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길다. BMW 740e i 퍼포먼스 M 스포츠 패키지. 많은 것을 담았음을 드러내는 이름이다. 단어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어 어느 말 하나 버릴 게 없지만, 부르다 숨넘어갈 지경이다.
7시리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중요한 건 이 두 가지겠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한 최고급 세단이라는 것. 프리미엄은 공간이다. 넓은 공간이 주는 고급스러움은 좁은 공간에서 만들어낸 고급감과 차원이 다르다.
충분히 넓은 공간은 특히 뒷좌석에서 빛을 발한다. 비스듬히 눕고도 남아도는 드넓은 공간은 그 자체로 고급이다. 가죽과 나무는 그 공간을 받쳐주는 재료다.
뒷좌석 암레스트에는 갤럭시 탭이 비치돼 있다. 오디오, 송풍, 내비게이션 등 차의 여러 기능을 갤럭시 탭으로 조절할 수 있다.
그 넓은 공간을 제약하는 게 불쑥 속은 센터 터널이다. 3명이 뒤에 탄다면 성가신 부분일 텐데, 2명만 앉는다면 오히려 안락한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가 된다. 좌우를 분명하게 구분해주는 경계가 되기 때문이다.
스티어링휠은 2.8회전 한다. 무난하다는 3회전보다 조금 민감하게 세팅했다. 럭셔리 세단이지만 너무 느슨하지 않은 조향감을 기대할 수 있다. 8단 자동변속기를 수동 조절할 수 있는 패들시프트가 딱 좋은 위치에 있다.
차와의 커뮤니케이션은 다양하게 이뤄진다. 손글씨로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입력할 수 있고, 손동작으로 오디오의 볼륨조절을 할 수 있다. SOS 버튼은 긴급상황에서 콜센터와 바로 연결할 수 있다. 어딘가에,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 그 자체가 안전이고 안심이다. 굳이 연결할 일이 없다 해도 그렇다.
전기모드로 움직이는 e드라이브는 시속 120km까지 커버한다. 1회 충전거리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26km로 인증받았다. 조금 더, 혹은 조금 덜 갈 수 있다. 기온, 도로 상태, 주행상황 등에 따라 조금은 달라질 수 있다.
시승을 시작할 때 배터리는 완전히 바닥이었지만, 시승 도중 50% 가까이 스스로 충전이 됐다. 다시 방전된 이후에는 집 주차장에서 220V 가정용 전원으로 풀충전을 할 수 있었다.
파워트레인은 복잡하다. 직렬 4기통 2ℓ 가솔린 엔진은 258마력, 40.8kgm의 힘을 가졌다. 전기모터는 113마력, 25.5kgm의 힘을 낸다. 엔진과 모터를 더한 총 시스템 출력은 362마력, 51.0kgm에 이른다. 공차중량은 2,010kg으로 마력당 무게비는 5.55kg으로 매우 가볍다. 트렁크 바닥은 높다. 범퍼와 같은 높이다. 그 아래 배터리를 넣어 트렁크 공간은 그리 넓은 편이 아니다.
출발! 차가 움직이기 시작할 때 기지개 켜듯 안전벨트가 당겨지며 몸을 잡아준다. 차와의 포옹. 승객에게 신뢰감과 편안함을 전해주는 아주 마음에 드는 스킨십이다.
타이어와 서스펜션이 노면의 거친 충격을 상당 부분 걸러낸다. 차 안과 밖의 소리가 다르듯, 노면 충격도 차 안과 밖이 크게 다르다. 차 안에서 느끼는 모든 충격은 더없이 부드러울 뿐이다.
킥다운을 걸면 큰 힘이 순간적으로 터진다. 짧은 구간에서 본선에 진입하거나, 옆 차를 따돌리거나, 앞서가는 차를 따라잡을 때 어김없이 터지는 힘이다. 어떨 땐 힘을 주체하지 못해 타이어가 헛돌 정도다. 친환경 차인 줄 알았는데 고성능 차다. 아니다. 친환경과 고성능 둘 다를 가졌다.
반자율 운전은 곧 자율운전이 임박했음을 말하고 있다. 조향은 좀 더 강하게 개입해 어지간한 코너는 식은 죽 먹기다. 차간거리 조절은 어떤 일이 있어도 서로 부딪히지 않는 자석의 같은 극처럼 작동하고 갑자기 끼어드는 차가 있어도 노련하게 대처한다.
7시리즈임을 증명하듯 엔진 소리와 노면소음은 철저하게 차단했다. 스쳐 지나가는 옆 차 소리만 들리는 정도다.
스포츠 모드에서도 엔진 사운드를 듣기는 힘들다. 편안한 상태로 속도가 올라간다. 실제 속도와 체감속도의 차이가 무척 크다. 모터까지 가세한 힘을 사륜구동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떠받쳐 차체를 인상적인 속도까지 끌어올린다. 극한적인 속도에서도 흔들림은 크지 않다. 꼭짓점을 향해 빨려 들어가면서 점점 더 편안해지는, 그래서 몽환적인 느낌. 참 오랜만에 느껴본다.
빠른 속도에서도 돋보이는 안정감이 인상적이다. 정장을 입고 100m를 전력 질주하면 이럴까. 큰 힘을 쓰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다.
Max e 드라이브는 완전 전기차 모드다. 오토 e 드라이브는 상황에 따라 차가 판단해 전기차 모드를 택한다. 엔진을 멈추고 전기차 모드로 움직일 땐,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배터리가 완전 방전돼도 움직이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 기름이 완전히 바닥나도 배터리 잔량이 있다면 마찬가지다. 배터리와 가솔린 둘 중 하나만 있으면 된다. 굳이 전기 충전소를 찾지 않아도 된다. 가정용 전원으로 4시간이면 충전된다. BMW에서 제공하는 충전용 월박스를 이용하면 단 두 시간에 충전을 마칠 수 있다.
디젤이 친환경이라 믿는 시대는 지났다. 전기차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가장 현실적인 친환경 차라는 주장은 일견 타당하다.
시승을 마치고 파주에서 출발해 서울로 복귀하는 구간 55km를 달리며 체크한 실제 연비는 12.0km/L였다. 시승하느라 배터리가 거의 바닥이어서 대부분 엔진 구동 상태로 움직인 결과다.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이보다 훨씬 더 좋은 연비를 기록했으나, 시내 정체 구간에서 연비는 빠르게 악화됐다. 그래도 엔진의 공인복합 연비 11.1km/L보다 우수한 수준을 기록했다.
BMW 740e i 퍼포먼스 M 스포츠 패키지의 판매가격은 1억 4,490만 원이다. 7시리즈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더한 가격이다. 친환경, 고성능, 프리미엄을 다 품은 차다. 고개를 끄덕일 만하지 않은가.
오종훈의 단도직입
전기차 모드인 e드라이브 상태로 움직일 때 자잘한 소리들이 크게 들린다. 너무 조용해서 작은 소리들이 크게 증폭된다. 시트를 조절하는 모터 소리, 공조장치의 바람 소리 등이 그렇다.
냉풍 시트와 온열 시트가 함께 작동한다. BMW 신형 차들의 공통 지적사항이다. 이 둘이 동시 작동하는 건, 이를테면 에어컨과 히터를 함께 켜는 셈이다. 둘 중 하나만 선택하는 게 상식에 부합한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