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m가 채 안 되는 작은 체구에서 터져 나오는 231마력의 힘에 올라타서 지붕을 벗고 달리는 낭만을 즐긴다. 미니의 고성능 버전, 미니 컨버터블 JCW에 올랐다.
미니는 단일 브랜드로 세상 모든 형태의 차를 만든다. 3도어, 5도어 해치백, 쿠페, 컨버터블, 클럽맨, 컨트리맨까지, 파워트레인은 쿠퍼와 쿠퍼S, 그리고 JCW까지. 보디와 파워트레인의 무한 조합으로 미니를 만들어낸다.
이미 정평이 나 있는 깜찍한 디자인이다. 동그란 헤드램프, 육각형 그릴은 미니의 상징. 리어램프와 소프트톱에는 영국의 상징 유니언잭을 그려 넣었다. 보닛에 뚫린 에어인테이크는 힘을 말하고 있다.
지붕을 여는 데에는 18초가 걸린다. 시속 30km로 움직이면서 지붕을 여닫을 수 있다. 컨버터블을 탈 때 필요한 건, 약간의 용기와 배짱이다. 지붕을 열 때 쏟아지는 시선을 감당해야 해서다.
운전석에 앉으면 마주하게 되는 수많은 동그라미가 정겹다. 처음엔 혼란스럽고 그다음엔 재미있는, 장난기 가득한 인테리어다. 벽시계 같은 센터페시아의 모니터, 스티어링 휠, 휠 안에 자리한 더 작은 동그라미들, 송풍구 등등. 미니니까 가능한 인테리어다. 인테리어 재질은 무척 고급스럽고, 밝은 컬러를 사용하고 있다. 경쾌하다.
JCW. 2.0 가솔린 엔진에 트윈 터보 엔진을 적용해서 231마력의 힘을 내는 고성능 버전이다. 게다가 공차중량은 1,390kg에 불과하다. 마력당 무게비 6.0kg. 힘의 효율이 대단한 수준이다.
GPS 계측기를 이용해 실제로 측정해본 0~100km/h 가속 베스트 타임은 7.2초. 스포츠세단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작은 차 안에 야무진 성능이 숨어있다. 메이커가 밝히는 100km/h 가속 시간은 6.5초.
바람이 적당히 부는 화창한 날씨, 컨버터블을 타기에 딱 좋은 날, 지붕을 열고 달렸다.
스티어링 휠은 2.3회전 한다. 차 크기에 어울리는 타이트한 조향비다. 스티어링휠 아래 좌우로 패들시프트가 있다. 스티어링 휠을 쥔 채로 조작하기 딱 좋은 크기다.
변속레버는 상당히 긴 편이다. 한 뼘에 조금 못 미치는 높이로 변속레버가 불쑥 솟아 있다. 불쑥 솟은 변속레버는 좀 어색하다. 개인적으로는 짧은 변속레버가 좋다.
패들시프트로 수동변속을 할 수 있어서 굳이 변속레버를 통해서 수동변속을 할 필요는 없지만, 가능은 하다. 변속레버를 왼쪽으로 밀어서, 위로 밀면 시프트 다운, 밑으로 당기면 시프트업이다. 변속기는 6단 자동변속기다.
컨바이너 타입으로 수납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주행 정보를 선명하게 앞창에 띄워 준다. 센터페시아의 터치식 모니터에 손글씨로 쓰면서 입력할 수 있다. 하만카돈 오디오는 현장감 있는 소리를 빵빵하게 들려준다.
운전자를 안심시키는 건 지붕에 있는 SOS 버튼. 언제든 긴급 연락이 가능한 버튼이다. 사고를 당했다든지 긴급한 도움이 필요할 때 이 버튼을 누르면 콜센터와 연락할 수 있다. 언제든지 지원을 받을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혼자 있어도 혼자가 아닌 것.
뒷좌석에는 두 명이 탈 수가 있지만 그렇게 넓은 공간은 아니다. 성인 두 명이 꽉 끼어 앉을 수 있는 공간. 2+2 시트로 뒷좌석은 보조 시트로 이해하는 게 좋겠다. 뒤 시트는 접어서 적재 공간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작은 차, 좁은 공간이지만 제한된 공간을 최적화하고 있다. 이지로드 기능이 좋은 예다. 지붕이 닫혔을 때 트렁크를 열고 이지로드 버튼을 작동하면 공간을 좀 더 넓게 확장할 수 있다. 소프트탑을 접어 넣어야 하는 좁은 공간을 좀 더 넓게 활용할 수 있는 것.
