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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GLC 350 e 4매틱 시승기, 모든 것 다 품고 클라이맥스에 오른 PHEV

30분의 시승. 허락된 시간은 딱 30분이었다. 그래도 좋다고 GLC 350 e 4매틱 운전석에 올랐다. 벤츠가 친환경 브랜드 EQ를 앞세워 처음 국내에 선보이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PHEV)차다.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품었다.

제주에서 열리는 국제전기차엑스포에서다. 순수 전기차만 참가하는 이 행사는 올해 PHEV에도 문을 열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약속된 시간에 주차장으로 갔는데 차를 안 준다. 그냥 세워둔 채로 기다리란다. 배터리 충전을 위해서다. EV 모드를 제대로 느껴보려면 배터리가 충전돼 있어야 한다는 것. 충전을 위해 충전기가 필요한 건 아니다. 세워두고 공회전하면 배터리가 충전된다. 발전소가 되는 것. 특히 이 차에는 충전효율을 최대화시켜주는 모드를 제공한다.

꽃단장하는 애인 기다리는 심정으로 배터리가 차오를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자리를 박차고 나오지 못한 건, 워낙 매력 넘치는 상대여서다. 벤츠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아닌가.

단정하고 깨끗한 모습이지만 그 안에는 모든 게 다 들어있다. 자동차 산업 150년을 아우르는 모든 기술이 집약되어 들어가 있는 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아닐까. 엔진과 배터리, 그리고 충전기까지.

북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한라산으로 향하는 제법 경사진 오르막길이다. 심한 와인딩이 군데군데 있는 제주에선 가장 거친 길이다. 전기 모터와 가솔린 엔진, 7단 변속기로 구성된 파워트레인이다. 211마력짜리 2.0 리터 가솔린 엔진과 8.7 kWh 용량의 116마력 고전압 리튬이온 배터리다.

거슬러 올라가는 길이지만 깊게 가속하면 내리막을 내달리는 기분이다. 오르막 경사에서 시트가 몸을 미는 느낌은 생경했다. 하늘을 보며 가속하다 보면 날아오를 것도 같은 가속감이다. 가솔린 엔진에 모터가 힘을 합해 차체를 끌고 달리는 느낌이 대단하다. 힘을 합하면 못할 일 없다는 듯, 엔진과 모터의 궁합이 환상이다.

친환성차와 고성능이라는 조합은 무척 어색하지만, 참 잘 어울렸다. 굼뜰 것 같은 덩치를 가진 이 차가 5.9초 만에 시속 100km를 넘긴다.

벤츠 특유의 4매틱 시스템이 코너에서는 악착같이 도로를 붙들고 달렸다. 한치 밀림이 있을 수 없었다.

더 뉴 GLC 350 e 4MATIC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daptive Cruise Control) 데이터를 바탕으로 회생 제동 및 글라이딩 기능을 최대한 활용한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어 내면 선택한 변속기 모드에 따라 최대 160km/h의 속도에서 가솔린 엔진의 구동을 정지시킨다.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글라이딩 기능이다.

변속레버 옆에 낯선 버튼이 있다. EQ 파워 모드를 조절하는 버튼이다. ‘하이브리드(Hybrid)’, ‘E-모드(E-mode)’, ‘E-세이브(E-Save)’, ‘충전(Charge)’의 4가지 구동 모드는 자동으로 선택되며, 구동 및 충전 모드 스위치와 센터 콘솔의 버튼을 사용해 원하는 주행모드를 직접 선택할 수도 있다.

하이브리드 모드는 전기 모드와 급가속 기능 및 회생 제동과 같은 모든 하이브리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일반 차의 노멀 모드 정도로 보면 된다.

E 모드는 전기 모터로만 주행하는 순수 전기 주행 모드다. 배터리가 방전될 때까지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 전기만으로 주행한다. 이때에는 사운드 제너레이터가 작동돼 가상의 엔진 사운드를 외부로 전달한다. 배터리 전력만으로 최대 15km를 달릴 수 있다. 한라산의 숲 속을 파고드는 길에서는 E 모드가 어울리겠다.

E 세이브 모드는 전기절약 모드다. 나중에 E 모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배터리 전력을 아껴둘 필요가 있을 때 사용하면 된다. 이 모드에서는 배터리 충전량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가솔린 엔진만으로 주행한다. E 세이브 모드는 결국 가솔린 엔진 주행 모드다. ‘절약’이라는 의미의 세이브가 있다고 이 모드를 택하면 가솔린만 사용하게 돼 절약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게 된다. 조금은 혼란스러운 작명이다.

충전 모드는 주행 또는 정차 중에 배터리를 충전한다. 전기 모터는 사용할 수 없다.

운전자는 디스트로닉 플러스 기능을 함께 조작해야 한다. 차간거리를 조절하며 정속주행을하고, 차로를 유지해주는 기능이다. 조작하고 나면 운전이 아주 쉽지만 선택하기까지 무척 복잡하게 느낄 수도 있다. EQ 모드에 다이내믹셀렉트 조작까지 쉽고 편하게 차를 다루기 위해서 운전자가 알아야 할 게 많다. 늘 그렇지만 이 차를 제대로 다루기 위해선 미리 공부를 많이 하고 타야 하겠다.

충전은 아주 다양하게 가능하다. 시동을 건 채 충전 모드를 선택해 공회전 상태로 세워둬도 되고, 가정용 전원에 연결해도 된다. 충전소를 이용할 수도 있다. 2.5~4시간 정도의 충전 시간이 필요하다고 벤츠는 설명하고 있다.

배터리 보증기간은 주행 거리 상관없이 10년이다.

GLC 350 e 4매틱은 내연기관 자동차의 클레이맥스에 서 있는 차다. 150년 역사의 고갯길을 오르고 올라 가장 꼭대기에 이른 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다. 모든 것을 품은 자동차여서다. 엔진이 있고, 배터리가 있고, 충전시스템도 있다. 하나씩 하나씩 차례로 모든 것을 품어온 결과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다. 결국, 자동차가 전기차로 간다면, 이제부터는 하나씩 버리는 과정이 남은 셈이다. 기승전결, 결론이 전기차라면, PHEV인 GLC 350 e 4매틱은 클라이맥스에 해당한다. 결론을 앞둔 모든 갈등의 정점에 서 있는 차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벤츠답지 않다. 최신형 친환경 차라면 조금 화려한 컬러 모니터의 헤드업디스플레이어야 할 듯한데, 흰색 컬러를 주로 사용하는 단조로운 구성이다.
배터리 충전 시간은 길고 배터리 주행가능 거리는 짧다. 제일 짧게 두 시간 반 충전한 뒤 배터리 모드로 갈 수 있는 거리는 고작 15km다. 충전 시간은 더 짧게, 주행 거리는 더 길게. 기대해 본다.

제주=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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