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e icon AutoDiary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 친환경 OK! 고성능 당근!

빠르고 힘 센 차는 친환경의 시대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던가, 포르쉐는 고성능도 친환경일 수 있음을 적극적으로 나서 증명하고 있다. 친환경은 받아들이지만 결코 고성능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게 포르쉐의 입장이다.

포르쉐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가 잘 보여준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로 최근 한국 시장에 출시한 포르쉐의 최신형 친환경 차다. 아주 다양한 요소들이 섞여 있는 복잡한 차다. 고성능, 세단, 프리미엄, 친환경, 전기 등의 요소들이 모두 집약되어있다. 가장 복잡한 메커니즘을 가졌다고 해도 좋겠다.

파워트레인은 엔진과 전기모터를 두 축으로 구성됐다. 2.9ℓ 330마력짜리 엔진에 136마력짜리 전기모터로 힘을 낸다. 총 시스템 출력은 462마력. 연비는 12.3km/L다. 400마력이 넘는 3리터급 엔진의 연비로는 무척 우수하다.

물론 이 정도 연비를 보이는 차들은 굳이 하이브리드가 아니어도 많다. 대게 그런 차들은 힘이 세지 않은 초식남 같은 차들이다. 제로백을 4.6초에 달리는 슈퍼카급 고성능차가 두 자리수 연비를 보인다는데 주목해야 한다.

레터링, 브레이크 캘리퍼에 연두색 컬러를 사용하고 있다. 포르쉐 라인업에서 친환경 모델들에 적용하는 컬러다. 미끈한 몸매는 무척 크다. 포르쉐 특유의 볼륨감 있는 엉덩이는 여전히 매력이 넘친다.

운전석에 앞서 뒷좌석에 먼저 앉았다. 언제 앉아봐도 여유로운 뒷좌석은 그 자체로 ‘고급’이다. 공간 그 자체가 주는 고급스러움이 압권이다. 좁은 창이 주는 독특한 느낌도 있다. 벙커처럼 안전한 공간에 깊숙이 들어앉은 기분이다. 인테리어 소재가 주는 최상급의 고급스러움은 손끝이 먼저 느낀다. 뒷좌석까지 헤드레스트 일체형 버킷 타입 시트를 사용했다. 맞춤옷처럼 딱 맞는 느낌. 앉으면, 안기는 기분이다.

높은 센터 터널이 좌우를 나누고 있고, 시트 역시 암레스트로 정확하게 구분된다. 가운데 좌석은 없다. 최고급 세단답게 4인승으로 구성됐다. 뒷좌석용 터치스크린으로 다양한 편의 장비를 직접 조절할 수 있다. 터치 반응이 빠르고 느낌도 좋다.

스티어링 휠은 2.5회전 한다. 5m가 넘는 길이, 2m에 육박하는 너비를 가진 크기에 비해 조향비는 타이트한 편이다. 경쾌하고 민첩한 조향비를 지향하는 것은 이 차가 대형세단보다는 스포츠카를 지향하고 있음을 말한다. 포르쉐! 즉 스포츠카라는 말이다. 피를 속일 수는 없다.

최고급 가죽으로 만든 버킷 시트는 특히 옆구리가 좋다. 시트의 날개가 차가 기울 때 몸을 적절하게 지지해준다. 운전자의 몸은 차의 안정감과 직결된다. 시트가 운전자의 몸이 안 흔들리게 잘 잡아주면, 운전자는 아주 편안하고 안정되게 차를 다루게 된다. 차와 운전자의 일체감은 시트에서 구현된다.

12.3인치 모니터에는 무척 다양한 정보가 뜬다. 또한 터치스크린 작동으로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 재미있는 건, 재떨이다. 변속레버 아래 떡 하니 자리 잡은 것. 재떨이는커녕 시가라이터까지 치우는 마당에 보란 듯이 재떨이를 배치하는 배짱은 어디에서 왔을까.

수동변속이 가능한 변속레버는 작다. 손안에 쏙 들어와 잡힌다. 이 작은 레버로 5m가 넘는 차를 움직인다. 차의 격에 맞지 않는, 작고 귀여운 변속레버다.

좁은 주차장에서는 한 번 더 움직이는 게 마음 편하다. 워낙 비싼 차여서 긁으면 안 된다는 부담이 커서다. 한 번에 빠져나올 길도 두 번에 나누게 된다.

계기판 우측에는 나이트뷰가 뜬다. 시야가 안 좋을 때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전방 시야를 확인할 수 있다. 어둠 속에 숨어 보이지 않는 사람이나, 동물, 자동차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계기판에 흑백으로 보여 어색하기는 하지만, 어둡거나 안개 속에서 ‘눈뜬장님’ 신세는 면할 수 있다.

교통 체증구간은 짜증 나지만 하이브리드차에겐 꼭 그렇지만은 않다. 회생제동을 통해 연비를 개선하는 즐거움이 있다. 모니터를 통해 회수되는 에너지를 눈으로 확인하는 쏠쏠한 재미가 있다. 통장에 잔고가 쌓이는 기분이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좀 더 민감해졌다. 엔진과 모터가 서로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며 개입한다. 기존에는 가속페달을 80% 이상 밟아야 전기모터가 개입했지만, 신형에선 가속 즉시 모터가 개입할지를 판단해 필요하면 즉시 개입한다.

