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우스의 콤팩트 버전 프리우스 C가 한국 토요타의 라인업에 합류했다. 도심형 콤팩트 하이브리드자동차다. 4m를 겨우 넘는 4,050mm, 작은 차다. 1.5 가솔린과 모터로 파워트레인을 구성한다.
샛노란 컬러는 살짝 당황스럽다. 이 차를 타기엔 30대도 너무 늦어 보일 만큼 컬러풀하다. 12개의 보디컬러에 빨강 파랑 노랑 등 많은 원색이 있다. 튀는 컬러는 멀리에서도 단번에 찾아낼 수 있을 정도다. 작지만 존재감은 크다. 풋풋한 20대의 감각을 잘 담은 디자인이다.
아가리를 쩍 벌린 것처럼 라디에이터 그릴은 크게 만들었다. 덕분에 앞모습은 인상이 강하다. 공기의 흐름을 감안한 듯, 지붕엔 골을 파놨다. 그 지붕 끝으로 스포일러가 살짝 나와 있고 그 아래 리어컴비네이션 램프가 세로로 배치됐다. 볼륨감 있는 리어 범퍼가 뒷모습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완성하고 있다.
허리를 꼿꼿하게 세워 앉으면 무릎 앞으로 주먹 하나 빠듯하게 들어갈 뒷공간이다. 머리 위로도 그렇다. 뒷시트 아래로는 하이브리드용 니켈 메탈 배터리가 있다. 무거운 배터리가 차의 제일 아랫부분에 자리해 오뚜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아무리 밀어 넘겨도 넘어지지 않는 오뚝이와 같은 안정감을 확보할 수 있는 것.
좁은 공간을 최대한 넓게 쓰는 꾀를 많이 냈다. 방이 좁아 대각선으로 눕듯, 스페어타이어는 기울여 수납됐고, 스티어링 휠은 아랫부분을 살짝 직선화해 운전자 배 앞의 좁은 공간을 배려하고 있다. 센터 터널도 없다. 제한된 뒷공간을 최대한 유용하게 쓸 수 있게 해준다.
일반적인 형태의 변속레버다. 장난감 같은 프리우스의 그것과는 다르다. 평범한 모습을 좇고 있다. 계기판은 프리우스처럼 얇고 길게 센터페시아 상단에 배치됐다. 모든 주행 정보를 탑승객들도 볼 수 있도록 완전 노출형 계기판이다. 정보의 민주화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운전 똑바로 하지 못하면 쏟아지는 잔소리를 각오해야 하는 구조다.
시트는 몸을 느슨하게 받쳐주고 있다. 꽉 잡는 것도, 마냥 헐렁하게 놓아버리지도 않는다. 느슨하게 있다가 조향이 작동하는 결정적 순간에 몸을 딱 잡아준다.
내비게이션조차 없으니 가장 기본형인 차라고 보면 된다. 크루즈컨트롤 역시 정속주행까지만 가능한 기본형이다. 어댑티브니, 스마트니 하는 접두사들은 생략됐다.
계기판이 센터 상단에 얇고 길게 배치했다. 운전자뿐 아니라 동승객들이 함께 계기판을 볼 수 있다. 정보의 민주화.
시동을 거는 게 아니다. ‘스위치 온’이다. 버튼을 누르면 계기판이 활성화된다. 그뿐이다. 엔진 소리는 없다. 움직일 준비를 조용히 끝낸다. 엔진과 모터로 움직이는 하이브리드 차 특유의 느낌을 만난다.
모터 61마력 엔진 71마력 시스템 출력 101마력. 보잘것없는 힘이다. 그런데 달려보면 그 힘이 제법 알차다. 필요한 만큼 달려주는 힘이다. 비결은 몸무게에 있다. 차체가 가벼워 부족한 힘을 매우 효과적으로 쓸 수 있다. 공차중량이 1,150kg에 불과하다. 마력당 무게비 11.4kg이니 컴팩트카 수준에서는 딱 좋은 힘의 비율이다.
그 힘을 조율하는 건 eCVT, 전자식 무단변속기다. 변속충격 없이 부드럽게 고속주행까지 차를 이끈다. 가속페달을 바닥에 붙여도 킥다운 버튼은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 저항 없이 밟힌다. 엔진은 조금 시끄럽다. 특히 가속할 때 정제되지 않는 거친 소리를 뱉어낸다.
