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셈부르크 찍고 독일 모젤에서 턴, 간 길 그대로 돌아오는 3박 4일. 유럽으로 달려간 건, 신형 C 클래스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5세대 C 클래스의 신형 모델. 변화의 핵은 EQ 부스트다. 48V 전원을 사용하는 14마력짜리 전기모터를 1.5ℓ 엔진에 결합시켜 파워 부스트 효과를 내는 신형 파워트레인이다. 당장은 C200, 즉 1.5ℓ 가솔린 엔진 모델에만 EQ부스트가 적용됐다. C200에 이번 변화의 핵심이 담긴 셈이다.
기존 C200에 올라갔던 2ℓ 엔진은 1.5ℓ로 교체됐다. 배기량은 줄었으나 출력은 184마력을 유지했다. 다운사이징의 모범이라 할 만하다. 여기에 14마력짜리 전기모터를 더하고 더 정교해진 9단 자동변속기의 조율을 거친 힘이 네 바퀴로 전달된다.
전기모터는 파워 부스트다. 즉 엔진의 힘을 돕는 역할을 한다. 엔진 끄고 전기모터로만 달릴 수 있는 하이브리드의 모터와는 다르다. 보조 동력인 셈. 계기판의 EQ 부스트 게이지는 실시간으로 힘의 상태를 보여준다.
주목해야 할 건 48V 배터리다. 최신형 자동차는 최신 전자 전기 장비로 무장한다. 고도로 지능화 전자화하는 만큼 전기 수요도 상당하다. 더 이상 12V 배터리로 감당하기엔 버거운 수준. 48V 전기 시스템에 대한 요구가 생기는 이유다.
EQ 부스트는 두 가지가 인상적이었다. 아우토반에서 200km/h를 넘기는 호쾌한 질주를 즐길 수 있었던 것. 1.5 터보 엔진만으로는 결코 완성될 수 없는 힘이었다. 전기모터가 힘을 적극적으로 보탰기 때문에 가능한 고속주행이었다고 본다. 물론 속도가 높아지면서 가속감이 더뎌지는 한계를 속이지는 못했지만…….
또 한가지는 너무나도 부드러운 엔진 재시동이었다. 차가 정지할 때 함께 멈춘 엔진이 다시 시동 걸릴 때, 너무 조용했다. 쇼크와 소리가 최저 수준이다. 서너 번째의 입맞춤처럼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일상화된 입맞춤은 자극은 덜하고 충격도 없다. 있는 듯 없는 듯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C200의 엔진 재시동이 그랬다. 48V 배터리와 연결된 벨트 구동 스타터의 효과다.
엔진은 수시로 숨을 멈춘다. 심지어 달리는 중에도 엔진은 눈치껏 뒤로 빠진다. 글라이딩 모드나 인텔리전트 엔진 스톱 기능 등이 파워트레인의 효율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주는 것.
AMG C43은 C200의 반대편에 선 모델이다. AMG C43 4매틱 카브리올레를 타고 환상적인 파워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었다. 아우토반에서다. 독일 골문을 향해 달려가 기어이 두 번째 골을 집어넣은 손흥민처럼 거침없이 달렸다. 고속에 이르러서도 전혀 무뎌지지 않는 가속감은 압권이었다. 제원표상 최고속도 시속 250km를 찍고도 더 나갈 기세였다. 그 속도까지 올릴 수 있는 건 드라이버가 느끼는 불안감이 덜했기 때문이다. 차체의 안정감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속도인 것.
C200이 ‘EQ 부스트의 효율’이라면 C43은 ‘여전한 고성능’에 방점을 찍고 있다. 타협하지 않는 고집이다. 기계적인 고성능이야말로 AMG의 진수다. 이 차도 그랬다. C43은 AMG의 엔트리급이지만, 도로 위에서는 충분한 고성능을 보여준다.
8기통에 적용되던 트윈 블레이드 AMG 그릴을 43에 적용하고 있다. 프런트 에이프런의 측면 에어 커튼, AMG 전용 휠, 트윈 테일 파이프 등이 시각적 특징을 이룬다.
3.0ℓ 6기통 바이터보 엔진은 이전 버전 대비 23마력이 추가된 390마력을 자랑한다. 독립형 터보차저와 1.1바의 부스트 압력이 더 큰 힘을 만들어 냈다.
