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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취월장 코란도, 이젠 꽃길만 달리자

8년. 다시 코란도다. 8년을 달려온 코란도C는 이제 코란도에 바통을 넘겼다. 그 시간, 끝날 것 같지 않던 긴 고난의 시기를 악착같이 버티며 쌍용차를 지금까지 끌고 온 건 코란도C였다. 티볼리의 가세로 더 큰 탄력을 받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티볼리의 존재감이 코란도를 넘을 수는 없다.

그 앞에서 짠해지는 건, 코란도라는 이름 때문이다. 결코 편하지 않았던 시절, 그래도 기죽지 않고 그 이름 내걸고 거침없이 내달려온 시절을 알기 때문이다. 쌍용차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이 나라가 그랬고, 또한 내가 그랬다. 그래서다. 코란도 앞에선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보는 이가 이런데 만든 이는 오죽할까. 설명이 거창할 수밖에 없다. “활 쏘는 헤라클래스”를 디자인 모티브로 삼았다는 설명이 그렇다. 내 자식을 거창하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다. 수긍하긴 힘들지만, “애썼다” 손뼉 쳐줄 수는 있겠다.

새 차여서 아직 어색한 얼굴에는 앞뒤로 익숙한 라인이 스친다. 어느 집 자식인지 알아볼 정도. 덜 세련된, 그래서 오히려 정겨운, 쌍용차 특유의 느낌도 디자인에 살아있다.

블랙 하이그로시 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한 인테리어는 신형 코란도에서 가장 칭찬해줄 만한 부분이다. 코란도만의 강한 개성을 잘 담아냈다. 도어 패널과 조수석 대시보드에서 점잖게 컬러를 바꾸는 무드 램프는 밝은 햇볕 아래에선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이 약하다. 어두운 곳에선 확실하게 존재를 드러낸다.

10.25인치 화면으로 구성한 계기판은 그래픽이 ‘베리 굿’이다. 선명한 모니터에 깔끔한 그래픽으로 다양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세련되게 변하는 화면이 시선을 잡아끈다. 역시 칭찬받아 마땅한 부분이다.

그 옆으로 시선을 옮기면 지도를 담은 9인치 모니터를 만난다. 시원한 모니터가 다양한 정보를 띄워준다. 절반으로 화면을 나눠 사용해도 답답하지 않다.

공간은 준중형의 수준을 넘는다. 뒷좌석에 앉으면 무릎 앞이 태평양이다. 그만큼 넓다. 트렁크는 깊고 넓다. 깊게 파놓은 바닥 위로는 매직 트레이를 이용해 공간을 영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적재공간 551리터. 골프백과 보스톤백 각각 4개씩을 다 담을 수 있는 트렁크다. 뒷좌석을 접으면 더 넓어진다. 절대로 부족하지 않은 공간 덕분에 준중형 SUV지만, 패밀리카로 써도 충분하겠다.

레벨 2.5 수준의 자율주행이 가능했다. 손과 발이 운전에서 해방되면 레벨 3가 된다. 그 직전 단계까지의 기술을 담았다는 것. 완전자율주행은 5단계다. 곡선 구간에서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떼도 아주 자연스럽게 차로를 따라 움직인다. 운전이 서툰 사람보다 낫다.

한이 맺혔던 걸까. 쌍용차는 코란도에 동원 가능한 한 거의 모든 편의 및 안전 기술들을 모아 넣었다. 결국, ADAS 장치들이기도 하다. 인텔리전트 어댑티브 쿠르즈 컨트롤, 차선이탈 경보, 차선유지 보조, 긴급제동보조, 전방추돌 경보, 후측방 접근 충돌방지 보조, 고속도로 안전 속도제어 등등 20개에 가까운 첨단 장비들이 차와 승객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 예방 안전장비들인 셈이다.

무릎 에어백을 포함해 7개의 에어백도 있다. 590Mpa 이상인 초고장력 강판 비율이 46%다. 340Mpa 이상인 고장력 강판은 74%에 이른다. 차체의 각 연결부위에는 구조용 접착제를 사용해 강성을 높였다. 차체의 강성은 안전은 물론 주행성능, 오프로드 성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1.6 디젤엔진은 최고출력 136마력, 최대토크 33.0kgm의 성능을 가졌다.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가 그 힘을 조율한다. 힘을 쓰며 내달릴 땐 애쓴다는 느낌이 든다. 작은 배기량으로 야무지게 달리지만, 그 숨소리를 들어보면, 편하게 달리는 건 아님을 알게 된다.

시속 100km에서 1,800rpm을 마크하는 게 대견하다. 배기량이 넉넉지도 않은데 2,000rpm을 넘기지 않고 그 속도를 맞춰낸다.

의외로 소리를 잘 만졌다. 일단 잡소리의 실내 유입을 잘 막았다. 뒷좌석도 앞 좌석만큼 조용했다. 대게 뒷좌석은 휠 하우스를 통해 들어오는 소리 때문에 앞자리보다 조금 더 시끄러운 게 정석이다.

더욱 놀라운 건, 아주 빠르게 달릴 때 바람소리가 의외로 작다는 사실이다. 엔진 소리와 바람소리가 뒤섞여 정신까지 뒤죽박죽될 것 같은 속도에서 의외로 엔진 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아주 빠른 속도에서 엔진 소리가 제대로 들린다는 건, 바람소리가 덜하다는 얘기다. 준중형급, 그것도 차체가 높은 SUV에서 바람소리를 이렇게 잘 잡았다는 게 신기할 정도.

맥퍼슨과 멀티링크 구조의 서스펜션은 노면 충격을 효과적으로 거른다. 과속방지턱 같은 경우 턱을 넘고 난 후 잔진동이 없다. 큰 충격을 받을 때도 그랬다. 성격 좋은 아이처럼, 지나고 나면 끝이다. 뒤끝, 그러니까 잔진동이 없다.

2.8 회전하는 스티어링 휠은 차급에 딱 좋은 세팅이다. 조금 예민한 정도의 조향비고, 그만큼 빠릿한 조향반응을 보인다.

로터리 스위치로 선택하는 주행모드는 노멀, 스노, 스포츠가 있다. 스포츠 모드는 노멀 모드와 차이를 분명하게 느끼기는 힘들지만, 숨소리가 높아지고, 긴장감 있는 반응을 보인다. 허당은 아니라는 말이다. 아이들 스톱 앤 고 시스템 덕분에 코란도는 죽었다 살아나기를 거듭한다. 멈추면 거의 어김없이 죽는다. 재시동은 조용하고 부드럽다.

잘 만들었는데 가격도 싸다. 2,216만 원서부터다. 최고급 트림인 판타스틱 트림은 2,813만 원. 코란도의 경쟁차로 꼽히는 투싼, 스포티지보다 낮은 가격이라,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을 수밖에 없겠다.

힘든 시절을 겪어낸 친구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다. “이젠, 꽃길만 걷자” 쌍용차와 코란도, 그리고 그 차를 만드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변속레버는 거칠다. 수동변속을 위해 옆으로 밀면, 힘을 써야 레버가 따라온다. 가기 싫어하는 녀석을 억지로 끌고 가는 느낌이다. 부드럽고 우아한 움직임을 기대했던 손이, 힘을 써야 해서 당황스럽다.
뒷좌석을 위한 편의 장비 구성은 의아하다. 220V 전원이 있어 나쁠 건 없지만, 그보다는 USB 포트나 12V 전원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220V용 돼지코만 있다. 뒷좌석용 송풍구도 없다. 열선까지 깔아놓은 뒷좌석이지만, 뭔가 살짝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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