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새 차를 타야 하는, 남들 보기에 복에 겨운 일을 하다 보니, 가슴 떨리는 차를 만나본 지 언제인지 싶다.
보도자료를 통해 신형 쏘나타를 처음 보는 순간 살짝 심쿵 했다. 가슴을 떨게 할 정도는 아니었으나, 잠깐 흔들린 건 사실이다. 빨리 보고 싶었다.
대게는 사진빨에 속는다. 사진 속의 차와, 실제 내 앞에 서 있는 차가 같은 차지만, 절대로 같은 차라 인정할 수 없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실물을 봐야 한다”는 믿음을 갖게 된 이유다.
일산 킨텍스에서 드디어 만나본 신형 쏘나타는 사진 속의 느낌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시원한, 혹은 날카로운 아이라인이 첫인상의 80%를 차지했다. 크롬 라인과 주간주행등을 이어서 합친 것은 박수받아 마땅한 대단한 시도다. 덕분에 당당한 존재감을 억지스럽지 않게 드러낼 수 있게 됐다.
간결하면서도 분명한 측면 라인을 지나 뒤로 가면 날 선 뒷모습을 만난다. 좌우 컴비네이션 램프가 이어지고 그 위로 트렁크 리드가 예각을 이루며 날을 세우고 있다. 스포일러 좌우측에는 각기 6개씩의 에어로 핀을 만들어 넣었다. 뒷 범퍼 아래에는 디퓨저를 배치했다.
세련된 인테리어도 멋지다. 가죽시트, 도어 트림에 개성 있게 배치한 크롬 라인, 센스있는 대시보드 구성, 선명한 그래픽, 직관적인 조작감 등. 말하지 않아도 정성이 느껴진다. 구석구석 치밀한 만듦새도 흠잡을 곳을 찾기 힘들 정도다.
스마트 모빌리티 디바이스. 현대차는 쏘나타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자동차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표현이다. 그에 걸맞게 여러 가지 디지털 기술을 쏘나타에 담았다. 핸드폰이 키를 대신하고, 운전석에서 내린 운전자가 키로 차를 움직인다. 말로 “에어컨 세게” 하면 요술처럼 에어컨 바람이 가장 강한 5단계로 불어온다. 무선으로 내비게이션을 업데이트하는 OTA, 두 개의 단말기를 연결하는 블루투스도 있다.
핸드폰으로 차키를 공유해 이용하던 어느 날, 내 핸드폰 키가 작동되지 않는다면, 차 주인인 애인이 작별을 고한 것임을 눈치껏 알아야 하는 시대가 됐다.
욕심이 났던 건, 차에 내장된 카메라다. 주행 중 영상을 찍을 수 있는 건데, 잘 활용하면, 매우 훌륭한 자동차 영상을 건질 수 있겠다.
ADAS 시스템은 말해 뭐하겠는가. 스마트 크루즈 시스템은 내비게이션 정보까지 읽어오고, 차로 유지 보조장치는 차로 중앙을 정확하게 유지하며 달렸다. ADAS 관련 기술은 이미 업계 최상위 수준임을 익히 알고 있는바, 쏘나타에서도 어김없이 작동하고 있었다.
일일이 설명하기 힘든 많은 기능이 탑재되어 있으니, 스마트 모빌리티 디바이스라는 말이 뻥은 아니다. 직접 타보는 시승 못지않게 많은 기능들을 접해보는 기술 체험 역시 중요한 일이다. 디바이스로서의 자동차를 알기 위해선 꼭 필요한 일이다. 시대가 달라졌음을 쏘나타는 말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자동차가 아닌 것은 아니다. 바퀴가 있고, 엔진이 숨 쉬는 대한민국의 대표 세단이다. 일단 2.0 가솔린 엔진과 LPi 엔진을 내놨다. 주력은 가솔린 엔진. 대한민국 자동차를 대표하는 쏘나타가 2.0 엔진 하나만 달랑 내놓을 리는 없다. 하이브리드, 1.6 터보가 하반기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2.0 터보, 전기차 등은 아직 공식적인 멘트가 없지만, 굳이 말을 해야만 아는 건 아니다. 당연히 라인업에 추가될 차종들.
100km/h 전후의 일상 주행 영역에서 아주 편안한 상태를 유지한다. 노면 잡소리와 충격을 잘 걸러내 전달한다. 바람소리도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
2.0 가솔린 엔진에서 나오는 160마력의 힘은 그럭저럭 힘없다는 소리 안들을 정도로 달린다. 욕 안 먹을 만큼 일하는 사람 닮았다. 나무랄 일은 아니다. 2.0 엔진이 쏘나타의 기본형 모델이라고 본다면, 가족들과 함께 이용하는 중형세단의 무난함은 당연한 일. 그래도 끝까지 몰아대면 고속질주를 마다지 않는 게 대견하다.
파워 트레인을 보며 궁합을 생각해 봤다. 피렐리의 P-ZERO 타이어를 끼웠다. 고성능 차에 어울리는 타이어다. 2.0 가솔린 엔진과 6단 변속기 조합으로 160마력의 힘을 내는 차에는 과한 신발이다. 기본형이라면 신발도 조금 낮추는 게 맞는 궁합이다.
디자인과 성능의 대결로 본다면, 디자인의 완승이다. 하지만 다음 타자들이 기다리고 있다. 터보를 올린 녀석들일 테니 다음 대결에선 성능이 앞설 가능성이 충분하다. 성능을 원한다면, 다음 타자를 공략하는 게 좋겠다.
그렇다고 신형 쏘나타의 성능이 허접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디자인이 워낙 출중해 성능이 어지간해서는 뛰어넘기 힘들다는 의미다. 디자인 쇼크가 진정된 뒤에 나올 고성능 버전들을 기대해 본다.
스마트 트림이 2,346만원부터다. 프리미엄 트림은 2,592만원. 최고급 트림인 인스피레이션은 3,289만원. 18인치 타이어 기준 연비는 13.0km/L.
오종훈의 단도직입
트렁크를 열면 리어 컴비네이션의 일부가 송곳처럼 예리한 각을 드러낸다. 트렁크에 짐을 넣고 빼다 부딪히기 딱 좋은 위치다. 분명히 누군가 다치지 싶다. 디자인이 성능과 겨룰 수는 있어도, 안전을 이기려 해선 안 된다. 안전이 먼저다. 사람이 우선이기에.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