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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 X, 날개 단 전기 SUV의 자율주행 맛뵈기

테슬라 모델X를 만났다. 모델 S의 SUV 버전이다. 모델 S와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 SUV가 모델 X다. 같은 알맹이에 껍데기만 다른 차다.

대단히 화려하다. 팔콘 윙 도어 때문이다. 하늘로 접혀 올라가며 열리는 2열 도어는 보는 이를 압도한다. 모델 X의 날개다.

팔콘 윙 도어를 열면 길 가던 사람들이 다 쳐다본다. 좋지만 때로 부담스럽기도 하다. 2열에 타고 내릴 때에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뭇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는 이라면 이 차가 최고다. 어디에서든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다.

운전석에 앉으면 탁 트인 시야가 반긴다. 앞창이 다른 차들의 두 배 이상으로 넓다. 정수리까지 시원하게 벗겨진 대머리처럼 앞창이 운전석 머리 위까지 덮는다. 2열 시트 위로는 좌우로 각각 분리된 길쭉한 창이 마련됐다.

대시보드는 계기판과 센터페시아의 모니터가 전부다. 버튼이라고는 비상등과 글로브 박스를 여는 버튼 두 개뿐이다. 그나마 잘 찾아봐야 보인다. 모니터조차 꺼지면, 대시보드는 눈에 띄는 게 아무것도 없다. 극단적인 단순함이다.

심지어 시동 버튼도 없다. 키를 몸에 지니고 운전석에 앉아 브레이크를 밟으면 계기판이 활성화된다. 기존의 자동차와 접근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른 차라는 걸 말하는 부분이다. 시동 버튼이 없어 강제로 시동을 꺼야 할 때, 마땅히 대응 방법이 없다. 아주 약간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하는 것.

공간이 주는 여유로움이 있다. SUV여서 가능한 공간의 여유다. 시승차는 6인승이다. 7인승으로 선택할 수도 있고, 기본형인 5인승으로 만들 수도 있다. 선택의 폭이 넓다. 물론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5인승 기본형의 가격은 1억3,190만 원. 6 시트는 771만 4,000원, 7 시트는 385만7,000원을 더 내야 한다. 오토파일럿은 642만9,000원이다. 1억5,000만 원은 들여야 이 차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전기차 구매보조금 대상이 아니어서 그 돈 다 주고 사야 한다.

HEPA 필터는 생화학 공격에 대응하는 수준으로 작동한다. 오염된 공기를 완벽하게 걸러낸다는 것. 미세먼지, 꽃가루, 스모그 등에 몸살을 앓는 한국의 대기환경을 감안하면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 헤파 필터다. 그럴 일 없어야겠지만, 전쟁 위험이 커지면 이 차의 값어치도 높아지겠다.

스티어링휠은 2.8회전 한다. 5m를 넘는 크기에 비하면 조금 민감한 조향 성능을 기대할 수 있겠다.

전기차의 움직임은 늘 새롭다. 엔진을 대신하는 모터는 있는 듯 없는 듯, 들리는 듯 마는 듯 아주 작은 소리를 낼 뿐이다. 고속에서도 마찬가지. 듀얼 모터를 사용해 앞뒤 차축에 모두 구동력을 보내는 사륜구동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속도를 높이면 자잘한 노면 잡소리가 실내로 파고든다. 100km/h 이상으로 속도를 올리면 그리 조용하지 않다. 80~100km/h 속도 구간에서는 편안하고 조용하다. 움직이기 딱 좋은 속도.
엔진 소리가 빠진 자리는 바람소리가 채우고 있다. 빠른 속도에서 바람소리가 도드라진다. 공기저항계수는 0.25. SUV지만 세단보다도 우수한 수준이다.

차 바닥에 깔아놓은 배터리는 두 가지 기능을 갖는다. 1회 충전으로 468km를 주행할 수 있는 배터리는 주행 안정성을 확보하는 중심추로서도 훌륭한 성능을 보인다. 사륜구동 시스템과 낮은 무게중심이 어우러져 무척 탁월한 주행안정감을 보이는 것. 고속으로 달리는 데 체감속도는 무척 낮은 이유이기도 하다. 최저지상고 170mm, 차체 높이 1,784mm인 SUV로 차체가 높지만 실제로 달릴 때는 차가 높다는 느낌이 없다. 오뚝이처럼 차체의 바닥이 노면에 밀착된 느낌이 강했다. 바닥에 깔아놓은 배터리 덕이 크다.

오토파일럿은 최고수준의 반자율 운전 성능을 보여준다. 차간거리 유지, 차선 유지는 기본이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갔다. 차선변경까지 스스로 해내는 것. 오토파일럿을 활성화한 뒤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방향지시등을 켜면 교통흐름을 읽으면서 차로변경을 스스로 해낸다. 옆에 차가 있으면 속도를 줄여 적절한 공간을 만든 뒤 차로를 변경할 줄도 알고, 차선변경을 시도하다 후속차와 거리가 안 맞으면 포기할 줄도 안다. 마치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자율 운전 직전까지 다다른 반자율 운전의 최고 수준을 맛볼 수 있다.

자율주행에 필요한 하드웨어는 이미 다 갖추고 있다. 법적 요건이 갖춰지면 바로 자율주행에 돌입할 수 있다는 것. 현 단계에서 테슬라가 최고수준의 반자율 운전 기술을 가졌다. 오토파일럿은 결국 소프트웨어가 좌우한다. 실리콘 밸리에서 탄생한 자동차 메이커 답게 소프트웨어에 강한 면모를 보인다. 소프트웨어로만 본다면 가장 앞서 달리는 자동차가 테슬라다.

이스터 에그, 숨겨진 기능들이 있다. 모니터에서 테슬라를 상징하는 T 버튼을 누르면 몇 개의 아이콘들이 활성화된다. 사슴을 눌러 크리스마스 기능을 택하면 계기판의 자동차 아이콘이 선물 보따리로 변하며 캐럴이 울려 퍼진다. 오토파일럿 작동 버튼을 빠르게 4번 움직이면 게임 모드로 계기판이 바뀌고, 아주 다양한 방귀 소리를 내기도 한다. 다른 어떤 자동차에서도 만날 수 없는, 테슬라에서 만날 수 있는 장난스러운 재미들이다.

테슬라는 우리 시대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앞선 전기차 메이커임이 분명했다. 대용량 배터리로 1회 충전 주행거리가 400km를 넘겼고, 고급 프리미엄 세단과 SUV로서 넉넉한 공간과 여유로움, 고급스러움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모델 X든 S든, 테슬라를 탄다는 것은 경제적인 여유를 누리면서도 지구환경을 보호하는 사회적인 책임을 다한다는 의미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벤츠의 향기가 너무 세다. 운전석에 앉으면 그렇다. 스티어링 휠, 컬럼 타입의 변속레버, 방향지시등, 오토파일럿 조작 버튼 등이 모두 벤츠에서 가져온 부품들이다. 그것도 한 세대 이전 부품들이다. 최첨단 전기차라는 테슬라의 이미지를 갉아먹는다. 부품 공유로 얻는 득보다 테슬라의 이미지 손실이 너무 크다. 부품 공유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하고, 운전석 주변은 테슬라의 컬러를 좀 더 강하게 드러내야 한다.
최고의 소프트웨어와 대비되는 하드웨어다. 헤드램프와 보닛 틈새로 손가락이 드나들고, 도어를 감싸는 고무 패킹은 중간에 찢어진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 하드웨어만 보면 도저히 고급차라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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