배터리 용량은 14.1kWh. 이전에는 9.4kWh로 용량이 크게 늘었다. 배터리가 커졌지만, 공차중량 2,240kg으로 차의 전체 무게는 변함이 없다. 충전시간은 3.6kW 온보드 차저로 5.8시간, 7.2kw로는 3.6시간이 걸린다. 그렇게 배터리를 가득 채우면 33km를 EV 상태로 움직일 수 있다. EV 상태에서 최고속도는 140km/h까지 낼 수 있다. 출퇴근 거리가 30km 이내라면 가솔린 엔진을 쓰지 않고 전기차로만 이 차를 탈 수도 있겠다.

EV 주행거리는 들쑥날쑥 한 게 사실이다. 오르막이 끼면 줄어들고, 내리막에선 더 갈 수 있다. 꼭 전기로만 움직일 필요가 없는 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장점이다. 배터리가 바닥나면 가솔린을 태워 엔진을 구동시키면 된다.

주행모드는 하이브리드, e 파워,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4개다. 80km/h로 차분히 움직이는데 엔진 소리가 들린다. 포르쉐여서인지 살짝 엔진 소리를 들려준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1200을 마크한다. 수동변속을 이용하면 3단 5,000rpm까지 낮출 수 있다. 8단 듀얼 클러치인 PDK 변속기가 조율한 결과다.

성능과 효율을 만족시키는 변속기는 포커페이스에 능하다. 얌전하게 움직일 땐 포르쉐가 아닌 척, 조용하고 부드러운 실내를 연출한다. 가속페달을 꾹 밟아주면 돌변한다. 거친 호흡에 단단한 서스펜션의 느낌이 살아난다. 포르쉐다.

주행 중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rpm은 0으로 떨어진다. 엔진은 끄고 전기로 타력주행을 이어가는 것.

느슨하게 긴장을 풀고 달리다가도, 살짝 가속페달을 깊게 누르면 속도가 순식간에 올라간다. 가속에 저항은 없다. 2.2톤의 무게가 하늘로 날아오를 듯 짧은 순간에 속도를 높인다. 참았던 숨을 몰아쉬며 엔진이 정체를 드러내면, “아 맞다, 이 차 포르쉐지” 하는 생각이 비로소 든다. 포르쉐는 스포츠카다. 친환경차의 성격을 더했을 뿐 고성능 차임을 숨길 순 없다. 여전한 포르쉐 계기판이 말해준다. 알피엠이 가운데 있는 계기판이다.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선 툭툭 건드리는 페달에 시트가 바로 반응한다. 새털처럼 가볍게 고속에 진입한다. 흔들림은 크지 않아 묵직한 느낌이 살아난다. 안정감 있게 고속으로 밀고 올라간다. 엔진 사운드는 기분 좋게 가슴을 두드리고, 속도계를 안 보면 너무 빠르다는 사실을 눈치채기 힘들다.

e 파워 모드에선 알피엠이 0, 즉 엔진이 정지한다. 오로지 전기모터로 움직이는데 시속 140km까지 가능하다. 빠른 속도까지 전기모터로 달리는 느낌이 색다르다. 모터가 커버하는 영역이 훨씬 넓어졌다. 그만큼 쓰임새가 많아졌다.

성능을 압도하는 건 브레이크다. 아주 빠른 고속에서도 안정감 있게 차체를 제어한다. 포르쉐답다. 앞에 더블위시본 뒤에 듀얼 링크 방식의 서스펜션은 알루미늄으로 제작됐다. 서스펜션의 형식에 더해 가벼운 알루미늄을 사용해 차의 흔들림과 연비를 개선하는데 큰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인상적인 주행안정감을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부분이다.

참모습은 코너에서도 드러난다. 사륜구동과 단단한 하체, 20인치 타이어가 차체를 한 치 밀림 없이 지지해 돌아나간다. 조금 더 강하게 몰아쳐도 충분히 버텨줄 기세다. 차의 성능이 드라이버의 능력을 뛰어넘는다.

차선이탈 경고장치는 조향에 개입한다. 차로를 인식하고 그 중앙을 유지하며 달린다. 스티어링휠을 쥐고 있지 않으면 바로 해제시키고, 다시 쥐면 자동으로 활성화된다.

판매가격 1억 5,720만 원. 내연기관의 고성능에서 전기모터의 친환경까지 자동차의 모든 맛을 다 가졌다. 게다가 최고급 수준의 프리미엄 럭셔리도 갖췄다. 많은 것을 품고 고성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한 몸에 품기 힘든 서로 다른 요소들을 높은 수준에서 양립시킨 역작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크루즈컨트롤뿐이다. 차간 거리를 조절해주는 기능이 없다. 1억 5천만 원이 넘는 최고급 차인데 어댑티브나 액티브가 아닌 그냥 크루즈컨트롤이다. 정속주행만 가능하다. 운전하는 즐거움에 타는 포르쉐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필요할 땐 반자율운전을 누릴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주 큰 차지만 트렁크는 무척 좁다. 배터리가 그 아래 있어서다. 구조적으로 불가피함을 이해하지만, 트렁크가 좁아 때로 불편한 건 사실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