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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 클리오, 다윗같은 당당한 존재감

르노 클리오를 지난 13일과 14일 이틀 동안 태백 스피드웨이의 서킷주행과 100km 가량을 시승했다. 르노 클리오는 1990년 출시된 이래 3번의 모델 변경을 거쳐 현재 4세대 모델을 맞이했다.

클리오는 1990년 출시 이후 유럽 내 1,200만대 판매 이상, 글로벌 누적 1,400만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한 르노의 간판 스타다. 지난해 유럽에서만 32만대 이상의 실적으로 동급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2019년형 클리오는 강화된 배출가스 기준 유로 6C 기준을 통과했다. 이 때문에 제조 원가가 상승했지만 르노삼성은 차량 변동없이 판매중이다. 르노삼성의 유일한 소형차임을 감안한 조치다. 가격을 올리기보다 많이 파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르노 클리오는 길이 4,060mm, 너비 1,730mm, 높이 1,450mm, 축간거리 2,590mm다. 축간거리는 동급 소형차 액센트 (2,570mm)보다 2cm가량 더 여유가 있다. 뒷좌석에서 무릎 앞으로 반 뼘 정도의 여유가 있다. 차급을 감안할 때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딱 좋은 수준이다. P205/45 ZR17 사이즈의 타이어를 신었다.

7인치 모니터와 전자식 계기판은 필요한 것만 보여주는 미니멀리즘을 강조한다. 화려함보다 실속을 택하는 미니멀 라이프를 보여주는 것.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기능까지 과감히 생략했다. 이 때문에 내비게이션을 작동하려면 스마트폰 미러링을 통해야 한다. 번거롭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리터당 17.1km인 클리오의 공인연비를 끌어올리기 위해 정차 중에는 엔진 스탑 기능이 적용됐다. 신호 대기 중 정차 중에는 디젤엔진 특유의 걸걸한 엔진음도 들리지 않는다. 한적하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길을 혼자 산책하는 느낌이다.

최고출력 90마력, 최대토크 22.4kgf.m의 1.5리터 싱글터보 디젤엔진과 6단 DCT 자동변속기가 맞물린 클리오는 고속에서 강한 힘을 자랑한다. 작은 심장에서 나오는 힘은 예상보다 아주 강했다.

작고 다부진 녀석은 고속에서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엄청난 돌파력을 자랑한다. 고속 주행에서 클리오는 저 멀리 서 있는 골리앗을 향해 돌을 들고 달려드는 다윗처럼 저돌적이다.

가혹한 고속주행에서도 rpm은 3,000을 넘어가지 않는다. 전륜 맥퍼슨 스트럿과 후륜 토션빔 서스펜션은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만큼 차체 흔들림을 조율해낸다. 고속주행 시 풍절음이 거슬린다. 동승자와의 대화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

고속 주행 시 갑작스레 급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차는 부드럽게 제한속도 밑으로 감속이 된다. 갑작스런 급브레이크로 앞으로 고꾸라질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겠다. 가속의 중력에 지지않고 빠른 속도를 잘 이겨내는 제동력이다.

스티어링 휠의 진가는 트랙에서 잘 드러난다. 태백 서킷에 차를 올렸다. 2랩, 5km를 달렸다. 앞차를 추월할 수 없어 속도를 빠르게 올리는데에는 한계가 있었으나 즐겁고 짜릿하게 서킷 주행을 즐길 수 있었다. 급격한 헤어핀 구간에서도 클리오는 안정된 자세로 구간을 통과한다. 클리오는 특유의 민첩함이 가혹한 조건에서 더 빛난다.

클리오 시승차는 인테스 파노라믹 2,298만원 +하이패스 전자식 룸미러 20만원이 추가돼 시승차의 총합 가격은 2,318만 원이다.

소형 SUV의 확장으로 소형 세단 시장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그런 소형 세단 시장에서 클리오는 당당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클리오가 있어 다행이다.

이상진 daedusj@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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