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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2세대 티구안, 젖살 벗은 청년

티구안이 돌아왔다. 디젤 게이트로 한동안 종적을 감췄던 차다. 앞서 파사트 GT가 복귀했고, 이어 티구안도 한국에 돌아왔다. 2세대로 업그레이드된 신형 모델이다. 그의 컴백에 경쟁 모델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복귀하자마자 받아든 티구안의 첫 달 성적표는 시장 1위다. 지난 6월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가 바로 이 차, 티구안이다.

타이거와 이구아나를 합친 이름이다. 2세대 모델은 폭스바겐의 MQB 플랫폼을 적용했다. 높이를 낮췄고, 길이와 너비는 키웠다. 컴팩트라고 하기엔 제법 크다. 4,485×1,840×1,665mm의 크기다. 휠베이스는 2,680mm로 이전보다 76mm가 길어졌다. 덕분에 안정감 있는 비례를 가졌다.

신형 티구안은 직선을 강조하고 있다. 어느 방향에서도 직선이 살아있다. 인테리어에서도 그렇다. 직선은 강한, 견고한, 고집스러운 등등의 메시지를 담는다. 이전세대의 티구안이 토실토실한 젖살을 가진 소년의 몸이었다면 신형 티구안은 젖살을 벗은 청년의 몸매다. 곧게 뻗은 직선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살아있는 근육을 느낀다.

뒷좌석. 무릎 앞으로 주먹 두 개가 들어간다. 휠베이스를 확 늘려 실내 공간을 최대한 넓게 만들 수 있었다. 운전석과 조수석 시트 뒤로 배치한 접이식 테이블은 영유아용으로 유용하겠다. 유아용 시트를 장착하고 접이식 테이블을 세우면 소중한 자녀를 위한 완벽한 공간을 만들 수 있다. 테이블 하나를 더해 티구안만의 2열 공간을 창조했다. 별거 아닌 테이블이지만 어린 아이를 가진 젊은 부부라면 감동 받을 수도 있겠다. 타깃 고객층을 정밀 겨냥한 부분이다.

4:2:4로 분리해 접을 수 있는 뒷좌석은 슬라이딩까지 가능했다. 앞뒤로 18cm가 움직인다. 뒷좌석 차별화로 승부를 걸어도 좋겠다. 그만큼 2열 공간은 창의적이다.

슬라이딩 시트 덕분에 트렁크는 615ℓ에서 1,655ℓ까지 확장할 수 있다. 지붕에는 870x1364mm 사이즈의 선루프가 자리했다. 차 안으로 하늘이 쏟아져 들어온다. 넓은 선루프는 어떤 날씨에서든 낭만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버튼으로 수납되는 컨바이너 타입이다. 각도 조절도 가능하다. UV 코팅된 선글라스를 끼면 잘 안 보인다. 선글라스와 헤드업 디스플레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해서 햇살이 강한 날엔 불편하다.

센터페시아에는 8인치 모니터를 매립해 놓았다. 내비게이션과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보여준다. 음성명령을 사용할 수 있고 앱커넥트를 이용해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다. 출력 모니터를 택하면 출력, 토크, G 포스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차가 멈출 때마다 엔진도 꺼지는데, 이때 스티어링휠을 힘줘서 돌리면 엔진이 살아난다. 엔진 스톱 상태에서 스티어링휠을 돌리면 더 좋겠지만, 딱히 이 때문에 불편할 건 없다.

2.0 디젤엔진에 7단 DSG, 1,600바의 연료분사압력. 150마력. 14.5 혹은 13.1km/L. 1675kg의 공차중량. 마력당 무게비 11.2kg. 티구안을 말해주는 숫자들이다.

엔진 배기량에 비해 소박한 출력이다. 성능보다 효율에 집중한 엔진임을 짐작할 수 있다. 연비가 이를 증명한다. 공인연비 14.5km/L, 4모션 트림은 13.1km/L다. 파주-서울 55km 구간에서 실측한 연비는 21km/L. 공인연비를 훌쩍 뛰어넘는다.

스티어링 휠은 2.6 회전한다. 돌리는데 저항감이 없다. 가볍게 돌아간다. 차가 멈춰 엔진이 꺼질 땐 스티어링휠은 잠긴 듯 무거워진다. 힘을 써 돌리면 시동이 걸린다. 재시동은 소음과 진동을 동반하지만, 불쾌할 정도는 아니다.

