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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X7 M50d, 플래그십 SUV의 진화

X7을 처음 본 건 지난 3월 서울모터쇼에서였다. 전시장에 자리한 BMW 모델들을 거느리며 당당한 모습을 드러낸, 주인공이었다.

여름 끝 무렵 다시 만났다. 그 여름 BMW는 새로 만든 7시리즈도 내놨다. 세단과 SUV의 플래그십 모델을 비슷한 시기에 함께 투입한 것. BMW가 플래그십을 일신한 셈. 플래그십이란, 모든 것을 쏟아부은 차에 다름 아니다. 그만큼 상징적이고 의미가 큰 차다.

X7은 30d와 M50d, 6, 7인승 디자인퓨어엑설런스와 M스포츠 패키지 등으로 구분돼 매우 다양한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다. 판매가격은 1억 2480만 원부터 1억 6,240만 원까지. 시승차는 BMW X7 M50d 7인승 퍼스트 에디션으로 1억 6,160만 원이다.

큰 덩치가 어색해 보이는 건 아직 눈에 설어서다. 첫눈에 반할 만큼 매력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필요한 건 시간이다. 차츰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확 키운 키드니 그릴을 가운데로 모았다. 정확하게 좌우로 분리됐던 키드니그릴이 가운데로 모이며 접점이 생긴 것. 파란 눈의 레이저 라이트는 빛을 비추는 거리가 500m다. 강한 빛으로 앞을 환하게 밝혀주지만 반대편 차의 시야를 방해하지는 않는다.

길이 5,150mm. 과하다 싶을 정도로 긴데 앞뒤 오버행이 짧은 건, 휠베이스에 3,105mm를 할애했기 때문이다. 무려 22인치 타이어가 휠하우스를 꽉 채우고 있다. 그 큰 타이어가 커 보이지 않는다. 이 차 덩치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뒷모습은 수평 라인을 강조했다. 키를 몸에 지닌 채 범퍼 아래를 발로 차면 리어게이트가 열린다. 상하로 분리되어 열리는 전동식 트렁크를 적용해 편하게 걸터앉을 수도 있다.

여유 있는 공간은 당연한 결과다. 1, 2열은 물론 3열 공간도 좁지 않게 확보했다. 2열이 2인승인지, 3인승인지에 따라 6, 7인승이 갈린다. 개인적으로는 6인승이 더 끌린다. 정원을 다 채워 운행할 일이 많지 않다면, 평소에는 6인승으로 더욱 여유 있고 고급스럽게 다니는 게 합리적이다.

2, 3 열 시트는 버튼으로 접을 수 있다. 하나만 따로 접을 수 있고, 버튼 하나로 모든 시트를 접을 수 있다. 시트를 접고 펴기 위해 낑낑대며 힘을 쓸 필요가 없다.

3열 공간이 넓지는 않다. 그래도 똑바로 앉으면 무릎이 앞 시트에 닿지 않고 약간의 공간이 남는다. 2열보다 3열 시트가 높고 3열 위로 글래스 루프도 배치했다. 덕분에 트인 시야를 확보했고 답답하지 않은 공간을 만들고 있다. 또한 공조장치, 컵홀더, USB 포트, 앰비언트 라이트 등을 적용해 있을 건 다 있는 3열 공간을 만들었다.

2열에서는 최고 수준의 고급스러움을 만난다. 투톤 컬러의 인테리어, 몸이 먼저 느끼는 고급가죽으로 만든 시트, 시트 앞의 개별 모니터 등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개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서는 내비게이션, 오디오, 미러링 등을 각각 개별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2열 시트는 앞뒤로 움직여 공간을 조절할 수 있다. 최대한 뒤로 밀면 아주 넓은 공간이 나온다. 공간 그 자체가 주는 고급스러움을 만끽하는데 부족하지 않다.

스티어링휠은 굵다. 손에 꽉 차게 잡힌다. 2.3회전 한다. 길이가 5m를 넘는 덩치에 비해 타이트한 조향이다.

바워스&윌킨스 다이아몬드 서라운드 시스템은 20개 스피커를 차의 곳곳에 배치해 입체적이고 현장감 있는 소리를 들려준다. 오디오 마니아라면 탐낼만한 수준이다.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SOS 버튼이 있다. 언제든 즉각적인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선루프에는 수많은 조명 패턴을 넣어 실내 분위기를 은은하게 해준다. 파노라마 글래스루프 스카이라운지다.

후진보조장치는 시속 35km의 속도로 50m를 스스로 후진한다. 왔던 길 그대로 되짚어 나가는 것. 이때 스티어링휠에는 초록색 LED 램프가 켜지면서 기능이 작동 중임을 알려준다.

