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법이 점차 자리를 잡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레몬법을 지난 1월부터 소급 적용키로 한 데 이어 수입차 업계에서 볼보와 BMW가 레몬법을 적극 도입기로 했다. 이제 레몬을 먹을 때가 온 것.
달콤한 오렌지인 줄 알고 산 게 시큼한 레몬이라면 이를 교환 혹은 환불해줘야 한다는 게 레몬법의 취지다. 1975년에 제정된 미국의 소비자 보호법이 시초다. 한국에서는 자동차관리법 5장에 이와 관련한 규정을 두고 있다.
신차 구매 후 1년 이내에 중대하자의 경우 동일 증상 2회, 일반 하자의 경우 동일 증상 3회 이상 수리 후 같은 고장이 재발하면 제조사에 신차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단, 주행 거리 2만㎞ 초과하는 경우 기간이 지난 것으로 간주한다.
2019년 2월부터 시행된 이 규정은 그러나, 강제조항이 아닌 중재규정으로 정하고 있어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를 도입할지 여부를 두고 업체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일단 현대기아차, 쌍용차, 르노삼성차 등 쉐보레를 제외한 국산차 업체가 이를 받아들였다. 현대기아차는 1월부터 소급 적용키로 방침을 정했고 쌍용차와 르노삼성차는 2월부터 적용하고 있다. 자동차 판매 계약서에 이와 관련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
수입차 업계에서는 볼보가 1월부터 이를 적용키로 일찌감치 방향을 정했다. 뒤이어 BMW그룹 코리아가 이를 받아들이기로 방침을 정했다. BMW는 물론, 미니와 롤스로이스 등 BMW그룹 산하의 모든 브랜드가 1월부터 소급해 이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레몬법 적용을 통해 BMW와 MINI를 구매하는 고객은 ‘하자 발생 시 신차로의 교환 및 환불 보장’ 등이 포함된 서면 계약에 따라 신차를 구입하고 레몬법 기준에 의거해 하자 발생 시 교환 또는 환불 받을 수 있다. BMW그룹 코리아는 이 같은 내용을 BMW, 미니, 롤스로이스를 구매할 때 작성하는 계약서에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다.
BMW는 레몬법 도입에 따른 준비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BMW 그룹 코리아는 레몬법 적용과 더불어 전국 공식 딜러사에 ‘사전 경고 시스템(EWS, Early Warning System)’을 구축하여 교육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차량 수리 횟수와 기간을 체크하는 등 체계적인 사후 관리에 나선다는 것. 소비자와의 불필요한 마찰을 줄여 소비자 만족에 최선을 다한다는 게 BMW그룹 코리아의 입장이다.
2018년 판매량 기준, 수입차 업계의 2위 업체인 BMW가 앞장서 레몬법을 받아들이기로 한만큼 레몬법 도입은 대세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주력 업체들이 레몬법을 받아들이는 가운데 레몬법을 외면한다면 소비자들을 설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즉, 판매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레몬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 그만큼 BMW의 이번 결정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클 전망이다. BMW가 참여함으로써 레몬법 도입은 큰 고비를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1월부터 소급적용할 것이지 여부가 문제일 뿐 레몬법을 계약서에 명시하는 건 피할 수 없게 됐다는 것.
업계의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 1월 25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자동차 제작사와 가진 간담회에서 “제도가 조속히 정착되도록 힘써 달라”는 요청에 대한 화답인 셈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