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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3 Z.E. 시승기, 묶었던 머리 풀어 헤치는 짜릿한 반전

SM3 Z.E.는 제주에서 신고식을 치렀다. 2014년이었으니 벌써 4년이다. 국제전기차엑스포 취재차 찾은 제주에서 SM3 Z.E를 다시 시승했다. 땅 위로 따스한 햇살이 쏟아졌지만, 바다에는 한 치 앞을 보기 힘든 안개가 짙은 날, SM3 Z.E를 타고 동-서, 남-북으로 부지런히 달렸다.

제주에서 동-서는 고도차이가 거의 없는 수평 구간이다. 남-북은 한라산을 가운데 두고 고저차이가 심한 길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국도, 1,100도로에 올랐다. 남-북 코스의 최정점 해발 1,100m 지점은 남한 국도 중에서는 가장 높은 곳이다. 1,100도로의 정상에 있는 팔각정 휴게소에서 출발해 중문관광단지 내 제주컨벤션센터까지 달렸다. 계기판 상으로 두 지점 간의 거리는 16.8km다.

주행가능거리가 출발 지점인 1,100고지에서 102km였는데 도착 지점에서는 160km로 더 늘어났다. 16.8km를 달렸는데 주행가능거리가 줄어들기는커녕 58km가 더 늘어난 것. 내리막길을 달리는 동안 회생제동시스템 등을 통해 전기를 생산해 배터리의 전력량이 늘어난 결과다. 내리막길이 더 길어지면 더 많은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전기차는 움직이는 발전소임을 SM3 Z.E가 확실하게 증명해 보였다. 회생 제동 효율이 무척이나 극적이다.

몇 군데 포인트에서 더 체크했다. 제주시-한림 간 32km 구간은 오르막이나 내리막이 없거나, 있어도 매우 완만하다. 수평 이동이라고 해도 좋을 구간. 실주행 거리와 주행가능거리의 변화가 정확하게 32km로 일치했다. 한림에서 중문까지 30.5km 구간에서는 주행가능거리의 변화가 37km로 실제 이동 거리보다 더 많은 전력을 소모했다. 전기차는 주행하는 도로상태에 따라 배터리의 전력 소모가 다르다. 운전자가 현명하게 다루면 매우 알차게 이용할 수 있는 게 전기차다.

힘 빼고 달리면 더없이 순한 양이다. 무척 겸손하게 가속한다. 시속 100km에 닿으면 큰일 날 듯, 속도 올리기가 쉽지 않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도 어지간해서는 힘을 받지 않는다. 킥다운 버튼이 없는 줄 알았다. 제법 힘있게 가속페달을 밟아도 딱 버티는 버튼이 좀처럼 넘어가지 않는 것. 하지만 마저 힘껏 페달을 밟으면 숨어있던 킥다운 버튼이 작동한다.

반전은 거기에서 시작된다. 슬슬 게으른 발걸음을 옮기던 타이어가 먼저 강하게 반응한다. 휠 스핀이 살짝 일어날 땐 “어!”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이어지는 강한 구동력은 지금까지 느꼈던 얌전한 전기차의 그것이 아니었다.

순식간에 달라진 힘의 질감. 강하고 빠르다. 시속 100km를 간단히 넘어간다. 좀 전의 게으른 그 차가 맞나 싶을 정도로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때다 싶으면 묶었던 머리 푸는 여자”처럼 극적 반전이 매력 넘쳤다.

서스펜션은 충격을 넘을 때 느낌이 참 좋다. 충격의 상당 부분을 부드럽게 받아들이며 잔진동없이 상쇄시킨다. 그리고 조용했다. 70-80km의 속도로 움직이면서도 옆자리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너무 조용해서 잡소리까지 선명하게 들리는 역설, 이 차에선 경험할 수 있다.

전기차 중에서는 제법 넓은 공간을 가졌다. 준중형인 SM3를 기본으로 만들었지만, 휠베이스를 늘려 차체 길이가 4,750mm에 달한다. 휠베이스는 2,700mm로 동일하다. 뒷좌석도 좁지 않다. 3명이 타고 움직이는 데 불편하지 않은 공간을 만들었다.

SM3 Z.E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213km. 제주도는 물론 서울에서도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지난 겨울처럼 강추위가 닥칠 때 배터리 성능은 최하로 떨어진다. 주행가능거리 역시 절반 이하로 떨어지게 마련인데 아무래도 이런 악천후에는 마음 놓고 움직이기에 부담스럽겠다.

SM3 Z.E는 배터리 탈착식이다. 백드롭 방식으로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는 것. 르노삼성차는 충전 시간을 아끼기 위해 백드롭 방식을 도입했지만, 현재로선 무용지물이다.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는 시설, 배터리 공급, 인식 부족 등의 이유로 배터리 교체 방식은 시장에 안착하지 못했다. 택시를 포함해 모든 SM3 Z,E,가 충전기에 선을 꼽아 배를 채우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 방식이 가진 매력은 남아있다. 차후에 더 좋은 고성능 배터리로 교체하면 주행가능거리가 확 늘어날 수도 있다. 핸드폰 배터리 교체하듯, 카메라에 배터리 갈아 끼우듯, SM3 Z.E.도 배터리를 쉽게 교체할 수 있는 기능은 살아 있다. 기대를 걸어볼 만한 부분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오랜 시간 동안 변치 않는 스타일이다. 차의 성능은 초기보다 많이 개선됐지만 최근 선보인 신형 경쟁 모델들보다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 화끈한 풀체인지를 기대해보지만, 아직 소식은 없다. 진퇴가 막힌 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어서 안쓰럽다.
트렁크는 반쪽이다. 배터리를 세워서 배치한 탓이다. 트렁크 공간의 절만을 배터리가 차지하고 있다. 딱 막혀서 좁은 트렁크는 일단 보기에도 답답하다. 관계자에 따르면 그래도 골프백 2개는 들어간다니 그 공간도 안 나오는 전기차보다는 낫다고 해야 할까?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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