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가 더 뉴 니로를 새로 내놨다. 상품성 개선모델로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먼저 출시했다. 디자인을 일부 손보고, 편의/안전 사양을 개선했다. 가격도 올랐다.
니로는 기아차의 친환경 전용 모델.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EV로 라인업을 구성한다. 이중 하이브리드 모델을 시승했다.
라디에이터 그릴에 파라매트릭 패턴을 넣었다. 보석처럼 보인다. 그릴은 막혔다. 범퍼 아래에 셔터 그릴을 적용했다. 그릴을 여닫는 방식. 엔진룸 내부 온도 관리와 공기 저항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시스템. 주간주행등은 잎사귀 같은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도어의 느낌이 묵직하다. 중형급 이상에서나 만날 수 있는 무게감을 가졌다. 차를 고급스럽게 느끼게 만드는 요소다.
뒷좌석은 넓다. 차급대비 넓고 실제로도 넓다. 무릎 앞으로 주먹 두 개가 들어가고도 남는다. 머리 위로는 주먹 하나다. 소형 SUV에서 만나기 힘든 공간이다. 200W까지 허용하는 220V
인버터, 뒷좌석을 위한 송풍구 등을 갖췄다. 뒷좌석 시트 왼쪽 아래에는 송풍구가 있다. 배터리의 열을 식힐 수 있게 바람구멍을 만들어 놓은 것.
시동 버튼을 누르면 계기판이 활성화되는데 엔진소리는 없다. 엔진은 차가 움직이고 나서 한참 뒤에 잠을 깬다. 부지런한 모터가 먼저 일어나 차를 움직인다. 엔진은 잠꾸러기다. 그뿐 아니다. 시도 때도 없이 잠을 잔다. 잘 땐 휘발유를 먹지 않으니 고마운 일이다. 하이브리드 차를 운전하는 건, 결국 엔진을 얼마나 잘 죽이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2.7 회전하는 스티어링 휠에는 패들 시프트가 있다. 패들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작동한다. 기어 변속 기능과 회생제동 제어 기능이다. 기어 변속은 스포츠 모드에서 작동한다. 에코 모드에서는 회생제동 시스템을 3단계로 조절한다.
니로 하이브리드에는 12V 납축전지가 없다. 대신 12V 리튬이온 배터리를 고압 배터리와 패키지로 묶어 통합 배터리팩으로 만들었다. 작고 가벼워졌다. 방전 걱정도 없다. 배터리 리셋 버튼을 눌러 고압 배터리에서 충전하면 된다. 배터리 관리를 똑똑하게 하는 것.
배터리는 또한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효과도 크다. 뒷좌석 아래에 배치해 무게중심을 낮춰주는 것. 시트 우측 아래에는 배터리 냉각을 위한 공기구멍도 만들어놨다.
7인치 슈퍼비전 계기판. 구획정리가 잘 된 깔끔한 계기판이 스포츠 모드로 변할 땐 불이 확 붙는다. 차보다 그래픽이 더 다이내믹하다.
센터페시아 상단에 매립된 10.3인치 모니터는 일단 선명했다. 터치스크린으로 직관적 조작이 가능했다. 조작할 것도 없이 음성명령으로 작동할 수 있는 기능도 꽤 있다. 전화 걸기, 오디오 선택, 내비게이션 목적지 선택 등을 음성명령으로 해결할 수 있다. UVO에 가입하면 카카오의 음성인식 시스템과 연동해 유연하게 대응한다.
기아차의 주행보조 시스템은 ‘드라이브 와이즈’로 불린다. 반자율 운전 수준이 높다.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에선 사람이 운전하는 것과 차이가 없을 정도. 차간 거리 조절, 차로 중앙유지, 조향 개입 등이 자연스럽고 유연하다.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도 괜찮을 정도다. 하지만 분명한 것, 아직까지는 주행 ‘보조’ 시스템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보조, 즉 어시스트라는 말. 보조할 뿐 책임질 수준은 아니라는 의미다. 완전자율주행까지는 갈 길이 멀다.
차로이탈방지보조, 스마트 크루즈, 차로유지 보조, 고속도로 주행보조, 고속도로 안전구간 자동감속, 고속도로 곡선 구간 자동감속, 전방 차량 출발 알림, 운전자 주의 경고, 충돌방지 보조, 차로이탈방지보조, 후측방안전, 주차 안전, 후방교차 안전, 등등의 똑똑한 기능들이 운전자의 빈틈을 채워준다.
하이브리드 차를 운전할 땐 동력 흐름을 보여주는 화면을 보면서 운전하는 게 좋다. 에너지의 흐름은 곧 돈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배터리는 금고, 에너지는 돈. 이렇게 보면, 함부로 가속페달 밟고 급제동하는 거친 운전을 피하게 된다. 돈 앞에 장사 없다.