주행모드는 스포츠, 컴포트, 에코프로, 어댑티브 등 4개가 있다. 어댑티브 에어서스펜션은 차체의 높이를 5단계로 조절한다. 적재 모드에선 40mm 낮춰주고 스포츠모드나 시속 200km 이상에선 20mm 낮춰준다. 또한 시속 30, 60, 140km에서 각각 높이를 조절한다. 운전자가 신경 쓰지 않아도 차가 알아서 최적의 주행 자세를 만들어내는 것.

앞에 275/40 R22, 뒤에 315/35 ZR22 피렐리 타이어를 신었다. X 드라이브와 에어서스펜션과 조화를 이루며 최적의 구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과속방지턱은 부드럽게 넘는다. 노면 충격을 거의 느끼기 힘들 정도로 잘 걸러준다. 세단 못지않게 편하다.

차체가 높은데 의외로 편안한 것은 타이어와 서스펜션이 노면 충격을 충분히 걸러내고 있어서다. 흔들림을 제어하며 편안하게 움직인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낮은 소리로 으르렁거리는 엔진 사운드가 들린다. 조율이 잘 된 엔진 사운드다. 저음이 매혹적이다. 빠른 속도에서도 체감 속도는 낮다. 차체의 흔들림을 억제해 속도가 주는 압박감을 덜어내고 있다. 실제와 체감 속도 차이는 컸다.

직렬 6기통 디젤엔진에서 나오는 힘은 정확하게 400마력, 최대토크는 77.5kgm에 달한다. 슬쩍 가속페달을 밟으면 반응이 즉각 나온다. 시트가 몸을 밀어낸다.

주행보조장치는 완성도가 높다. 어댑티브 크루즈와 차선이탈 방지장치를 활성화하면 반자율운전이 가능해진다. 차로 중앙을 시종일관 유지하고 차간거리 역시 잘 유지한다. 차선이 흐린 곳도 잘 읽는다. 곡선 구간 주행도 아무 문제 없다. 능숙한 운전자의 편안한 주행을 만난다. 어쩌다 차선을 밟을 때는 강하게 반발한다.

시속 100km에서 1,200rpm, 4단에서 3,700rpm을 유지한다. 높이 1,805mm인데 차의 높이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주행안정감이 우수하다. 거친 노면에서도 흔들림이 크지 않다.

넓고 높은 차여서 공기와 맞닿는 단면적이 넓어 공기저항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바람 소리는 크지 않다. NVH 대책이 충분해 보인다. 덩치가 크지만, 주행과정에서 이를 느끼기 힘들다. 날렵하고 민첩했고 조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시속 100km에서 제동을 해도 살짝 숙어지는 정도의 반응이다. 가볍게 인사하며 고개를 숙이는 정도다. 안정감을 잃지 않고 제동하는데 안전띠가 몸을 꽉 잡아준다. 비상등도 켜진다. 경황이 없는 와중에 차가 알아서 필요한 조치들을 차가 해주는 것.

코너에선 여유가 있다. 키가 큰데도 기우는 느낌은 크지 않았다. 조금 과감한 코너를 시도했지만 좀 더 강하게 시도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유 있는 코너링이다.

7인승 대형 SUV다. 고속주행과는 어울리지 않은 차다. 하지만 작정하고 달리면 스포츠카 못지않은 고성능을 보인다. 빠르고, 단단했고, 민첩했다. 충분한 고성능을 이 큰 덩치에 담아 놓았다. 다만 어울리지 않을 뿐, 필요하다면 유감없이 그 성능을 드러낸다.

GPS 계측기를 이용해 0-100km/h 가속 테스트를 5차례 했다. 가장 빠른 기록은 5.99초, 가장 느린 기록은 6.13초로 큰 편차가 없다. 평균 6.06초. 메이커가 밝히는 이 차의 0-100km 가속 시간은 5.4초.

파주 서울간 55km를 달리면 측정해본 실제 주행 연비는 14.9km/l였다. 공인 복합연비는 9.0km/L. 차분하게 다루면 의외의 연비를 만날 수 있음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다.

14.9km/L. 9.0km/L 5등급

오종훈의 단도직입
BMW를 탈 때 늘 느끼는 부분, 통풍 시트와 히팅 시트를 동시에 작동할 수 있다. 찬 바람과 더운 바람이 함께 나오는 상황은 피하는 게 상식적이다. 둘 중 하나만 작동하는 게 상식에 부합한다.

급제동할 때 되감긴 안전띠는 바로 풀어지지 않을 때가 있었다. 조여진 안전띠가 쉽게 풀어지지 않는 것.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가끔 그런 일이 생겼다. 안전띠의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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