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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나 EV, 400km 벽 넘은 ‘조울’ 심한 전기차

주행가능거리가 짧아 전기차 타기가 불편하다는 얘기는 이제 틀린 얘기다. 적어도 코나 일렉트릭에선 그렇다.

현대차의 최신형 전기자동차인 코나 EV는 1회 충전으로 406km를 달린다. 406km는 전기차의 발전을 보여주는 숫자다. 100km 겨우 넘기는 수준에서 시작한 전기차의 역사는 불과 몇 년 사이에 200~300km를 넘기더니 드디어 코나가 400km 고지에 올라섰다. 전기차의 굴레 하나를 벗어던졌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전기차의 항속거리는 지속해서 확장 중이다. 이는 곧 배터리와 직결되는바, 배터리의 성능이 그만큼 좋아졌다는 의미다. 코나 EV를 시승했다.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는 두 종류로 제공된다. 주행가능거리 406km인 64kWh 용량의 배터리가 기본 제공된다. 라이트패키지를 택하면 주행 가능거리 254km인 39.2kWh 배터리가 제공된다. 가격은 350만 원 저렴해진다.

주행가능거리를 충분히 멀게 하고 싶다면 64kWh 배터리를, 그렇게까지 큰 배터리가 필요 없다면 39.2kWh 배터리를 택하면 된다. 64kWh 배터리가 멀리 가는 대신 충전시간은 오래 걸린다. 완속 충전을 하면 9시간 35분 걸린다. 100kW 급속 충전기를 이용하면 80%까지 충전 가능한데 54분이 걸린다. 충전하는 데에는 인내심이 필요하겠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다르다. 제대로 전기차를 이용하려면 생활방식이 완전히 달라야 한다. 달리다가 아무 데서나 주유소를 찾아 주유하는 것과 달리 전기차는 집에서 충전하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전기차에 외식, 외박은 피하는 게 좋다. 또 그렇게 된다.

64kWh 배터리를 사용하는 모터 출력은 150W, 204마력이다. 소형 SUV에는 넘치는 힘이다. 공차중량이 1,685kg이니 마력당 무게비는 8.2kg이 된다. 가볍게 팡팡 터지는 힘을 기대할 만한 동력 효율이다. 움직이는 중에 순간 가속을 하면 타이어 슬립이 일어날 정도다. 스포츠카 이상의 탄력을 보인다. 배터리를 뒷 시트 아래로 배치해 무게 중심도 낮아졌다. 덕분에 중미산 와인딩 코스의 계속되는 코너에서 조금 과하게 움직여도 넉넉하게 받아 냈다.

전기차라고 얌전할 필요는 없겠다. 내달리고 싶을 땐,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며 스포츠카 기분을 내도 좋겠다. 내달리다 보면 이게 SUV인지, 스포츠카인지 헷갈린다. 조증이 심한 여인네 같다.

물론 차분하고 조신하게 움직이는 게 친환경차에 걸맞는 모습이다. 이럴 땐 정말 조용하다. 엔진 소리가 사라진 자리는 텅 빈 채로 남아있다. 잔돌 튀는 소리, 타이어 구르는 소리가 아주 낮게 들리는 이유다. 조용해서 더 명료하게 들리는 작은 소리들. 한 많은 여인이 조용히 입 닫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느낌. 이럴 땐 울증 깊은 느낌을 건넨다. 조울이 심한 차다.

현대 스마트 센스는 수입차를 포함해 다른 어떤 메이커와 비교해도 가장 앞선 수준으로 작동한다. 한국의 도로 상황에 딱 맞춰 제작된 기능이다. 차간 거리를 조절하며 차로 중앙을 유지하며 스스로 잘 달릴 줄 안다. 고속도로에서는 도로 상황에 맞춰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기도 한다. 갈수록 똑똑해지는 것을 체감한다.

