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A6 45 TFSI 콰트로.
메이커, 차급, 출력, 엔진, 구동 방식 등의 의미를 담은 이름이다. 45는 출력을 의미한다. 30, 35, 40, 45, 50, 55, 60 등의 숫자를 사용하는데, 힘이 셀수록 높은 숫자를 쓴다. 2017년부터 새로 도입한 작명법이어서 이제 익숙할 때도 됐지만 여전히 낯설다. 그 숫자의 의미가 확 와닿지 않는 것.
출력을 이름으로 쓰는 건, A6의 뿌리인 아우디 100도 그랬다. 출력 100인 중형세단이 아우디 100이었다.
7년 만에 풀체인지한 8세대 아우디 A6를 만났다. 참 오랜만의 만남이다. 우여곡절. 네 글자로 요약하기엔 참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은 모두가 아는 바다. 다시 아우디가 신형 A6를 앞세워 한국 시장에서의 정상화에 나섰다.
A6는 두 개 트림으로 판매된다. A6 45 TFSI 콰트로 S 트로닉(6,679만 7,000원) A6 TFSI 콰트로 프리미엄 S트로닉(7,072만 4,000원)이다. 프리미엄 트림을 시승했다.
4,950x1885x1,460mm의 크기. 휠베이스는 2,924mm다, 쏘나타보다 조금 크고 그랜저보다 조금 작은 사이즈.
범퍼 아래 두 개의 배기구 모양이 있는데 막혀 있다. 배기구는 범퍼 안쪽에서 마감하고 범퍼에는 모양만 만들어 놓은 것. 트렁크 리드 끝은 치켜올려 리어스포일러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긴장감 있는 모습이 보기에도 좋다.
2.0 가솔린 엔진에 터보, 7단 S트로닉 변속기로 파워트레인을 구성했다. 최고출력 252마력, 최대토크는 37.7kgm다. 엔진과 변속기는 차체의 정중앙에 세로로 배치해 좌우의 균형까지 고려하고 있다.
타이어는 앞뒤로 225/55R18 브릿지스톤 타이어를 신겼다. 편평비 55, 성능과 승차감의 균형점에서 살짝 승차감에 포인트를 준 선택으로 보인다.
4,950×1,885×1,460mm의 크기에 2.3 회전하는 스티어링휠로 조향한다. 예민한 반응을 기대할 수 있는 조향비다. 버추얼 콕핏 플러스로 이름 붙인 계기판은 깔끔한 그래픽으로 다양한 정보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센터패시아에는 듀얼 터치스크린으로 모든 기능을 커버하게 했다. 스크린 두 개를 모두 노출 시키지 않고 매립했다. 대시보드 디자인의 모범이다. 위에는 10.1인치 아래에 8.6인치 모니터다. 모니터를 꾹 누르면 실제 버튼이 눌리는 것 같은 햅틱 반응이 일어나면서 기능이 작동한다. 반드시 꾹 눌러야 한다. 누르지 않고 살짝 터지만 하면 반응하지 않는다.
버튼이 몇 개 없다. 시동 버튼과 카메라, 운전자 지원시스템, 오디오 볼륨 버튼이 전부다. 나머지는 모니터 터치를 통해 조작하게 했다.
물리적인 버튼이 사라지는 건, 자동차의 변화를 말해주는 부분이다. 기계적인 장치의 조합인 자동차에서 이제 IT와 전자기술의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는 것. 운전석에서 보이는 많은 것들이 앞으로 사라져갈 것이다. 10년쯤 뒤엔 어떤 모습을 만나게 될까. 지금과는 분명히 다른 형태일 것이다.
알루미늄 금속 재질과 고급 가죽, 그리고 원목의 질감을 살려 차분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완성하고 있다. 만듦새는 훌륭하다. 틈새 없는 마무리, 버튼의 느낌, 시각은 물론 손끝이 느끼는 질감이 독일 프리미엄 세단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분위기 있는 실내를 연출해주는 앰비언트 라이트는 30개 컬러를 준비하고 있다.
운전자 지원시스템을 최대화하면 거리경고, 아우디 프리센스, 사이드 어시스트, 교차로 보조시스템, 하차경고, 휴식권장 등의 기능이 활성화된다. 없다면 모를까, 있는 기능이라면 모든 기능을 활성화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이 콘솔 박스 안에 있고, 콘솔 커버는 위아래로 조정해 팔받침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중형세단에 걸맞은 뒷공간을 확보했다. 무릎 앞으로 주먹 두 개 정도의 공간이 남는다. 머리 위도 주먹 하나가 여유롭게 드나들 공간을 남겨 압박감을 없앴다.
다만, 벽처럼 솟아있는 센터 터널은 감수해야 한다. 콰트로이기 때문이다. 뒷차축으로 동력을 전달하는 드라이브 샤프트를 포기해야 센터 터널을 없앨 수 있는데, 아우디가 이를 포기할 리는 만무하다. 대신 시트는 제각각 접을 수 있어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저속으로 조용히 움직이는 고급세단의 정숙성은 그 자체로 강한 인상을 준다. A6가 그랬다. 분명 엔진은 돌아가고 있는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엔진 스톱이 일어나면 실내는 적막강산이 된다. 그만큼 조용했다. 엔진 스톱 상태에서는 스티어링 휠을 돌려도 엔진은 계속 잠을 잔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야 조용히 일어난다.
