리하지만, 차체 길이가 티구안이 60mm나 더 길다. 실내 공간 면에서 크게 불리할 게 없는 체형인 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격이다. 티구안은 프리미엄 4,133만 원, 프레스티지 4,439만 원으로 경쟁 모델들에 비해 월등한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GLA는 4,560만~5,350만 원, X1이 4,900만~5,270만 원, XC40이 4,620만~5,080만 원이다. 기본 트림에서 400만 원, 최상위 트림 기준 900만 원가량 차이가 난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트렁크에서 뒷좌석을 접을 수 있는 레버가 아슬아슬하다. 레버를 힘껏 잡아당기면 부러질듯해서다. 레버 길이가 길고, 시트가 부드럽게 접히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힘을 줘야 접힌다. 가끔 시트가 접히지 않을 때도 있는데 강하게 힘을 줘 레버를 당기기가 부러질까봐 겁난다. 소형 SUV에 이런 장치를 만든 건 칭찬할만한 부분이지만, 이왕 만들었다면 좀 더 부드럽게 작동하도록 만들어야 하겠다.
리어 게이트를 열면, 모서리에 날카로운 각이 드러난다. 도어가 닫힐 때 그 아래 사람이 있다면 머리를 다칠 수 있다. 위험하다. 어떤 경우든 위험한 디자인은 피해야 한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