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다이어리

사진 한 장, 유령같은 그들, 그리고 네이버

사진 한 장이 있다.

본지 이상진 기자가 찍어 기사와 함께 6월 21일자로 올린 사진이다. “오래된 친구 같은 차, MGB와 포니2”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이 기자가 하루 종일 길바닥에서 차와 씨름하며, 찍은 몇 장의 사진 중 하나다.

출처 : 오토모빌코리아 화면 캡쳐.

또 한 장의 사진이 있다. 오토모빌코리아라는 네이버 포스트에 7월 30일자로 올라온 사진이다. “중고매물로 올라온 올드카들” 이라는 제목 아래 게재됐다. 놀랍게 두 사진은 같은 사진이다. 물론 그 사진에 대한 저작권은 오토다이어리가 갖고 있다.

놀라운 건, 콘텐츠 밑에 덧붙인 다음 내용이다. 자신들의 저작권을 주장하고 있다. 놀랍지 않은가.

출처 : 오토모빌코리아 화면 캡쳐.

그 사진은 또 이튿날 네이버 자동차면 메인화면에 올라왔다. 네이버가 오토모빌코리아의 위 콘텐츠를 메인화면에 배치하면서다.

오토다이어리 기자가 찍어 저작권을 가진 사진을 오토모빌코리아가 무단으로 도용했고, 네이버는 이를 많은 이들에게 노출되는 메인화면에 올렸다.

오토모빌코리아에 연락할 방법이 없다. 관련 콘텐츠를 작성한 이가 누구인지를 밝히지 않았고, 포스트에는 연락처도, 이메일도, 주소도 없다. 회사인지, 개인인지, 몇 명이 함께 하는 단체인지 알 길이 없다. 실제 없는 유령 같은 존재다. 오토모빌코리아라는 제대로 된 콘텐츠 업체라고 보기 힘들다. 굳이 기사를 통해 문제제기를 하는 이유다. 

안타깝다. 다른 업체의 콘텐츠를 무단 도용하면서 자신들의 저작권을 주장하다니. 도둑이 장물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격이다. 콘텐츠 제작에 의욕이 넘치는 젊은 친구들이라면, 콘텐츠 제작의 기본부터 다시 배울 것을 권한다. 도대체 누군지 알 수 없는 그들이 어쩌면 내가 30년 가까이 몸담아온 이 업계의 젊은 후배일 수 있기에 드리는 고언이다.

문제는 네이버다. 네이버 메인화면에 올리는 콘텐츠라면 최소한 업계 기본은 갖춘 내용을 올려야 한다. 콘텐츠 작성자의 바이라인도, 제작자의 연락처도, 주소도, 이메일도 없는 회사인지, 개인인지 도대체 알 길 없는 정체불명의 작성자들이 만든 콘텐츠를 메인화면에 편집하는 것은 네이버를 믿고 찾는 이들에게 무책임한 일이다. 적어도 ‘네이버 자동차’는 콘텐츠와 그 제작자의 신뢰성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유령 같은 존재가 만드는 콘텐츠를 메인화면에 배치하는 것은 네이버가 창피해야 할 일이 아닌가.

대한민국에서 콘텐츠 사업을 하는 처지에서 네이버에 문제를 제기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토다이어리의 콘텐츠도 네이버를 통해 온라인에 유통되고 있다.

보잘것없는 사진 한 장이지만, 모른 척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방치하면 더 큰 일이 벌어질 것이 뻔해 보이기 때문이다.

오토다이어리는 이미 저작권을 침범당한 사례가 있다. 제법 유명한 자동차 전문 사이트였다. 사법당국에 고발하고, 재판을 거치는 과정이 얼마나 소모적이며, 분쟁에 쏟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그 처벌과 배상이 미미한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그 지난한 과정을 시작할 용의가 있다. 귀찮다고 내버려 둘 때 독버섯처럼 자라날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가 고발했던 그 업체에서는 그 후로 무단도용하는 일이 사라졌다.

법적인 문제를 제기하기에 앞서 오토모빌코리아의 정중한 사과를 요구한다.

<알림>

오토모빌코리아에서 오토다이어리의 사진을 도용한 부분에 대해 8월 2일 본지를 방문해 정식 사과를 했습니다. 오토모빌코리아의 네이버 포스트를 통해서도 사과문을 게재했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습니다.

이에, 오토다이어리는 오토모빌코리아의 사과를 받아들여, 이와 관련한 문제제기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했음을 밝힙니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