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을 파고들 것 같은 날카로운 디자인은 한 주먹 할 듯 성격 까칠한 인상이다. 싸움 잘 할 것 같은 야무진 모습으로 아반떼가 얼굴을 바꿨다.
6세대 아반떼의 페이스 리프트모델. 풀체인지에 버금가는 큰 폭의 변화를 거친 ‘더 뉴 아반떼’를 타고 춘천고속도로를 달렸다.
얇고 예리한 선은 칼잡이의 솜씨처럼 그릴을 파고들었다. 그 아래 안개등도 날이 바짝 선 삼각형의 모습으로 배치됐다. 배가 고파 바짝 독이 오른 모습, 건들면 맞받아칠 듯 도발적인 모습이다. 보닛 위로는 손가락 두 개로 선을 그린 듯 두 개의 라인을 명료하게 그렸다. 강한 얼굴이 인상적이다 못해 뇌리에 파고든다. 문득 든 생각. 현대차의 디자인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옆과 뒷모습에 제대로 시선을 주지 못한 건 앞이 너무 강해서다. 앞모습에 비해 뒷모습은 무척 온순하고 무난한 편. 17인치 타이어를 품은 휠이 멋지다. 헤드램프만큼 휠도 멋있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하루 종일 얼굴을 마주하고 뜯어보고 싶다. 이 얼굴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디자인이 공개된 이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은 개인의 선택이고 판단이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디자인을 평가하면 된다. 다만, 처음엔 어색했던 모습이 시간이 지나면서 친숙해질 가능성은 있다.
가솔린과 디젤 엔진으로 라인업을 이룬다. 시승차는 1.6 가솔린 모델. IVT 무단변속기를 올려 123마력, 15.7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리터당 100마력이 넘는 힘을 만들어내는 시대다. 배기량을 낮추던지, 힘을 더 키우던지. 조금은 아쉽다.
딱 맞는 힘을 낸다. 스포츠모드에 놓고 급가속을 하면 힘을 끌어모으는데 잠시 시간이 지체된다. 소리는 먼저 달려나가고 몸은 한 템포 있다가 움직인다. 공차중량이 1,280kg으로 가벼운 편이지만, 엔진 또한 힘이 세지 않아 마력당 무게비 10.4kg 수준이다. 시속 100km를 넘기까지는 10초를 훌쩍 뛰어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속도가 높을수록 가속은 더뎠다. 고속주행에 이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고, 체감속도와 실제 속도가 비슷하게 나갔다. 아무래도 고속에선 힘이 아쉽다. 조금만 더 힘을 써주면 강하고 짜릿한 주행을 맛볼 수 있을텐데, 자린고비처럼 힘을 아끼는지, 화끈하게 밀어주지는 않는다.
225/45R17 사이즈의 넥센타이어에 전달된 힘이 노면을 박찬다. 서스펜션은 소프트했고, 과속방지턱을 넘을 땐 마지막에 거친 반응을 보였다. 마지막 순간에 타이어를 놓아버리듯 “텅”하는 쇼크를 느꼈다. 타이트한 코너를 빠르게 돌아나갈 때, 뒷타이어가 통통 튀는 느낌도 받았다. 서스펜션과 타이어가 노면을 확실하게 붙들지 못하고, 거친 조건에 노출될 때마다 놓치는 느낌이다. 아, 이런 현상들은 거친 상황에서다. 아주 빠르게 달릴 때, 타이트한 코너를 돌아나갈 때 등이다.
100km/h 전후의 속도에서는 무척 편안했고, 정확했다. 시멘트 도로여서 중저속에서부터 자잘한 소리들이 실내로 파고든다.
큰 폭의 변화를 거친 익스테리어와 달리 인테리어는 예전 그대로의 모습이다. 매립형 모니터가 반갑다. 부드러운 가죽으로 감싼 스티어링휠은 2.3회전한다. 타이트한 조향비는 아니나 다를까, 정확하고 민첩한 조향을 보였다.
