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인데 자세히 보니 다르다. 보랏빛이 감도는 블랙이다. QM6에 적용된 아메시스트 블랙. 디자인, 특히 컬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컬러만 보고 이 차를 선택하겠다 싶을 정도다. 근래 보기 드문 깊은 매력을 가진 컬러다.
르노삼성차의 QM6 1.7 dCi RE 시그니처 트림을 시승했다.
1.7 디젤엔진은 150마력의 힘을 낸다. 작은 배기량에서 나오는 제법 야무진 힘이다. 배기량을 줄이고 터보를 올린 다운사이징의 정석을 잘 따르고 있다. 배기량을 줄인 덕분에 해마다 내야 하는 자동차 세금도 줄었다. 실속을 택한 차다.
4,675×1,845×1,670(샤크 안테나 적용 시 1,700) mm, 휠베이스 2,705mm의 크기다. 최저지상고는 190mm.
QM6는 디자인이 매력이다. 크기, 비례, 선과 면 처리, 그리고 색상에 이르기까지 완성도 높게 마무리한 디자인이다.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느낌이랄까. 화려하게 드러내는 게 아니라, 절제된 느낌, 과장되지 않은 모습이 와 닿는다.
중형 SUV인 만큼 공간은 중요한 부분이다. 뒷좌석에 앉으면 무릎 앞으로 주먹 두 개가 들어가고도 조금 더 여유가 있다. 충분한 공간이다. 센터 터널도 그리 높지 않다. 손가락 두 마디 높이다. 공간을 제약하지 않을 정도여서 센터 터널 때문에 불편한 일은 없겠다. 뒷 시트는 리클라이닝 기능이 있어 살짝 뒤로 누일 수 있고, 완전히 접어 트렁크 공간을 확장할 수도 있다.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고, 실내 시트 구성을 달리할 수도 있다.
우드 트림 장식을 적용한 인테리어는 차급에 맞게 차분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원형인 듯 아닌 듯 아랫부분을 살짝 깎은 D컷 스티어링 휠은 3회전 한다. 중형 SUV에 걸맞게 과하지도, 예민하지도 않은 조향비다. 스티어링 휠 우측 아래에 숨겨진 오디오 스위치는 르노의 특징. 굳이 보지 않아도 손가락으로 조절할 수 있다.
센터패시아에 자리한 8.7인치 S 링크 모니터를 통해 차의 다양한 기능을 선택할 수 있다. 툭 툭 터치하면 빠르게 반응한다.
스피커 12개로 구성된 보스 오디오 사운드 시스템은 실내를 꽉 채우는 소리를 들려준다. 적당한 속도로 달릴 때 어지간한 잡소리들은 음악 소리가 모두 잠재워버린다. 엔진룸과 객실 사이에 차음재를 보강하고 고무 부싱 등을 더해 실내로 들어오는 잡소리를 잘 막아내고 있다.
변속기는 닛산이 사용하는 X 트로닉 무단 변속기를 쓴다. 오랜 시간 다듬어 완성도가 높은 변속기로 수동 변속을 하면 7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차근차근 서두르지 않고 가속을 이어간다. 여유 있는 가속감은 아니지만, 야무지게 발걸음을 옮긴다.
강하게 힘을 쓸 때는 가속페달을 조금 더 깊게 밟아야 한다. 엔진 회전수를 올려 몰아 쓰는 힘이다. 깊게 밟아 rpm을 올려야 원하는 만큼의 힘이 나온다.
킥다운 버튼을 마저 밟으면 서서히 속도를 높여 고속구간에 접어든다. 속도가 높아지면서 차창에서 바람 소리가 들린다. 꾸준하게 속도를 올린다. 1,703kg의 무게를 그렇게 무겁지 않게 끌고 달린다.
엔진소리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디졸브 된다. 엔진 소리가 바람 소리와 섞여 들리다가 이내 바람 소리에 덮여버린다. 고속구간에서는 오로지 차창에 부딪히는 바람 소리만 남는다.
X트로닉 무단 변속기는 수동 7단에 대응한다. 패들 시프트가 없어 수동 변속은 변속레버를 통해야 한다.
