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SUV의 원조 X5가 4세대로 진화했다. 99년에 데뷔했으니 어느새 20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모델이다. 그동안 220만대가 팔렸다. BMW SUV라인업의 뿌리이자 대표 모델인 것.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등장한 4세대 X5에 올랐다. 시승차는 M50d로 1억3,860만 원짜리다. X5 라인업의 최고봉이다.

웅장하다. 차폭은 2m를 넘고(2,004mm) 높이는 1.7m를 넘는다(1,745mm). 길이는 5m에 육박하고(4,920mm), 휠베이스는 3m에 달한다(2,975mm). 주위를 압도하는 크기다.

키드니그릴은 크롬 라인으로 테두리를 둘렀고 더욱 커졌다. 액티브 에어스트림 기능이 있다. 엔진룸 열관리를 위해 그릴을 여닫는 기능이다.

헤드램프는 500m를 밝힌다는 레이저 라이트다. 어댑티브 LED 헤드램프는 오토 하이빔 기능을 갖춘 스마트한 헤드램프다.

엔진룸에는 직렬 6기통 3.0 디젤 엔진이 자리했다. 8단 스텝트로닉의 조율을 거쳐 400마력의 최고출력을 만들어낸다. 당당한 크기에 걸맞는 강력한 파워트레인이다. 공차중량 2,380kg이니 마력당 무게비는 5.6kg이 된다. 스포츠카 저리 가라 할 힘의 효율이다.

실내는 고급스러움이 넘친다. 나무와 가죽, 그리고 금속 소재를 이용한 고급 인테리어의 공식을 착실히 따르고 있다. 실내 역시 넓고 웅장하다. 옆 창으로 손을 뻗어도 창에 손이 안 닿는다. 엉덩이를 들어 몸을 기울여야 겨우 닿을 정도. 그만큼 넓다. 주행할 때에는 차선이 꽉 차는 느낌을 받는다. 좁은 도로나 주차장에서는 압박감이 크다.

2.4회전 하는 스티어링 휠은 손에 꽉 차게 잡힌다. 스티어링 휠 왼편에 드라이브 어시스트 기능을 조작하는 버튼들이 자리 잡았다.

12.3인치 모니터로 배치한 계기판과 센터패시아 상단의 모니터로 주행 정보를 파악하게 된다. 계기판 상단 가운데에는 드라이브 어텐션 카메라가 있다. 운전자를 모니터링 하는 카메라다. 눈 깜빡임, 시선 처리 등을 파악해 운전 집중도가 떨어지면 주의 경고를 계기판에 표시하게 된다.

i 드라이브 기능을 장착한 터치스크린 모니터는 쨍한 화면으로 선명하게 다양한 정보를 표현한다. 운전중 손동작을 조심해야 한다. 옆 사람과 대화 중, 혹은 전화 통화 중에 무의식적으로 손을 흔들거나 돌리는 등의 손동작을 하면 오디오 소리가 커지거나 채널이 이동하는 등의 반응이 일어난다. 제스처 컨트롤 때문이다. 간단한 손동작으로 차의 기능으로 조작하는 것으로 BMW에서 만날 수 있는 재미있는 기능이다. 수화를 배우듯 몇 가지 손동작을 알아두면 운전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실내등 스위치, 선루프 조작 버튼이 있는 곳에는 SOS 버튼이 있다. 긴급한 순간에 이 버튼을 누르면 콜센터와 핫라인으로 바로 연결된다.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 든든한 버튼이다.

8단 스텝트로닉을 조절하는 변속레버는 크리스털로 마무리했다. 정성을 들인 특별한 레버로 예사롭지 않다. 볼 때마다 시선을 붙잡는다.

운전석에 문을 열고 들어갈 때 도어의 느낌이 아주 좋다. 묵직한 무게감은 고급 차에서 만나게 되는 특유의 반응이다. 철판이 울리는 텅 빈 느낌의 도어와는 차원이 다른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실내에는 또 하나의 깜짝 쇼를 준비했다. 1만5,000개의 패턴을 파노라마 글래스루프에 새겨넣고 빛을 발하게 한 것. 앰비언트 라이트와 연동해 다양한 컬러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낮에는 그 효과가 크지 않다. 야간주행을 할 때 빛난다. 언제나 별이 빛나는 밤을 연출할 수 있는 매력 포인트다.

또 하나 있다. BMW의 후진 보조 시스템이다. 50m를 자동 후진한다. 왔던 길을 스스로 되짚어나간다. 신박하다. 후진에 자신 없는 초보 운전자들에게 무척 유용한 기능이겠다. 초보 운전자가 X5를 타는 건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가벼운 포옹으로 드라이브를 시작한다. 움직이는 순간 안전띠가 몸을 조였다가 풀어주는 차와의 포옹. 가슴이 따뜻해진다. 3세대로 개선된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시원한 화면에 많은 정보를 띄운다.

