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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엥 C4 칵투스, 욕심 버리고 만나는 대박 연비

깍두기가 생각나는 이름, 칵투스. 부딪혀도 괜찮으라고 붙여놓은 사각형 에어범프 때문에 더 그랬다. 신형 모델에선 에어범프가 사라졌다. 측면 아래에 3개의 범프를 남겨놓았지만 부딪히면 영락없이 다쳐야 하는만큼 에어범프 본연의 기능은 사라진 셈이다. 결국 나머지 범프도 사라지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
여드름 사라진 얼굴이 이럴까. 옆모습이 깨끗, 깔끔, 단정해졌다. 구형 칵투스의 가장 큰 특징이 사라진 게 신형 칵투스의 가장 큰 특징이 됐다.

또 하나의 큰 변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서스펜션이다. 하이드롤릭 서스펜션을 적용했다. 노면 충격 흡수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시트로엥은 설명한다. 소형 SUV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고급 서스펜션이라는 얘기다. 앞에는 맥퍼슨 스트럿, 뒤슨 토션빔 서스펜션을 썼다.

앞모습은 시트로엥의 상징, 더블 쉐브론이 중심을 이룬다. 좌우로 주간주행등, 헤드램프, 안개등이 3층 구조로 배치됐다. 안개등은 코너링 램프 역할을 겸한다. 돌아나가는 방향을 비춰주는 것.

지붕 위에 얹혀진 루프 캐리어는 기능에 앞서 시각적 포인트를 이룬다. 머리핀이나 브로치 같은 장식적인 요소로 의미가 있겠다. C 필러는 두껍다. 듬직하다. 작은 차지만 이런 부분에서 단단하고 야무진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뒷모습엔 트릭이 있다. 머플러가 안 보이는 것. 친환경차인가? 잠시 헛갈렸다. 1.6 디젤엔진의 날숨을 뱉어내는 머플러는 범퍼 안쪽으로 숨겨놓았다.

시트는 공원의 벤치처럼 평면이다. 입체적으로 몸을 감싸는 시트와는 다르다. 나름 매력 있다. 시트 조절은 손으로 해야 한다. 등받이를 누이려면 둥근 레버를 열심히 돌려야 한다.
꽉 차는 뒷공간은 그래도 무릎 앞으로 약간의 공간을 남겨놓았다. 시트 등받이를 안쪽으로 파놓은 덕이 크다. 뒷좌석에 이렇다 할 편의 장비는 단 하나도 없다. 송풍구, USB, 시가잭은 물론 심지어 차창도 내려가지 않는다. 차창은 뒷부분을 살짝 벌려서 숨통을 터줄 뿐이다.

운전석에서 만나는 인테리어는 단촐, 심플하다. 가죽고 나무를 앞세워 고급을 강조하는 허세를 피하고 있다. 철저히 기능에 충실한 합리적인 인테리어를 구성하고 있다.

계기판은 단순한 모니터로 대체했다.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 스탑앤 스타트, 크루즈컨트롤 등 기본적인 편의장비들을 장착했다. 호화롭진 않지만 필요한 기본적인 장치들은 확보하고 있다. 내비게이션은 없다. 글로브 박스는 위로 열려 그 안에 넣어둔 물건들이 쏟아질 염려가 없다.

변속기는 RND로 만들어진 각각의 버튼을 눌러 조절한다.

얼마일까? 소박한 인테리어를 마주하며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이다. 2,790만 원. 신형으로 교체하면서 더 낮춘 가격이다. 2,000만 원대의 수입 SUV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한 차다.

핸들은 정확하게 3회전 한다. 프로그레시브 하이드롤릭 쿠션 서스펜션은 노면에서 올라오는 거친 충격들을 걸러준다. 과속방지턱 넘는 느낌이 조금은 더 부드러운 듯하다. 충격이 부드럽게 걸러지는 느낌이다. 거칠게 맞받아치는 느낌이 아니다.

99마력. 1.6 디젤엔진이 6단 변속기를 거쳐 나오는 힘이다. 최대토크는 25.9kgm. 숫자로 보면 조금 걱정스러운 힘, 실제로 만나면 “괜찮네”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숫자로 표현되는 힘이 반드시 숫자와 비례하는 건 아니다.

기대 이상의 힘. 끝까지 밟으면 있는 힘껏 달려준다. 스티어링휠 아래 패들이 있어 수동변속이 가능하다. 변속기는 EPG6, 6단 변속기로 푸조의 MCP와 같다. 가속페달에 적응 안 될 땐 울컥거린다. 가속페달을 최대 70% 전후로 활용하는 게 이 변속기를 다루는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끝까지 밟으면 변속이 일어날 때마다 울컥거린다. 비결을 알고 나면 편하게 다룰 수 있게 된다.

에코 노멀 스포츠 등 주행모드는 없다. 가속페달 깊이가 주행모드를 구분해줄 뿐이다. 페달 하나로 차를 다룬다 생각하면 편하다. 크루즈 컨트롤은 정해진 속도로만 달릴 수 있는 ‘기본형’이다.

공인복합 연비는 17.5km/L로 1등급. 놀랍다. 실제 연비는 더 좋았다. 파주-서초간 56km를 차분하게 달린 결과 24.3km/L의 연비를 만날 수 있었다. “대박” 소리 절로 나오는 연비다. 디젤과 EPG6, 17인치 타이어, 프로그레시브 하이드롤릭 서스펜션 등이 어우러져 만든 연비다.

빨리 달리고픈 급한 마음에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칵투스는 심통을 부린다. 울컥울컥 변속 때마다 엇나가는 것. 욕심을 버리고 가속페달을 다루면 거짓말처럼 부드럽게 반응한다. 같은 차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욕심을 버려야 한다. 스트레스 없이 칵투스를 타는 방법이다.

흔들림은 절제되고 가속은 더디지만, 꾸준히 이어간다. 힘을 끌어모아서 속도를 올린다. 시간이 필요한 이유다. 바람 소리는 크지 않은데 제법 속도감은 난다. 실제 속도와 체감 속도가 비슷한 수준. 달리는 만큼 느껴진다.

60km/h 이상에서 작동하는 차선이탈 경고장치는 차선을 넘을 때 경고음을 낸다. 조향에 개입하는 법은 없다.

럭셔리, 혹은 프리미엄을 기대한다면 이 차는 아니다. 배지를 앞세워 폼잡기보다 가격과 기능이 중요한 합리적 소비자라면 구매 리스트 상단에 올려도 좋을 SUV다.

쓸데없는데 돈 쓰지 않았다. 내비게이션까지 생략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그래서 더 알찬 차가 됐다. 가격이 받쳐줘서다. 2,790만 원. 영리한 가격이다.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많이 팔리는 차가 아니라는 것. 희소성을 가졌다. 수억 원을 호가하는 차라면 모를까, 2,000만 원대 SUV인 주제에 희소성을 갖는다는 게 칭찬인지 욕인지 알 수 없지만, 거리에서 이 차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남들 다 타는 차는 싫다는 줏대가 있는 사람에겐, 이 차 추천할만하겠다. 멀리서 봐도 딱 알 수 있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없어도 좋겠다. 내비게이션이 없어서다. 작은 정보창 하나 만들면 충분할 텐데, 지도를 볼 때나 유용할 것 같은 큰 모니터를 달아놓고 정작 내비게이션은 제공하지 않는다. 모니터 자체도 노출되어 있고 사각으로 각이 잡혀있어 안전에도 위험이 된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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