카카오 i를 통해 다양한 음성명령을 이용할 수 있고, 사운드하운드로 음악 정보 검색도 가능하다. 핸드폰에 들어온 문자를 읽어주고 음성으로 답신을 보낼 수도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회생제동 시스템은 패들 시프트처럼 작동한다. 3단계로 회생제동의 세기를 조절할 수 있다. 내리막길에서도 회생제동 버튼을 지그시 누르고 있으면 완전 정지까지 이뤄진다. 덕분에 원 페달 시스템이 가능해진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고 가속페달만으로 차의 움직임을 조절할 수 있는 것.

전기차를 타는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현대차는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다. 배터리는 평생 보증하고 전기차 전용 부품은 10년 16만km를 보증한다.
배터리 잔량이 부족하면 내비게이션을 통해 근처 충전기를 검색하고 바로 안내받을 수 있다. 요즘에는 충전소가 많아져서 그리 멀지 않는 곳에서 충전기를 찾을 수 있다. 그 정도도 움직일 수 없을 땐 현대차 콜센터로 전화하면 된다. “배터리가 떨어졌어요” 하면 와서 충전해 준다. 이른바 찾아가는 충전서비스. 1년에 네 번, 5년 동안 무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쯤 되면 큰 불안 없이 전기차를 탈 수 있겠다.

2개 트림이 있다. 코나 EV 모던은 4,650만 원. 서울 기준으로 소비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2,950만 원이다. 코나 EV 프리미엄은 4,850만 원으로 서울이라면 소비자 부담은 3,150만 원이 된다. 모던 트림에서는 마이너스 옵션으로 라이트패키지를 선택할 수 있다. 이 경우 주행가능거리 254km로 줄어들고 가격은 350만 원이 더 낮아져 2,600만 원에 살 수 있다. 라이트 패키지도 제법 매력 있어 보인다.

연비 테스트
중미산 와인딩 코스에서 간단한 연비 테스트를 했다. 5km 구간의 언덕길을 왕복하며 소비전력을 체크하는 것. 오르막길 5km를 달리는 동안 주행가능거리는 13km가 줄어들었다. 내리막길 5km를 달리는 동안에 줄어든 주행가능거리는 4km에 불과했다. 내리막길에서 회생제동 시스템을 통해 약 1km가량을 달리는 에너지를 회수한 셈이다. 오르막 내리막 전체로 본다면 10km를 달리는 동안 주행가능거리는 17km가 줄었으니 7km를 다릴 에너지를 더 쓴 셈이다. 언덕길이 연비에는 확실히 불리한 길임을 확인한 셈이다.

지난해 6월 쉐보레 볼트EV를 타고 같은 구간에서 동일하게 테스트를 했었다. 같은 코스를 볼트 EV는 4.8km로 계측했다. 4.8km 오르막 달리는 동안 주행가능거리는 무려 25km가 줄었다. 내리막길 4.8km를 달리는 동안 주행가능거리는 23km가 늘었다. 9.6km를 달리는 동안 주행가능거리는 단 2km 줄어든 데 그쳤다.

오르막길에선 코나EV가 내리막길에선 볼트EV가 에너지 소비 측면에서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테스트가 단 한 차례에 불과하고, 코나는 30도를 훌쩍 넘는 폭염 속에서 달리는 등 날씨 조건도 달라 신뢰할만한 테스트라 할 수는 없다. 다만 참고할만한 가치는 있다고 보여 여기 밝힌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반사가 심하다. 버튼식 변속레버와 컵홀더가 있는 넓은 면이 은색 컬러로 마무리됐다. 이 부분이 수직으로 내리쬐는 한낮의 태양 빛을 반사한다. 심할 땐 눈을 뜨기가 힘들 정도다. 정오 즈음 머리 위에서 내리쬐는 햇볕을 지붕이 완전히 막아주지 못한다. 반사가 덜 심한 컬러, 재질을 고려해야 하겠다.
늘 지적하는 부분, 센터페시아의 돌출형 모니터는 안전에 부합하지 않는다. 좀 더 적극적으로 안전을 챙긴다면 매립형 모니터로 설계하는 게 맞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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