움직이기 시작하면 끊임없는 진동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때로 부드럽게 걸러주고, 때로는 강하게 맞받아치며 도로를 밟아 나간다. 주행모드가 에코프로일 때 부드럽고 스포츠, 플러스로 가면 조금씩 더 딱딱해진다. 그 차이를 느낄 정도다.

400마력의 힘은 언제든 호출하면 바로 등장한다. 순간적으로 터져 나오는 힘이 굉장하다. 디젤 엔진인데 조용하다. 가솔린 엔진과 차이를 말하기 힘들 정도다. 시속 90km에서 조용했다. 노면 잡소리, 바람 소리, 엔진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8단 시속 100km에서 1,400rpm 부근을 맴돈다. 같은 속도를 유지하며 변속하면 4단 3,600rpm까지 변화를 보인다. 패들시프드로 rpm을 올리면 긴장감 있는 엔진 사운드가 톤을 높인다. 찢어지거나 카랑카랑한 소리가 아니다. 4,000rpm을 넘기면서 그리 높지 않은 톤으로 적당한 긴장감을 담은 소리가 아주 듣기 좋게 울린다.

잘 만져진 사운드는 이 차의 성격을 말해준다. 성능, 소리, 가속 반응 등을 적절하게 제어하고 있다는 것. 고성능이지만 마구 내지르지는 무례함과는 거리가 멀다. 과하지 않아서 듣기 좋은 소리는 주위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될 정도다. 힘은 세지만 진중하게 나아간다. 부드럽고 유연한 가속감. 모든 부분이 절제되어 있다. 정장 차려입은 미들급 파이터라고 할까.

얌전하다는 건 아니다. 그 힘을 숨길 수는 없는 법. 부드럽게 이어지는 가속이 끝을 모른다. 도로상태가 좋은 곳에서는 스포츠카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안정감을 보인다. 무게 중심이 높은 것은 어쩔 수 없다. 속도를 올려 반경이 좁은 코너에 들어서면 차체가 제법 기운다. 그래도 힘겨워하지 않고 여유 있게 코너를 공략한다. 세단 못지않은 속도로 코너링을 구사했다. 사륜구동 시스템인 X 드라이브에 더해 뒤차축에 장착된 전자제어 방식의 LSD 덕이다.

드라이브 어시스트는 익을 만큼 익었다. 차간 거리 조절, 차로 인식, 조향 개입 등이 노련한 드라이버만큼이나 자연스럽다. 핸들을 놓고 있으면 수시로 핸들을 쥐라는 노란 메시지가 계기판에 뜬다. 무시하면 잠시 후 빨간 경고등으로 바뀌고 그래도 핸들을 잡지 않으면 속도를 줄여버린다. 뭔가 이상을 감지하고 차를 멈추는 단계로 접어드는 것.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으면 또 다른 누군가의 힘을 느낀다. 살짝만 힘줘도 충분히 조향 된다. 반대로,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넘을라치면 완강한 저항을 만난다. 집 밖으로 뛰쳐나가는 아들놈 잡아들이듯, 차선 안으로 자꾸 밀어 넣는 것. 그 힘을 이겨내야 차선을 넘을 수 있다. 그게 귀찮아서라도 방향지시등을 켤 수밖에 없다.

에어 서스펜션을 썼다. 오프로드에 들어서면 차 높이는 최저점 대비 최대 80mm까지 높아진다. 거친 길에서는 차체 높이를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다. 악 소리 나는 거친 길도 마다할 X5는 아니다.

GPS 계측기를 이용해 0-100km/h 가속 테스트를 했다. 5차례 테스트했는데 모두 5초대에 100km/h를 주파했다. 최고기록은 5.4초, 최저 기록도 5.8초다. BMW의 공식 기록은 5.2초. 급출발해도 타이어가 헛도는 휠 슬립은 일어나지 않았다. 구동력 제어가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

X5 M50d의 공인복합연비는 9.7km/L다. 파주-서울 간 55km를 경제 운전으로 움직여 확인한 실주행 연비는 14.4km/L. 기름 아끼기로 작정하고 운전하면 이 정도 연비를 만날 수 있겠다. 1억3,860만 원 하는 이 차를 타며 연비 걱정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필요 이상으로 차폭이 넓다. 골목길, 좁은 주차장에서 차폭이 주는 압박이 크다. 겨우 주차했지만, 운전자가 빠져나올 공간이 없을 때도 있다. 난감하네! 소리가 나오는 순간이다. 나쁜 것은 아니지만, 가끔 불편할 때가 생기는 건 사실이다.
12.3인치 모니터로 구성된 계기판에는 커버가 없다. 모니터 표면을 손으로 만질 수 있다. 일부러 만질 일이야 없겠지만, 먼지가 쌓이면 무심코 손이 닿게 되고 지문이 남을 수도 있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