스마트센스는 차급 최고 수준이다. 전방충돌방지 보조, 스마트 크루즈컨트롤, 차로이탈방지보조, 후측방 충돌경고, 후방교차충돌 경고, 하이빔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등의 안전 및 주행 보조 장치들이 대거 적용됐다. 하나 더, ‘안전하차 보조’가 더해졌다. 승객이 도어를 열 때 뒤에서 다가오는 오토바이나 자전거 등이 있으면 경고해준다. 생활 속에서 무시로 일어나는 사고를 예방해준다.
현대차의 스마트센스는 그 완성도가 무척 높다. 예를 들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이탈 경보장치가 어우러져 구현하는 반자율 운전은 대체로 차로 중앙을 유지하며 움직인다. 차간거리를 정확하게 유지함은 물론이다. 이보다 못한 수준을 보여주는 수입차들도 많다.
서버형 음성인식 시스템인 ‘카카오 아이’를 이용하면 음성명령과 검색의 범위가 넓어진다. 옆 사람에게 물어보듯 얘기하면 답을 구할 수 있는 것. 사운드 하운드 기능은 지금 들리는 노래가 어떤 음악인지 알려준다. 인공지능의 범위에 속하는 기능들이다. 자동차에 인공지능이 한 발짝 걸쳐 들어온 셈. 시간이 흐를수록 좀 더 깊숙이 자동차 안으로 들어올 것임은 불문가지다.
센터페시아 아래엔 스마트폰 무선충전 시스템이 있다. 가장 큰 스마트폰인 노트8이 여유 있게 들어간다.
놀라운 건 연비다. 1.6 가솔린 엔진의 경우 15인치 타이어를 쓰면 공인 복합연비가 15.2km/L, 17인치 타이어인 경우에는 14.1km/L다. 시승을 하는 동안에는 가속과 과속, 공회전, 급제동 등 거칠게 차를 다룰 수밖에 없다. 차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부분이다. 당연히 연비가 좋게 나올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승차를 반납하기 직전 계기판을 통해 체크한 연비는 14.3km/L였다. 저절로 “미친 연비” 소리가 나왔다. 빠른 속도에서 원하는 대로 힘을 쓰지 못하게 한 대가다. 힘을 아껴 연비를 얻었다는 말.
신형 아반떼는 디자인이 성능을 한참 앞서고 있다. 아주 강한 익스테리어 디자인과 무난한 차의 성능이 묘한 불균형을 이룬다. 싸움 잘하게 생겼는데, 알고 보니 순둥이였던 것.
좀 더 다이내믹하고 힘찬 주행을 원한다면 몇 달만 기다리기를 권한다. 아반떼 터보가 연말 출시를 준비하고 있어서다. 강하고 폭발적인 힘을 가진 아반떼가 곧 온다고 예고한 셈.
신형 아반떼의 판매가격은 1,404만 원부터다. 가솔린 1.6 수동변속기 모델이다. 무단변속기 기준으로는 가솔린이 1,551만 원~2,214만 원이다. 디젤은 1,796만 원~2,454만 원.
준중형 세단 시장은 경쟁체제라고 보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 쌍둥이나 다름없는 아반떼와 K3가 장악하고 있다. 쉐보레 크루즈는 국내 생산을 중단했고, 르노삼성 SM3가 겨우 경쟁자를 자처하고 있는 상황. 결국, 수입차를 상대해야 하는데 이 차급에 쟁쟁한 차들이 차고 넘쳐 탈이다. 물론 아반떼의 경쟁력은 충분하다. 브랜드 이미지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의 난관만 넘어선다면 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현대차가 지붕 틈새 마무리는 야무지고 꼼꼼한데 아반떼에서는 그렇지 않다. 틈새가 벌어지고 손끝으로 지붕 재질의 단면도 만져진다. 준중형차급에선 이런 게 문제 될 게 없지만, 그동안 잘해왔던 현대차라서 문제다.
애플 카플레이가 안 된다. 안드로이드 오토만 된다. 아이폰 사용자들이 많은 20~30대를 공략해야 하는 아반떼로서는 어쩌면 치명적 약점일 수 있다. 아이폰 고객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아반떼의 숙제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