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e icon AutoDiary

볼보 XC90 D5 ‘안전과 효율’ 갖춘 합리적 플래그십 SUV

볼보 XC90을 다시 만났다. 지난 5월 만났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T8에 이어 이번엔 D5, 디젤 모델이다. 같은 모양이지만, 전혀 다른 장르다. 미래 지향적인 친환경 자동차가 T8이라면, 현실에 단단히 발을 딛고 있는 가장 현실적인 D5다.

신형 XC90은 2세대 부분변경 모델로 볼보의 플래그십 SUV다. 시승차는 XC90 D5 인스크립션 트림으로 7인승. 볼보의 상징인 아이언 마크를 입체적으로 다시 디자인했고 이를 감싸는 라디에이터 그릴도 새롭게 분위기를 바꿨다.

4,950×1,960×1,770mm의 크기에 휠베이스는 2,984mm. 제법 크다. 2열 시트 슬라이딩을 통해 3열 공간을 조절할 수 있다. 2열을 최대로 하면 3열은 무릎이 꽉 끼게 되고, 2열을 최대로 좁히면 3열 무릎 앞으로 주먹 하나 정도 남는 공간이다. 2열은 가장 좁을 때 주먹 하나가 남고, 가장 넓히면 공간을 따로 재볼 필요도 없이 넓은 공간을 만난다.

인테리어는 천연 리니어 월넛으로 포인트를 줬다. 천연 목재의 질감을 손끝이 먼저 느낀다.

센터패시아에 있는 9인치 터치스크린 안에 이 차의 모든 기능이 담겨있다. 툭툭 터치하며 기능 하나하나를 체크하고 선택하는 재미가 있다.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운전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제대로 선택하기 위해선 그 기능이 구체적으로 어떤 작동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 선택할 게 많다는 것, 공부해야 할 게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너라면, 틈틈이 차량 설명서를 읽어야 하는 이유다.

19개의 스피커를 갖춘 바워스 앤 윌킨스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은 입체감 있는 소리로 실내를 꽉 채운다. 소리를 최대로 올려도 음이 찌그러지지 않는다. 최고급 오디오다. 그런 소리를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 음향 경험 기능을 통해서다. 같은 소리를 콘서트홀, 스튜디오, 개별무대 등으로 들을 수 있다. 콘서트홀을 택하면 울림이 없는 깨끗한 소리를, 스튜디오 모드에서는 모든 좌석에 최적화된 음향을, 개별무대 옵션에서는 현장감 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입체감 있는 소리가 조금씩 달리 들린다. 개인적으로 택하라면 스피커의 울림이 몸으로 전해지는 스튜디오 모드를 고르겠다.

볼보가 마음에 드는 건, 모든 지능형 안전 시스템을 차종 구분 없이 기본 적용하기 때문이다. 대형이건, 소형이건, 기본 트림이건, 고급 트림이건 가리지 않는다. 소형이든 대형이든 차종을 가리지 않고 최고 수준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것. 인테리어, 소재, 편의 장비에서 차별을 둘 뿐이다. 안전에는 차별 없다는 메시다. 칭찬받아 마땅한 자세다.

긴급제동 기능을 포함하는 시티 세이프티, 시속 140km까지 커버하는 파일럿 어시스트2, 도로이탈 완화, 반대차선 접근차량 충돌 회피,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 등 일일이 손에 꼽기 힘들 만큼 많은 기능이 안전을 지키고 있다.

볼보의 시트는 과학이다. 경추보호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사고 시에 뒷부분이 먼저 주저앉는 등 과학적으로 설계해 최악의 상황에서도 탑승객을 최선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시트다. 그 기능은 경험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일이고, 경험한다면 불행 중 다행일 것이다. 그 시트에는 마사지 기능까지 포함돼 있어서 특히 장거리 운전할 때 무척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2020년부터는 볼보를 타다가 죽거나 크게 다치는 일이 없게 하겠다는 약속. 이제 두 달 남은 시점이다. 기대가 크다. 또 한편에선, 정말 그런 사고를 피할 수 있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스티어링휠은 정확하게 3회전 한다. 크기에 딱 맞는 조향비다. 이 큰 덩치가 날카로운 조향으로 움직이면 편안함을 잃고 쉽게 피로할 수 있다. 정지상태에서도 무척 가볍게 스티어링 휠이 돌아간다.

낮고 굵은 음색이 영락없는 디젤 엔진이다. 하지만 시끄럽거나 진동이 있는 것은 아니다. 2.0 디젤 터보 엔진은 235마력 48.9 kgm의 토크를 만든다. 1,750~2,250rpm에서 최대 토크가 나온다. 낮은 알피엠에서도 충분한 힘을 내주는 실용적인 엔진이다.

차가 멈추면 엔진도 멈춘다. 이 상태에서 스티어링 휠을 돌려도 엔진은 깨어날 생각을 않는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부드럽게 재시동이 걸린다.

