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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XC90 T8, 내일이 여기 있다.

바야흐로 볼보의 전성시대다. 새로 선보이는 차들이 하나같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 바탕에는 고객의 신뢰가 있다. “볼보를 타다가 사고로 목숨을 잃는 일이 없게 하겠다”는 약속을 공식적으로 한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아마도 소비자들은 그 약속에서 볼보의 진정성을 읽었을지 모른다.

하나 더 있다. 전 라인업에 전동화 모델을 도입하고 2025년까지 100만대의 전기차를 만들겠다며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볼보 XC90 T8은 그런 의미에서 볼보의 미래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모델이다. 그만큼 상징적인 차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자동차는 엔진과 모터, 배터리, 충전 시스템을 품고 있어 기계적으로도 가장 복잡한 형태다. 그 복잡성만으로 본다면, 자동차 산업의 정점에 서 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볼보는 여기에 최고급 인테리어를 더했다.

XC90 T8 엑셀런스는 SUV지만 4인승으로 설계했다. 최고의 스웨디시 럭셔리를 담아내기 위해 뒷좌석에 두 명만 앉게 했다. 크리스털을 과감히 인테리어에 도입한 것도 의미가 있다. 크리스털은 스웨덴의 특산품이다. 크리스털 기어노브와 뒷좌석의 크리스털 컵홀더는 다른 브랜드에서는 만날 수 없는 볼보만의 소재다.

‘친환경 자동차’는 어딘지 유약한 이미지가 있다. 성능보다 효율을 앞세우는 차라는 인식이 강하다. 볼보는 XC90 T8은 다르다. 318마력짜리 2.0 가솔린 엔진에 87마력짜리 모터를 더해 총 시스템 출력 405마력을 완성했다. 고성능 친환경차다. 양립하기 힘들어 보이는 요소를 묶어냈다. 따지고 보면, 자동차라는 게 상호모순되는 요소들을 조화시켜 만들어내는 상품이다.

배터리와 모터는 효율과 성능 모두를 만족시킨다. 에코 모드 격인 퓨어 모드에서는 배터리를 이용하며 EV처럼 움직인다. 1회 충전으로 움직일 수 있는 거리는 24km. 하지만 20도를 넘는 날씨에 배터리 잔량 3분의 2 정도에서 23km가 넘는 거리를 배터리의 힘만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날씨가 좋으면 제원표상의 거리보다 훨씬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것. 물론 혹한, 혹서기에는 그보다 못할 수 있다. 날씨가 배터리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마음먹고 가속을 할 때에 모터는 천군만마가 된다. 시원하게 회전수를 올리는 전기모터는 고회전에 강해 고속주행까지 빠르게 차체를 끌고 달린다. 고속주행에서도 빛을 발하는 것.

엔진은 앞바퀴, 모터는 뒷바퀴를 구동한다. 당연히 AWD가 된다. 뒤쪽 바닥에 배터리가 있어 무게 균형을 잡아주는 효과도 크다. 빠른 속도에서도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이유다.

GPS를 이용한 계측기를 통해 측정해본 0-100km/h 가속 시간은 6.06초가 가장 빨랐다. 메이커가 밝힌 자료에는 5.6초로 나와 있다. 공차중량 2,375kg의 거구가 5초대에 시속 100km를 돌파하는 것. 대단한 성능이다. 고성능을 알려주는 가장 단적인 증거. 운전하는 즐거움을 충분히 누리고도 남을만한 힘이다.

서스펜션은 주행 모드에 따라 그 느낌이 다르다. 하이브리드 모드에선 조금 출렁이는 느낌이 있다. 노면이 안 좋은 곳을 지나거나,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그런 느낌이 있다. 다이내믹 모드로 옮기면 단단한 느낌이 크다. 노면 충격에 크게 개의치 않고 단단하게 움직인다.

에어서스펜션의 효과다. 주행 모드, 노면 상황에 따라 에어서스펜션이 차체의 높이를 맞춰준다. 퓨어모드일 때 시속 100km까지는 10mm, rm 이상의 속도에선 20mm를 낮춰준다. 다이내믹모드에선 시속 135km를 지나면 20mm를 낮춘다. 반대로 오프로드에서는 40mm를 높여준다. 심지어 45cm 깊이의 물길을 사람이 걷는 속도로 이동할 수도 있다. 온로드는 물론 오프로드에서도 충분히 움직일 수 있는 성능과 체형을 갖췄다. 친환경차의 운신의 폭이 그만큼 넓어진 것. 우리가 알고 있는 친환경차와는 거리가 멀다. 이제 친환경차를 탄다고 해서 운전하는 즐거움이나, 오프로드 진입을 포기할 필요는 없겠다. XC90 T8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볼보의 자랑 ‘안전’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인텔리세이프티, 시티세이프티 기능이 촘촘한 안전 그물망을 치고 있다. 운전자가 알아채지 못한 위험요소를 차가 먼저 알고 속도를 줄이고 핸들을 돌리고, 전복, 충돌의 위험을 줄여준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과 차선 유지 조향 보조 시스템은 완성도가 높다. 간간이 핸들을 쥐라는 경고만 아니면 서울에서 부산까지도 반자율 운전으로 달려갈 기세다. 서툰 운전자보다 백배는 낫다.

뒷좌석의 호화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화사한 가죽시트는 좌우 전동조절이 되고 대저택의 응접실에 어울리는 크리스털 컵홀더를 배치했다. 냉장 보온 기능이 있는 컵홀더가 별도로 있고, 음료를 차갑게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도 있다. 트렁크 공간과 구분해주는 격벽이 있어 실내를 훨씬 더 고급스럽게 만든다. 230V 콘센트로 있고 접이식 고급 간이테이블도 배치했다. 그냥 SUV가 아니라 운전기사를 고용해 타는 쇼퍼 드리븐 카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겠다. 그만큼 뒷좌석의 호화로움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친환경 자동차지만 공차중량이 거의 2.4t에 달할 만큼 무겁다. 연비는 엔진과 전기모터로 구분해 인증을 받았다. 공인복합연비는 2.0 가솔린 엔진이 9.5km/L, 전기모터는 2.7km/kWh다. 파주에서 서울까지 55km를 달리며 실제로 확인해본 연비는 24.4km/L를 기록했다. 배터리가 약 3분의 2가 남은 상황에서 배터리로만 23km 넘게 달릴 수 있었다. 봄, 가을 날씨라면 배터리 연비는 공인복합 연비를 훌쩍 뛰어넘는다. 출퇴근 거리 20km 전후라면, 적어도 봄가을에는 아무 걱정 없이 전기차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

XC90 T8 엑셀런스는 1억 3,780만 원이다. 가격 자체만 보면 비싸다 하겠지만, 속속들이 살펴보고 나면 생각이 바뀌게 된다. 7인승인 XC90 T8 인스크립션은 1억 1,020만 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음성명령 버튼은 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한국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한국에서도 음성명령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게 맞다. 정 안되면 버튼을 빼야 한다. 쓸데없는 괜한 박탈감을 주기 때문이다.


대시보드에 날카로운 예각으로 주름을 잡아넣은 건 이해하기 힘들다. 안전에 해로운 디자인이다. 최첨단 기술로 안전을 강조하는 볼보가 왜 이런 인테리어를 적용했는지 모르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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