그 힘을 조율하는 게 AMG SPEEDSHIFT TCT 9G 변속기다. 소프트웨어를 조절해 더 민첩하고 자연스럽게 반응하도록 만들었다.
앞뒤 구동력 비율은 31대 69다. 후륜에 좀 더 강한 구동력을 전하는 후륜 기반의 4WD 시스템이다. 시속 250km의 극한적인 속도에서도 탁월한 안정감을 보여 거침없는 주행을 가능케 해준다.
C200과 AMG C43의 중간에 C300이 있다. 2.0 가솔린 엔진을 얹어 258마력의 힘을 내는 이 차는 편안하면서도 쭉쭉 거침없이 뻗어 나가는 가속감을 보였다. 아우토반에서의 반응이 인상적이었는데 시속 250km까지 거침없이 달려나갔다. 가속 시간은 AMG 43보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동등한 속도까지 치고 나가는 ‘깡’이 있었다.
지능형 안전시스템은 S 클래스 수준으로 개선됐다. 카메라는 전방 500m까지 읽고 90m까지는 입체적으로 파악한다. 이에 힘입어 더 많은 상황에서 반자율주행이 가능하다. 고속도로는 물론 왕복 이차로의 좁은 길에서도 반자율 운전이 가능했다. 조향과 제동, 가속을 스스로 해나가는데 간간히 스티어링휠을 잡으라는 경고만 없다면 그냥 손을 놓고 달려도 좋을 정도다. 그만큼 완성도가 높다.
교차로, 코너, 로터리 등을 앞두고는 속도를 줄여주는 감각도 있다. 액티브 디스턴스 어시스트 디스토로닉이 내비게이션의 경로 정보를 파악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앱인 메르세데스 미 커넥트를 사용하면 차량 도난 알림 및 주차 중 사고 알림 기능을 새로 개발했습니다. 주차 중 차체에 손상을 입거나 차가 견인될 때 고객은 메르세데스 미 커넥트를 통해 자동 푸시 메시지를 받게된다. 또한 시동을 걸면 그 사이 차에 어떤 손상이 발생했는지를 알려주기도 한다.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처음 가는 길을 정확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단 한 차례도 길을 잘못들지 않은 것은 그만큼 운전자에게 정확하게 안내했다는 의미다. 다만 교차로에 너무 다가서서 방향 안내가 나오는 만큼 교차로가 다가오면 속도를 줄이는 게 요령이다. 음성안내는 물론 내비게이션 지도 안내도 훌륭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계기판, 내비게이션 모니터 등에 지도 정보가 선명하게 뜬다. 정신만 차리고 있다면 길 잃을 염려는 없다.
대륙의 드라이브는 호쾌했다. 언제 국경을 넘었는지도 모르게 독일에 스며들었다. 아우토반에서 속도 무제한 질주를 하며 고성능 차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었다. 룩셈부르크의 도심, 포도밭 천지인 독일 모젤 지방의 언덕길은 꼭 한 번 더 가고 싶은 길로 가슴에 남는다.
디젤차는 생략했다. 준비된 시승차 목록에는 있었지만, 굳이 디젤차를 타고 싶지는 않았다. 자동차 산업에 시대정신이라는 게 있다면, 디젤은 과거의 영광으로 흘려보내야 할 때가 아닐까.
훨씬 매력적으로 변한 신형 C 클래스는 오는 4분기에 국내 시판될 것으로 보인다. 찬바람 불면 보게 될 듯하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센터페시아에 노출된 대형 모니터는 여전히 거슬린다. 본사 개발진들이 함께 한 자리에서 안전에 문제 되는 디자인이 아닌가 물었다. 돌출된 모니터가 충돌 테스트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답변이었다. 동의할 수 없다. 안전띠를 매지 않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 멈춰 있는 차에서 아이가 까불다가 부딪힐 수도 있다. 최대한 승객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에서 노출된 모니터는 여전히 문제다. 각이 선명하게 드러난 대시보드 디자인 역시 같은 의미에서 거슬린다.
4매틱 때문이기는 하지만 뒷좌석 센터터널은 너무 높게 솟았다. 여유 있는 뒷공간이지만 가운데 좌석은 무척 불편해진다. 다리는 물론 머리 공간도 압박이 크다. 센터터널을 어쩔 수는 없지만, 그 높이를 낮출 수는 있을 듯하다. 조금 더 지혜를 모아볼 필요가 있겠다.
오종훈 yes@au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