8단 자동변속기는 변속 충격을 잘 걸러, 부드럽게 조율한다. 패들 시프트는 없지만 변속레버를 통해 수동 변속을 할 수 있다.

앞에 더블 위시본, 뒤에 인테그럴 링크 조합으로 서스펜션을 구성했는데 여기에 하나 더 있다. 리프 스프링이다. 상용차에 사용하는 방식과 달리 차축을 따라 가로 방향으로 배치된 리프 스프링이 차의 흔들림을 좀 더 정교하게 잡아준다. 차체의 안정감을 보완하는 볼보만의 방식이다. 274/45R20 사이즈의 컨티넨탈 타이어가 서스펜션과 합을 맞춘다.

에코, 컴포트, 다이내믹, 그리고 오프로드 모드까지 모두 4개의 주행모드가 있다. 다이내믹 모드에서 비교적 팽팽했던 가속 반응은, 에코 모드로 돌리면 허리띠 한 칸 더 푼듯한 느슨한 반응으로 바뀐다.

필요할 땐 제대로 힘을 쓴다. 디젤의 굵은 토크를 바탕으로 힘을 끌어모으며 꾸준히 가속을 이어간다. 고속주행 구간에 접어들면 엔진 소리가 점차 사라지고 바람 소리가 커진다. 차체 높이가 있어 노면 굴곡을 따라 수직 방향의 흔들림이 어느 정도 드러나지만 불안할 정도는 아니다. 사륜구동시스템이 주행안정감을 상당 부분 보완해주고 있다.

주행보조 시스템은 완성도가 높다.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놓고 있어도 스스로 차선의 중앙을 유지하며 빠르게 달린다. 시속 100km에서도 차선 이탈 없이 차로 중앙을 유지했다. 모범 운전자만큼 부드럽고 편하게 차를 컨트롤한다. 초보 운전자보다 훨씬 낫다.

시속 100km에서 1,600rpm을 유지한다. 비교적 낮은 엔진 회전수다. 같은 속도에서 수동 변속을 하면 4단 3,600rpm까지 엔진 회전수가 올라간다.

시속 100km에서 강한 제동을 걸었다. 아주 강한 제동이어서 앞부분이 크게 숙여질 것이라 긴장했는데, 생각만큼은 아니었다. 거칠지 않게 속도를 줄이며 정지했다. 안정감을 유지하는 제동반응은 인상적이었다. 강한 제동이 일어나면 안전띠가 먼저 몸을 꽉 잡아준다. 만약의 사태에 미리 준비하는 것.

아주 강한 성능을 느끼기에는 조금 부족한 감이 있는 건 사실이다. XC90 라인업 중에서 D5의 엔진 출력이 제일 낮다. T6 가솔린 모델은 320마력,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405마력이다. 좀 더 강한 힘을 원한다면 다른 선택지가 있다.

대신 D5는 높은 효율이 강점이다. 공인복합 연비 10.9km/L로 대형 SUV치고는 우수한 편이다. 파주-서울 간 55km를 달리며 측정해본 실주행 연비는 16.1km/L로 공인 연비보다 훨씬 앞섰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정체 구간에서도 연비 악화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자유로를 따라 정체 없이 28km가량을 순항해 행주대교 북단까지 달린 연비가 17.0km/L이었다. 다리를 건너 올림픽대로 구간에서는 교통체증 구간이 많았지만, 이수교차로까지 16.7km/L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이브리드차도 아닌데 교통체증에 강한 연비 효율을 보인다는 것.

0-100km/h 가속 시간은 8.78초를 기록했다. GPS 계측기를 이용해 수차례 측정한 기록 중 가장 빠른 기록이다. 공차중량 2,160kg으로 마력당 무게비 9.1kg임을 감안하면 비교적 빠른 가속을 보인 셈이다. 참고로, 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마력당 무게비에 수렴하는 경향을 보인다. 마력당 무게비 9.1kg이면 9초 전후에 시속 100km를 주파한다고 짐작할 수 있다.

신형 모델로 교체했지만, 가격 변동은 없다. XC90 D5의 기본 트림인 모멘텀이 8,030만 원, 인스크립션 트림이 9,060만 원이다. 경쟁 모델들이 1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가격인 것과 비교하면 가격 경쟁력도 상당하다. 안전과 효율을 앞세운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플래그십 SUV다.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을 하는 소비자라면, 고민할 필요 없다. 볼보가 답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스티어링 휠에 음성명령 버튼이 있지만 아무 반응이 없다. 불러도 대답 없는 기능이다. 작동하지 않는 버튼이라면 이를 없애는 것도 성의다.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조수석 앞 대시보드에 모양을 내느라 만들어놓은 날카로운 예각은 위험해 보인다. 바람직한 디자인은 아니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