엑셀 오프하면 EV 모드가 된다. 엔진은 숨을 죽이고 회생제동을 통해 충전이 일어난다. 슬며시 가속하면 EV 모드를 이어갈 수 있다. 가속페달을 툭툭 밟으면 엇박자를 낸다. 반응이 늦은 탓이다. 노멀 모드에선 반응이 조금 빠르다.
시속 80km 전후 속도에서 차분하고 조용하다. 엔진 소리가 거의 없다. 조용함이 더 크다. 이 차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구간이다.
고속주행을 위해선 가속에 시간이 좀 필요하다. 여유 있게 기다리며 가속해야 한다. 은근 끈기로 꾸준하게 속도를 올린다. 대기만성형 가속감이다. 절제된 성능이다. 처음 마이카를 접하는 젊은 친구들에겐 이와 같은 절제된 성능이 오히려 안전하다. 부모의 입장이라면 점수를 줄 만한 요소다.
전륜구동차 답지않게 차 뒷부분에 무게감이 있다. 배터리가 눌러주는 효과다. 앞뒤의 무게배분, 낮은 무게중심 덕분에 차의 주행안정감이 무척 좋다. 보통의 앞바퀴굴림 차와 비교해서 매우 우수하다.
타이어는 175/65R 15 사이즈다. 하이브리드 차답게 65시리즈, 15인치를 택했다. 연비, 소음, 승차감 면에서 점수를 딸만 한 사이즈다. 대신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을 할 때 타이어가 낭창거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성능 면에서 보면 조금 아쉬울 수 있는 타이어인 셈.
극한적으로 속도를 올리면, 바람소리가 커진다. 실제 속도와 체감속도 차이가 거의 없다. 달리는 만큼 느낀다. 조향을 하면 힘을 받는 순간에 살짝 안정감이 흔들린다. 노면을 딱 물고 달리던 서스펜션과 타이어가 순간 흔들리는 것. 아주 빠른 고속주행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일상주행영역에서는 얌전하고 야무지게 잘 달린다.
시속 4km 미만에선 EV로 달릴 수 있다. 연비도 연비지만 차가 조용해서 매력 있다. 엔진을 멈춘 채 차분하게 창밖을 보면서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느낌은 하이브리드차에서 만날 수 있는 묘미다.
브레이크 밟는 걸 주저할 필요가 없다. 회생 제동으로 전기를 만들어 낼 수 있어서다. 일부러 밟을 필요야 없지만, 밟아야 한다면 미리 여러 번에 나눠서 밟으면 좋다. 급제동은 연비에 도움이 안 된다. 뻥 뚫린 길은 시원해서 좋고, 꽉 막힌 길은 좋은 연비를 만들 수 있어서 좋다. 하이브리드는 도심 연비가 더 좋다. 엔진스톱, 회생 제동 등 연료를 아낄 수 있는 환경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어서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무한긍정의 자세를 갖는다. 하이브리드자동차여서다.
메이커가 밟힌 이 차의 연비는 18.6km/L. 파주-서울 강남 구간 50여km를 경제 운전으로 달리며 측정한 실제 연비는 27.9km/L다. 연비를 좋게 하려고 작정하고 달리면 30km/L도 넘을 대세다. 가솔린 엔진과 모터의 찰떡궁합을 선보이는 하이브리드차의 놀라운 연비다.
도심에서 자주 움직이는 젊은 친구들에게 프리우스 C는 잘 어울리겠다. 톡톡 튀는 12개의 보디컬러, 2,490만 원인 가격 등으로 볼 때 젊은 층을 공략하기 딱 좋은 차다. 도심의 핫플레이스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젊은 친구들 말이다. 꼭 나이에 얽매일 필요는 없겠다. 은퇴한 노년이어도 이 차와 궁합이 잘 맞겠다. 가솔린 엔진, 전기 모터, 조용함, 경제성 등이 은퇴 세대를 잘 설득할 수 있는 포인트가 아닐까.
분명한 건 디젤차보다는 하이브리드 차를 권할 만하다는 사실이다. 디젤은 이제 과거로 흘려 보내야 한다. 친환경 자동차를 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환경을 위해 정부와 자동차 메이커가 해야 할 일들이 많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소비자의 적극적 역할도 필요하다. 이제 그래야 할 시대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소형차여서 이해 못 할 바 아니나, 인포테인먼트 요소가 너무 없다. 내비게이션이 없는 것이 대표적이다. 내비게이션 없는 차 흔치 않다. 옵션으로라도 선택할 수 있으면 어떨까. 하다못해 내비게이션을 대신할 스마트폰 거치대라도 자리를 마련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부분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운전이 서툰 젊은 층에는 더 많이 불편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