오픈 드라이빙할 때 뒷바람을 막아주는 윈드 리플렉터는 수동으로 설치해야 한다. 지붕은 움직이면서 전동으로 열고 닫히지만, 윈드 리플렉터를 설치하려면 차를 세워야 하는 것. 일단 설치하면 실내로 몰아치는 바람을 잘 막아준다. 80~90km/h의 속도에서도 머리가 거의 날리지 않는다.
여전히 서스펜션은 단단하다. 미니 특유의 느낌이 살아있다. 노면 충격을 품어 안기보다 강하게 맞받아치는 느낌이다.
지붕을 열 때와 닫을 때 실내는 극적인 반전이 일어난다. 오픈하면 탁 트인 개방감이 속까지 시원하게 만든다. 고개를 돌려 뒷시야를 확인하기 쉽다. B필러가 없어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
지붕을 닫으면 동굴 안에 깊숙이 들어앉은 기분이다. 벗고 달리다 닫으면 지붕이 내리누르는 답답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편안하기도 하다. 와글거리는 도로의 소음에서 차단된 실내의 포근함, 동굴 속 아늑함을 느끼기도 한다.
스포츠 모드에서 엔진 사운드는 박력 있다. 가속 후 엑셀 오프할 때, 시프트다운 할 때 특히 더 재미있는 소리가 들린다. 툭툭 가속페달을 밟으면 시트가 몸을 툭툭 민다. 발과 시트가 직결된 느낌. 그린 모드(에코 모드)에서는 조금 느슨한 반응이다.
크루즈컨트롤은 단순한 정속주행장치다. 어댑티브 크루즈가 아니고, 차선이탈방지장치도 없다. 미니의 펀투 드라이브를 고스란히 즐기라는 의미일까. 차가 개입하는 순간이 거의 없다.
주행모드에 맞춰 대시보드 조명이 바뀌고, 가속 반응이 즉각적이고, 노면 충격에 일일이 반응하며 달리는 게 역시 미니답다.
잘 달리는 차답게 제동도 훌륭하게 반응했다. 강한 제동에 큰 흔들림 없이 속도를 줄이며 자동으로 비상등이 작동했다.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브레이크를 다뤄도 되겠다.
강한 코너링에서는 타이어와 서스펜션이 잘 버텼다. 자체가 크게 키우는 느낌이 없다. 차체 길이와 휠베이스가 짧아 흔들림에 약한 체형이지만 도로에 밀착해 아주 야무지게 잘 돌아나간다.
차가 멈추면 시동이 꺼지는데, 스티어링휠이 잠기는 느낌이 있고, 힘을 좀 더 줘서 돌리면 시동이 다시 켜진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약 2,000에 고정된다. 아주 빠른 속도까지 거침없이 달린다. 속도가 빨라지면서 차체 흔들림은 느껴진다. 작은 차의 한계를 완전히 넘어설 수는 없는 것. 특히 노면의 굴곡이 있거나 노면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차체 흔들림이 제법 크게 느껴진다. 노면 상태가 좋은 곳에서는 고속에서도 편안한 상태를 유지한다. 작은 차 답지 않게 야무진 반응을 보인다.
4m가 채 안 되는 작은 차라고 믿기 힘든 반응이다. 이 작은 차에 200마력이 넘는 힘을 제대로 담아내는 것, JCW니까 가능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작은 차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성능을 이 차에 담았다.
파주에서 서울까지 55km를 달리며 실제로 측정해본 이 차의 연비는 16.9km/L. 공인복합연비는 11.1km/L다. 고성능이지만, 살살 달래가며 움직이면 이처럼 높은 수준의 연비를 기대할 수도 있겠다.
판매가격은 5,570만 원.
오종훈의 단도직입
이렇다 할 ADAS 시스템이 없다. 이렇다 할 주행보조 장치가 없는 것. 정속 주행할 수 있는 크루즈 컨트롤 정도가 있을 뿐이고 차로 이탈 경보, 차선 유지 등등의 주행보조 장치는 적용되어 있지 않다. 최근 출시한 차들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주행보조 시스템이 이 차에는 거의 없다는 건, 아쉽다.
4인승이라고 하지만 뒷좌석에 사람이 앉기에는 좁다. 그냥 2인승으로 이차를 즐기는 게 속 편하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