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클리오가 수입차와 국산차의 경계를 허물며 조용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2018년 5월 국내 시장에 첫발을 디딘 클리오는 7개월 여만인 지난해 말 기준 총 3,652대가 팔리는 저력을 과시했다. 소비자들이 외면하던 소형 해치백 시장을 클리오가 흔들어 깨웠다는 평가다.
클리오은 르노삼성자동차가 르노 브랜드를 확장하기위해 꺼내든 회심의 카드다. 클리오와 더불어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 소형 상용차 마스터 등이 클리오와 더불어 르노 뱃지를 달고 한국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모두가 브랜드 확장 전략에 따라 한국 시장에 건너온 ‘르노의 전사들’이다. 그 중심은 클리오다.
르노삼성차는 시장의 트렌드를 읽고 소비자가 원하는 최적의 차를 시장에 제시하며 자신만의 놀이터를 만들어왔다. SM5를 만들며 한국의 자동차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평가를 끌어냈고, 레저 인구가 늘어나는데 발맞춰 SUV 모델인 QM5를 들여와 시장 점유율을 넓혔다.
이어서 유럽 시장을 장악중인 캡처를 기반으로 한 QM3를 들여와 급증하는 국내 소형 SUV 수요에 적극 대응하며 시장을 키웠다. QM3는 국내 소형 SUV 시장의 문을 연 개척자다. 적절한 시기에 한국 소비자와 만난 QM3는 유럽에서의 성공을 한국에서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클리오가 등장했다. 유럽이 주 무대인 르노의 주 무기는 사실 소형차다. 전설적인 해치백 ‘르노 5’가 대표적이다. 르노는 특히 모터스포츠에서 얻은 노하우를 양산차에 적용하는 등 운전 재미가 활발하게 살아있는 차를 잘 만든다. 르노는 유럽 특유의 실용적인 문화와 저력있는 디자인을 앞세워 소형차 시장을 이끄는 브랜드로 평가받는다.
유럽은 소형 해치백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으로 클리오는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1,400만 대 이상 팔렸다. 지금도 유럽에서 매년 30만 대 이상 판매되고 있는 르노의 핵심 제품 중 하나이며, 10년 이상 해당 세그먼트 판매 1등을 이어오고 있다.
클리오는 ‘르노’라는 브랜드의 정체성 또한 확실하게 다져줄 대표 선수이기도 하다. 클리오는 국내에서 르노삼성자동차가 판매를 맡아 넓게는 국산차로 분류되지만, 사실은 르노의 로장주 엠블럼을 그대로 달고 나온 OEM 수입차다. 국산차와 수입차의 경계에 서 있는 차인 셈. 이는 국산차의 혜택을 누리며 탈 수 있는 수입차라는 의미다.
수입차 시장에서는 폭스바겐 골프, BMW 1시리즈, 미니 쿠퍼 등 유럽산 해치백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클리오는 글로벌 시장에서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정통 해치백이다. 이 차들은 성능과 핸들링, 주행감 등에선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며 경쟁을 벌이지만, 가격과 유지 비용면에선 클리오를 따라올 수 없다.
클리오는 르노의 엠블럼을 달고 르노삼성자동차가 구축해 놓은 전국 전시장과 서비스 네트워크를 통해 국산차처럼 AS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고객들에게 만족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직영 서비스센터 12곳을 비롯한 전문협력서비스센터(ESC)와 협력서비스센터(ASC) 등 447곳의 서비스 네트워크에서 서비스 향상에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2019년형 클리오는 강화된 디젤 배출가스 규제(유로6C) 대응으로 제조 원가가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2018년형과 동일한 가격에 판매된다. 클리오 젠(ZEN)트림은 1,954만원, 인텐스(INTENS) 트림은 2,278만원이다. 르노의 120년 헤리티지를 담은 한정판 모델, 스틸(STEEL)에디션의 가격은 2,155만원(개소세 인하 기준)으로 희소성에 경쟁력을 더했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