낮고 굵은 엔진 소리. 디젤 특유의 소리다. 부드러운 가속감을 보인다. 정지상태에서 첫발 떼기는 살짝 무거운 편. 이를 넘어서면 가볍고 경쾌하게 달리기 시작한다. 킥다운 하면 멈칫거리다 탄력받아 움직인다. 이후에는 가볍게 속도를 높인다.

도심에선 트래픽잼 어시스트가 유용하다. 정체구간에서 차량 흐름에 맞춰 스스로 가감속 한다. 그렇다고 운전을 차에 맡겨놓을 수는 없다. 도심에선 특히나 그렇다. 운전자의 빈틈을 메워주는 어시스트 정도로 기능하는 게 맞다.

킥다운을 걸면 커지는 엔진 소리와 함께 빠르게 속도 올린다. 중고속 구간에서는 150마력이라곤 믿기 힘든 기대 이상의 가속감을 보인다. 경쾌한 가속구간을 지나 본격 고속으로 밀고 오를 때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7단 DCT는 엔진의 힘을 잘 다룬다. 넘치지는 않지만, 꽉 찬 힘을 바퀴로 잘 보내준다. 변속타이밍은 0.02초다. 짧은 변속 시간은 성능과 효율을 함께 높인다. 놀라운 건 다운시프트 반응이다. 변속 충격이 거의 없다. 아예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 수동 변속을 통해 아랫단 기어를 택하면 알피엠은 치솟는데 쇼크는 없다. 엔진 사운드가 올라가는 것을 보면 변속이 일어났음을 알 수 있는데, 몸이 느끼는 변속충격은 거의 없다. 아주 자연스럽게 아래 기어로 옮겨 탄다.

시속 100km. 알피엠은 1,600에 머문다. 같은 속도에서 3단 4,600rpm까지 커버한다. 주행모드는 4가지. 에코, 노멀, 스포츠, 사용자 설정(인디비듀얼) 이다.

티구안은 노면 충격을 센스 있게 걸러준다. 과속방지턱을 무리 없이 넘는다. 차급에 비하면 만족할만한 수준이다. 시승길의 노면은 거친 구간이 많았고, 시멘트 길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길을 티구안은 비교적 무난하게 달려줬다.

앞바퀴굴림이지만 고속주행이나 코너에서 불안할 정도는 아니다. 코너에서는 살짝 기우는 느낌이 오히려 재미를 더한다. 그 상태에서 조금 더 가속을 시도할 수 있을 정도였다. 재미와 안정감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서스펜션과 타이어가 잘 버텨준 결과다. 휠하우스에는 235/55 R18 피렐리 타이어가 있다. 피렐리라는 브랜드가 차를 더 빛나게 해준다.

공기와 맞닿는 면적이 넓은 SUV인데 바람 소리는 크지 않다. 공기저항계수 0.31이다. 잘 다듬어진 디자인이 공기 저항을 줄인 결과다.

티구안에는 무릎 에어백을 포함해 7개 에어백이 있다. 2차 충돌 방지 시스템도 있다. 1차 충돌 후 운전자가 의식을 잃었을 때 차 스스로 시속 10km 미만으로 감속시켜주는 장치다. 이를 통해 2차 사고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충돌 시 완충 기능을 갖는 액티브 보닛은 보행자까지 배려한다.

티구안은 한국에서 2.0 디젤엔진을 얹어 모두 4개 트림으로 판매된다. 기본형인 TDI는 3,860만 원, 프리미엄 4,070만 원, 프레스티지 4,450만 원, 4모션 프레스티지는 4,750만 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하필 디젤이다. 배기가스 인증 서류조작, 큰 틀에서 보면 디젤 게이트의 연장선에서 퇴출당한 폭스바겐이다. 그런 폭스바겐이 다시 디젤을 앞세워 재진출하고 있다. 썩 유쾌하지 않다. 폭스바겐은 한국 시장과 소비자를 무시하는 게 아닐까. 이래도 잘 팔리니 굳이 정성을 들일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디젤 때문에 퇴출됐다면 가솔린이나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앞세워 포장이라도 겸손하게 해야 할 텐데. 시장과 소비자를 존중하는 진정성 있는 자세가 아쉽다.
티구안의 지붕 틈새는 여전히 벌어져 있다. 손끝이 파고들 정도다. 다만 재질의 단면은 드러나지 않게 잘 마무리했다. 차급을 고려하면 나무랄 수 없는 수준이지만 굳이 언급하는 건 이 차의 마무리가 우수하다고 스스로 자랑하고 있어서다. 자랑할 정도는 아니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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