하이브리드는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길에서 빛을 발한다. 니로는 체증구간에서 오히려 연비가 더 좋아졌다. 26.7km/L 전후를 맴돌던 연비가 체증구간을 지나면서 27.1km/L를 넘나들 정도로 개선됐다. 도심 체증구간에 강한 하이브리드의 성격을 분명하게 드러냈던 것.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에서도 우수한 연비를 보였으나, 체증구간에서 만나는 연비에 미치지는 못했다. 물론 이는 배터리에 전기가 어느 정도 충분하게 있을 때의 얘기다. 배터리 충전량이 떨어지면 연비도 악화된다. 하이브리드의 연비는 결국 배터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의 문제다.
니로는 배터리 관리를 똑소리 나게 한다. ECO-DAS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이는 연비 운전지원시스템이다. 내비게이션 지도 정보와 연동해 관성 주행을 안내한다. 오르막길을 앞두고서는 사전에 배터리를 조금 더 충전한 뒤 오르막 구간에서 배터리 힘을 보탠다. 내리막을 앞둔 기에서는 미리 배터리를 사용해 가솔린 소비를 줄인 뒤, 내리막 구간에서 회생제동 시스템으로 전기를 보충하는 식.
105마력짜리 1.6 가솔린 엔진, 43.5마력짜리 모터, 그리고 6단 DCT로 파워트레인을 구성했다. 총 시스템 출력은 141마력. 공차중량은 1,465kg(18인치 타이어 기준). 딱 좋은 힘에 기름기 쫙 뺀 슬림한 몸무게다. 마력당 무게비는 10.39kg. 시속 100km 주파 시간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GPS 계측기를 이용해 측정해본 100km/h 가속 시간은 10.06초가 가장 빨랐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2,000을 가리킨다. 조금 더 낮아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보지만, 엔진 배기량을 감안하면 수긍이 간다. 배기량이 작은 만큼 조금 더 회전수를 올려야 100km/h를 달릴 수 있는 것.
141마력의 시스템 출력으로 제법 빠르게 속도를 올린다. 고속 구간에 접어들기 전까지 가속은 제법 호쾌하다. 속도가 높아질수록 체감속도와 실제 속도는 거의 일치한다. 고속에서는 바람소리가 커지고 속도감도 제법 있다. 상대적으로 엔진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고속에서 엔진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조용하지도, 시끄럽지도 않다. 특히 고속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소리를 들려주는 느낌.
앞에 맥퍼슨 스트럿, 뒤에 멀티링크 서스펜션은 무리 없이 차체를 지탱한다. 노면 굴곡을 타고 넘는데 적당한 반발력을 느낀다. 부드럽게 감싸지도, 딱딱하게 맞받아치지도 않는다. 적절하게 타협하며 충격을 줄여준다.
배터리 배치로 얻은 낮은 무게중심은 코너링에서 빛을 발한다. SUV라고는 하지만 차 높이가 1,545mm로 그리 높은 편이 아닌 데다 뒷좌석 아래 배터리를 배치해 무게중심을 상당히 낮췄다. 조금 더 과하게 스티어링휠을 감았는데 잘 버텨준다. 차체가 기우는 느낌도 크지 않고 타이어도 스트레스 없이 돌아나갔다. 세단 같은 코너링을 맛봤다.
시승을 마치고 파주에서 서울로 돌아가는 55km. 작정하고 연비 운전을 했다. 목적지인 서울 교대역까지 연비가 무려 27.3km/L를 기록했다. 이런 미친 연비를 조금만 신경 쓰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다는 게 니로의 힘이다.
판매가격은 2,420만 원서부터다. 최고 트림인 노블레스 스페셜은 2,993만 원. 노블레스 스페셜에 풀옵션을 하면 3,343만 원까지 가격이 오른다. 가격은 조금 올랐다. 배터리는 평생 보증해 준다. 이제 더 배터리 걱정에 하이브리드 못사는 시대는 아닌 듯.
오종훈의 단도직입
인테리어에 사용한 블랙 하이 그로 시 재질은 관리하기 까다롭다. 먼지, 손때, 얼룩에 약한다. 세심하게 자주 관리해줘야 한다. 게으른 오너라면 피해야 하는 재질. 생각보다 게으른 운전자들이 많다.
강제로 EV 모드를 활성화할 방법이 없다. 눈치껏 속도 조절하며 엑셀 오프 하는 방법뿐이다. 필요할 때 강제로 전기 모드로 움직일 수 있는 버튼이 있었으면 좋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