서스펜션의 느낌도 인상적이다. 단단한데 부드럽고, 무게감도 가졌다. 적당한 두께의 글러브를 끼고 때리는 타격감이다. 세팅이 잘 됐다. 노면 충격을 건너는 느낌조차 고급스럽다. 상태가 좋은 길에선 노면 소리가 거의 없다. 거친 노면에서는 잡소리들이 낮게 실내로 들어온다.
시속 100km에서 1,250rpm 정도다. 같은 속도를 유지하며 시프트 다운을 이어가면 3단 5,000rpm까지 변화한다. 7단 변속기로도 엔진 회전수를 높이지 않고 시속 100km를 커버한다.
변속기는 직결감이 있다. 가속페달의 킥다운 버튼을 밟으면 빠르게 가속을 이어간다. 시트가 몸을 미는 정도의 가속감을 느낀다.
엔진 소리는 힘이 있지만 큰 소리는 아니다. 힘을 가진 낮은 소리가 울리다가 속도가 빨라지면서 바람 소리에 묻힌다. 아주 빠른 느낌은 아니지만 252마력의 힘은 공차중량 1,820kg을 거뜬히 감당해낸다.
콰트로의 진가는 고속에서 빛난다. 놀라운 고속주행 안정감을 보여주는 것. 노면 굴곡을 따라 부드럽게 흔들리는 움직임을 완전히 숨기지는 못했지만, 속도에 비해 높은 수준의 차체 안정감을 보였다. 아우디의 사륜구동시스템 콰트로의 역할이다.
기계식 사륜구동시스템인 콰트로는 앞으로는 최대 70%, 뒤로는 최대 85%까지 구동력을 보낸다. 즉 어느 한쪽으로 100% 구동력을 보내는 일이 콰트로에서는 벌어지지 않는다. 어떤 상태에서도 네 바퀴가 구동하는 것.
주행 모드 다이내믹에 더해 변속기를 S로 세팅하고 시프트 다운을 하면 훨씬 강하고 예민한 힘을 만날 수 있다.
고속주행에서도 차체는 적당한 무게감을 유지하면서 노면에 밀착된 느낌을 유지한다. 빠른 속도, 그보다 훨씬 낮은 체감속도, 적당한 무게감, 그리고 안정된 자세. 콰트로의 진면목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콰트로 만세를 외치지 않을 수 없다.
코너에서도 콰트로는 진가를 발휘한다. 평소 늘 달리던 코스의 마지막 코너를 조금 더 빠르게 진입했는데도 무리가 없다. 코너 중간에 가속페달을 좀 더 밟을 여력이 있을 정도. 두 바퀴로 도는 코너와 네 바퀴로 도는 코너는 확실히 달랐다.
물론 콰트로여서 감당해야 할 부분도 있다. 무게와 동력의 손실, 그리고 연비다. 뒤차축에 더해지는 사륜구동 시스템은 그만큼 차체의 무게를 증가시키고 따라서 연비 면에서도 불리해진다. 엔진에서 만들어진 힘이 뒤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많지는 않지만 손실되는 부분도 없지 않다. 사륜구동차들이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다.
주행보조시스템은 흠잡을 데 없이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차간거리 조절, 차선 유지 모두 만족할만한 수준이다. 간간이 핸들을 잡으라는 경고만 없다면 이제 운전자의 손과 발은 운전에서 해방시켜도 좋겠다.
GPS 계측기로 이 차의 0-100km/h 가속 시간을 측정했다. 메이커가 밝히는 제원표상의 가속 시간은 6.3초. 실제로 측정한 기록 중 최고 기록은 6.89초였다. 묵직한 가속감이 인상적이었다. 시간을 잡아먹는 무게감이 아니라, 노면에 밀착하는, 고급세단에서 만나게 되는 묵직한 느낌이었다. 참고로 이 차의 마력당 무게비는 7.2kg으로 계산된다.
파주-서울 간 55km를 달리며 체크해본 연비는 16.0km/L였다. 공인복합 연비 11.4km/L도 사륜구동 세단치고는 우수한 연비인데, 이보다 훨씬 더 좋은 연비를 보였다. 어떤 차든 연비는 드라이버가 하기 나름임을 보여주는 결과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운전석 도어는 가끔 완전히 닫히지 않는다. 힘있게 닫을 때는 아무 문제 없지만, 무심코 대충 밀면 닫히다 만다. 꽉 닫히지 않고 도어 틈새가 벌어지는 것. 소프트 크로징 기능까지 기대하는 건 무리지만, 번번이 힘을 줘 꽝하고 문을 닫아야 하는 건 스트레스다.
스마트폰과 연결해 사용하는 ‘폰앱’ 기능은 아이폰과만 연동한다. 안드로이드폰은 사용할 수 없는 것. 안드로이드폰을 쓰는 입장이라면, 이 차를 선택할 때 걸림돌이 될 수도 있겠다.
대시보드에 날카로운 예각은 볼 때마다 불편하다. 보기에 좋지만, 안전에는 위협적인 요소다. 예쁜 여자의 손톱을 보는 느낌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