SUV지만 사륜구동이 아니다. 앞바퀴 굴림이다. 앞에 맥퍼슨, 뒤에 멀티링크 서스펜션으로 구성했다. 225/55R19 사이즈의 타이어. 좀 더 편안한 승차감을 위해 편평비 55 시리즈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서스펜션과 타이어는 노면 충격을 잘 걸러준다. 편안한 일상주행영역에서 진가를 보인다.
강하게 몰아붙이면 타이어는 조금 힘들어한다. 강한 제동, 빠른 코너링에서 간간이 타이어 소음이 발생한다. 1,703kg, 150마력, 마력당 무게비는 11.35kg에 달한다. 고성능과는 거리가 있는 조건. 고속주행까지 무리 없이 해내지만, 시간은 조금 필요하다.
물론 고성능일 필요는 없다. 패밀리카로도 사용하게 되는 중형 SUV라면 실주행 영역에서의 편안함, 부담 없는 유지비용이 훨씬 더 중요한 덕목이다.
계기판에서 rpm은 사라졌다. 대충 어림잡을 정도로 보여줄 뿐 정확한 엔진 회전수를 알려주지는 않는다. 성능에 큰 욕심 없다는 의미다. 자분자분 편하게 움직이는 게 좋다는 것.
다운사이징 엔진의 효율에 힘을 보태는 건 엔진 오토스탑 기능이다. 차가 멈추면 엔진도 숨을 멈추고, 이 상태에서 핸들을 돌려도 재시동은 안 걸린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재시동이 걸린다. 재시동 느낌이 거칠지 않다.
어댑티브 크루즈와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이 있다. 차간 거리는 3단계로 조절하며 정속주행을 한다. 차선을 벗어날 때 스피커를 통해 경고음을 내준다. 하지만 조향에 개입하지는 않는다. 조향은 온전히 운전자의 몫으로 남겼다.
SUV의 적당한 높이가 주는 쾌적함을 맛본다. 옆에서 달리는 세단을 내려다보는 느낌, 그리고 멀리 보이는 탁 트인 시야에서 오는 쾌적함이다. 물론 그 높이 때문에 고속주행이나 코너에서는 조금 보수적으로 차를 다룰 수밖에 없다.
디젤엔진을 보는 시선이 예전처럼 따듯하지만은 않은 시절이다. 그래도 분명한 건, 좀 더 강화된 최근의 유로 6 기준을 통과했다는 것. 미세먼지 배출량이 가솔린 직분사 엔진보다 적은 수준이다. 배기가스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하면 안 되겠지만, 강화된 기준을 충족시키는 엔진이라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QM6 1.7 디젤은 합리적이고 실용적이다. 공간은 여유 있고, 힘은 부족하지 않다. 공인 연비 14.2kg의 우수한 연비, 저렴한 자동차 세금 등 실속있게 누릴 수 있는 차다.
당연히 그런 면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이 이 차의 타깃이다. 자동차로 허세 부리기를 거부하는 실속파를 위한 도심형 SUV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파주에서 출발해 서울까지 55km를 달리며 측정해본 실주행 연비는 22.3km/L로 탁월한 수준이다. 공인 복합 연비는 14.2km/L. 2등급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이 역시 디젤엔진의 효율을 잘 말해주는 연비다.
QM6 1.7 dCi는 3개 트림으로 라인업을 구성한다. SE 2,725만 원, RE 3,019만 원, RE 시그니처 3,319만 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센터 콘솔의 슬라이딩 커버는 작동이 매끄럽지 않다. 운전할 때 편하게 팔을 걸칠 수 있는 부분이어서 편하기는 한데, 작동 느낌이 거칠다. 부드럽게 작동되지 않고 힘을 줘서 움직여야 한다.
추가 비용을 주고 택하는 드라이빙 어시스트 패키지Ⅱ에 포함된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은 차선을 벗어날 때 스피커를 통해 경고음만 낼뿐 조향에 개입하지는 않는다.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못 미치는 부분이다. 조향에 개입해 주행 차로를 유지하는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을 적용하는 게 좋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