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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화재로 벤츠와 제네시스 반사이익

자동차화재 연쇄발생에 대한 BMW의 부품 결함 인정과 공식 사과가 있었다. BMW에 그치지 않고 수입차 시장 전반에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초기 2주간의 반응은 이와 거리가 있다. 수입차 판매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이고, 독일 5사도 전체적으로는 변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큰 반사이익은 의외로 제네시스 몫이 될 것으로 나타났고, 현대-기아에 이어 제3의 국산 브랜드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였다. 수입차, 고급차를 향한 한국소비자의 열망은 계속되고, 중소형차와 매스브랜드에게는 힘든 시기가 이어질 것이다.

자동차전문 리서치회사 컨슈머인사이트는 2001년부터 매년 7월, 10만명 규모의 초대형 자동차 소비자 조사를 실시해 왔다. 2018년 조사의 자료수집 기간이 끝날 무렵(2018년 8월 6일)에 BMW는 그간 연속 발생한 화재의 원인이 부품결함에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새 차를 살 계획이 있다고 답한 2만9천966명의 응답을 BMW의 공식 인정 이전과 이후(이전 2만7천346명, 이후 2천620명)로 나누어, BMW의 인정과 사과가 구입의향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분석했다. 초대형 문제 발생 후 15일간 소비자가 보인 초기반응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2018년 조사의 ▲수입차 구입의향률은 최종 31.1%로 집계되었다. 전년 26.6% 보다 무려 4.5%포인트 올랐다. 부품결함 ▲공식 인정 전 31.2%에서 ▲인정 후 30.7%로 0.5%포인트 감소했으나 의미있는 차이라 보기 어렵다. 가장 인기 있는 수입 브랜드 중 하나인 BMW가 화재 원인이 제품에 있음을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수입차에 대한 선호는 변함이 없었다.

2018년 수입차 구입의향률 31.1%는 의미심장하다. ▲사상 처음으로 30%를 넘었고, ▲이는 20%를 넘어선지(2014년) 불과 4년만이다. ▲디젤게이트 사건이 없었다면 1년 단축됐을 것이다. 이 의향률은 현대차(제네시스 포함) 33.5%에 이어 2위이고, 제네시스를 제외(25.5%)하면 이미 1위이다. 내년에는 제네시스를 포함하더라도 현대를 넘어설 것이 확실하다.

구입의향률로 보면 수입차는 이미 한국 자동차 시장의 주역 중 하나가 되었고, 초대형 악재도 소유 열망을 식히지는 못할 만큼 튼튼히 자리잡았음을 알 수 있다.

BMW의 구입의향률은 4.2%이다. 공식발표 전 4.5%였으나, 공식 인정 후에는 1/3 수준에 가까운 1.6%로 급감했다. 5~6월부터 연속 발생한 화재로 공식발표 전 이미 전년 5.3% 보다 낮아 하락세였고, 작년에는 거의 비슷했던 벤츠(5.4%)와 3%포인트 이상의 차이로 벌어졌다.
BMW 선호층의 이탈은 대부분은 벤츠로, 일부는 아우디와 폭스바겐으로 옮겨갔으나, 이들 모두를 합한 독일5사의 구입의향률은 16.4%로 변화가 없었다. 디젤게이트에서와 마찬가지로 문제 브랜드에 대한 선호는 거두어 들이지만, 독일차에 대한 신뢰는 유지하며 그 안에서 대안을 찾는 경향이 있었다.

국산차 구입의향률은 68.9%로 사상 처음 70% 밑으로 내려갔다. BMW 공식발표 이후 0.5%포인트 상승해 전체적으로 큰 차이는 없었으나, 들여다보면 조금 다르다. 사건 이후 현대만 상승했고, 쌍용은 현상유지, 나머지는 모두 뒷걸음 쳤다.

현대(제네시스 포함)는 공식발표 이후 3.7%포인트 증가한 36.8%를 기록했으며, 이는 기아를 포함한 국산4사를 합친 것(32.5%) 보다 더 크다. 즉, BMW 화재사건으로 수입차와 현대차는 득을 봤고, 피해는 국산4사가 입었음을 알 수 있다.

한국 소비자의 큰 차 사랑은 유별나다. 중형 이하의 감소, 대형의 증가는 예견되어 왔으나 BMW 사건이 이 경향을 증폭시켰다. 대형차 구입의향률은 공식사과 전 6.9%에서 8.9%로 2%포인트, 준대형도 13.9%에서 15.1%로 1.2%포인트 늘었다. 반면, 중형은 전년 대비 2/3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 수입차, 대형차, SUV의 높은 인기로 인해 중형차 이하 시장이 공동화할 가능성이 있다.

대형차 선호의 증가는 곧 제네시스의 증가라 할만 하다. 제네시스 3개 모델 G70, G80, EQ900의 구입의향률의 합은 8.0%이며, 공식발표 이전 7.8%에서 이후 10.5%로 무려 2.7%포인트 상승되었다.

제네시스를 포함한 현대가 3.7%포인트 증가해 최고 수혜자라 했으나, 그 내막을 보면 증가분의 대부분(2.7%포인트)이 제네시스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제네시스는 ▲현대 25.5%(제네시스 불포함), 기아 18.9%, 다음의 3위 브랜드로 올라섰고, ▲외국계 국산 3사 모두를 앞섰으며, ▲쾌속 질주하는 수입 브랜드 1위 벤츠(7.9%)를 앞서고 있다.

제네시스는 BMW 사건을 통해 강력한 독립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기회를 얻는 동시에, 파죽지세인 수입차를 견제할 유력한 대항마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BMW 사건에 대한 소비자의 초기 반응은 제네시스와 벤츠의 반사이익, 중형 이하 차급의 위축, 외국계 국산 3사의 부진 등 몇 가지 변화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2015년 발생해 아직까지 진행 중인 디젤게이트에서 보듯이, 소비자는 큰 사건에 충격과 분노로 반응할 수 있지만 시장의 큰 흐름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현재 나타난 결과 역시 사건 직후 15일간의 초기 반응일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초기반응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미래가 전개될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 조사결과는 자동차전문 리서치회사 컨슈머인사이트의 ‘연례 자동차 기획조사’의 제18차 조사(2018년 6~8월 실시)로부터 나온 것이며, ‘2018 자동차기획조사 결과 발표회(2018년 10월 4일 14:00시, 노보텔앰버서더 보르도홀)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이상진 daedusj@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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