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BMW가 불탔고,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은 고개를 숙였다. 독일 본사에서 급파된 고위 임원들이 화재 원인을 설명하고 언론의 질문에 대답했다.
잇따른 화재 사고에 BMW코리아가 대국민 사과를 하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김 회장은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했다. 이어서 “리콜 수리를 받은 후 EGR 문제가 재발하면 동급의 신차로 교환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독일 BMW 본사에서도 4명의 고위 임원이 한국으로 날아왔다. 품질관리 부문 수석 부사장, 디젤엔진개발 총괄 책임자, 글로벌 리콜담당 책임자, 기업 커뮤니케이션 총괄 책임자 등이다. 이들은 직접 마이크를 잡고 상황을 설명하고, 기자들이 질문에 대답했다. 한국 시장에서 발생한 문제에 해외 본사 고위 임원이 직접 방한해 대응에 나선 예는 찾기 힘들다. 해외 본사가 한국 시장에서 발생한 문제를 외면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적극 대응에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해야 할 일을 피하지 않고 제대로 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BMW는 사고의 원인을 분명하게 지목하고 있다.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쿨러에서 발생하는 냉각수 누수와 흡기다기관에 쌓인 침전물, 고온의 배기가스 등이 화재의 원인이라는 것. 이에 따라 BMW는 이번 사과에 앞서 10만대 규모의 자발적 리콜 계획을 발표했다. 예상 가능한 모든 경우를 감안해 최대한 폭넓게 리콜 대상 차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신속한 점검과 수리가 관건이다. 사전 안전진단과 EGR 모듈 교체를 받아야 한다. AS 현장에서는 문의와 접수가 제대로 안 된다고 아우성이다. 당장은 혼란스럽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차 안정적으로 리콜이 진행될 전망이다. 8월 5일 기준, 3만1,000여 대가 진단을 마쳤고 1만5,000대가 대기 중이라고 BMW는 밝혔다.
국가화재정보센터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8월 5일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자동차 화재는 3,000건을 넘는다. 이중 약 1,700건이 전기적, 기계적 요인으로 발생한 화재라고 통계는 말하고 있다.
BMW 화재는 30건. 작은 숫자는 아니다. 분명한 건,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자동차 화재가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언론이 주목하지 않는 1,630건의 화재와 관련해 책임지는 자동차 회사는 아직 없다. 원인 규명은 시도조차 못 한다. 피해자만 속이 탈 뿐이다.
30대의 BMW가 불탔고 김효준 회장은 고개를 숙였다. 1630대의 불타버린 자동차가 남았다. 누가 고개 숙일 차례인가.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