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은 됐고, 일단 달리자. 머스탱이니까.
밀당중인 연인처럼 스티어링과 가속페달은 적당히 반발한다. 반발은 거부가 아니다. 받아들이돼 긴장감을 남겨둔다. 그래서 밀당이다. 킥다운 버튼이 없는 가속페달을 바닥에 갖다 대니 엔진이 큰 숨소리를 뱉어낸다. 시위를 떠나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처럼, 머스탱은 꼭짓점으로 내달렸다. 5.0 GT 트림이면 좋았겠지만, 2.3 에코부스트 트림도 모자라지 않았다. 291마력의 힘은 공차중량 1,675kg의 차체를 끌고 환상적인 주행을 이어갔다.
소리가 매력 덩어리다. 스포츠카의 박력 있는 소리인데 잘 튜닝돼 독특한 음색을 드러낸다. 심장을 두드리며 귀에 착 감기는 소리가 중독성 있다. 자꾸 수동변속을 통해 엔진 회전수를 올리게 된다. 그 소리를 만나고 싶어서.
후륜구동. 뒷바퀴가 밀고 가는 가속감은 속도를 높일수록 감칠맛을 낸다. 어느 구간을 지나면 바람소리가 잦아들며 엔진 사운드와 묘한 균형점을 찾는다. 애매한 속도에서 불안한 흔들림은 빠른 속도에서 안정감을 되찾는다.
말을 잘 듣는다. 스포츠 플러스에 수동변속을 택하면 절대복종한다. 운전자가 변속하지 않으면, 차 스스로 변속하는 법이 없다. 엔진 회전수가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상황을 계속 이어가도 끈질기게 기어를 물고 있다. 스스로 놓아버리는 법이 없다.
낮은 속도에서도 높은 rpm을 즐기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영리하고 똑똑한 대부분의 차들은 잠깐 4,000~5,000rpm을 잠깐 터치하고는 스르르 변속을 해버리곤 한다. 헛똑똑이다. 머스탱에서는 필요하다면, 2~3단으로 6,000rpm을 유지하며 달릴 수 있다. 이런 우직한 충성심이 나는 좋다. 도로에 빨려드는 몰입감. 웃지 않을 수 없다. 머스탱이니까.
시속 100km에서 1,800rpm을 유지한다. 10단인데 조금 높지 않은가? 100km/h를 유지하면 4단까지 낮출 수 있다. rpm은 4,900으로 치솟는다.
10단 변속기는 화룡점정이다. 엔진의 힘을 ‘부드럽고 강하게’ 드러낸다. “부드럽고 강하다”는 형용모순이지만, 자동차에서는 자주 사용하는 설명인데, 머스탱의 10단 변속기에 딱 어울리는 설명이다. 부드럽고 강한 변속감은 낮은 속도에서는 물론 고속에서도 그 특성을 유지했다.
더 멋있는 건, 변속레버다. 센터페시아 앞에 힘차게 우뚝 솟은 변속레버는 쥐는 맛도 특별했다. 수동변속을 할 수는 없고 D-S 레인지를 사용할 때나 사용하게 되지만 일없이 괜히 손이 갈 때도 많다. 시각적으로도 힘 있는 모습이어서 눈길이 간다.
64년에 태어난 용띠, 태어난 이후 미국 대중문화의 아이콘인 차다. 미국 차로는 드물게 많은 팬을 거느린 머스탱이다. 여전히 젊고, 힘찬 스포츠카로 그 역사를 이어가는 중이다.
한 자존심 한다. 포드에서 만들지만, 어디에도 포드의 흔적은 없다. 그냥 머스탱일 뿐이다. 롱 노즈, 쇼트 데크. 늘씬한 모습은 뽐낼만 하다. 좀 더 낮은 프로파일은 도로에 바짝 다가서 있다. 스포츠카 본연의 자세다.
스티어링 휠에 달린 포니 버튼을 누르면 마이모드가 활성화된다. 개인의 취향에 맞춰 서스펜션과 스티어링 휠의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머스탱을 탄다면, 서스펜션은 스포츠 플러스, 스티어링도 스포츠다. 단단하게 전해지는 노면 반응과 적당한 힘을 줘야 하는 조향감 그 자체가 즐겁다. 보통,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는 물론 트랙모드, 드래그 모드 까지 있다. 달리기 위해 만들어진 차답다.
12인치의 LCD 모니터로 만들어진 계기판은 변화무쌍하다. 두 개의 원형 계기판이었다가 rpm 게이지가 일직선으로 펼쳐지는 등 주행 모드에 따라 변한다. 그 자체가 재미를 주는 요소다.
포드가 자랑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싱크는 싱크3로 진화했다. 터치와 음성으로 주요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특히 음성 명령은 편리하다. 전화걸기, FM 라디오 선택은 물론 실내 온도도 음성으로 설정할 수 있다. 손가락조차 까딱거리기 귀찮을 때, 대화하듯 명령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내 차에 이런 기능도 있다고 괜히 목소리에 힘줘 명령할 때도 물론 있을 테고….
센터페시아 제일 아래 배치된 버튼은 손가락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 눌러야 한다. 아래로 내리누르면 안 된다. 우리에겐 어색한 작동 방식은 미국의 문화에서 비롯된 작동법 아닐까 막연히 짐작해 본다.
운전석에 앉으면 벙커 안에 앉은 느낌이 난다. 쿠페가 주는 느낌이다. 지붕 끝 라인이 앞으로 많이 나가 있고 운전자는 뒤로 물러앉은 탓이다. 깊숙하게 눌러앉은 기분은 안전한 곳에서 보호받는 느낌과 다르지 않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과 차로유지 보조시스템을 이용해 반자율 운전을 맛볼 수 있지만, LKAS는 가끔 차로를 놓치곤 했다. 이 재미있는 차를 타면서 운전을 차에 맡기는 건 넌센스다. 재미있으려고 타는 차인데 그 재미를 포기한다면 의미가 없다. ADAS 시스템은 이 차에 없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짐작하겠지만, 조용한 차는 아니다. 자잘한 소리가 실내로 파고든다. 특히 도로 상태가 좋지 않은 곳에선 성가시다. 이럴 때 필요한 게 오디오다. 적당히 볼륨을 올리면 잡소리를 덮어준다. 이 차에 딱 어울리는 음악 ‘머스탱 샐리 (Mustang Sally)’를 추천한다.
2.3 에코부스트 엔진의 연비는 9.4km/L로 4등급이다. 스포츠카를 탄다면 연비는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머스탱을 타고 시원하게 달리다 보면 이보다 더 나쁜 연비도 각오해야 한다.
2.3 에코부스트 쿠페는 4,800만 원, 컨버터블은 5,380만 원이다. 5.0 GT 쿠페는 6,440만 원, 컨버터블은 6,940만 원이다. 2.3과 5.0 가격 차이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 2.3도 충분하지만 용기를 내서 5.0으로 올라서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머스탱이니까…….
오종훈의 단도직입
그래도 너무했다. 드라이브 모드에서 에코모드가 없다. 보통,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트랙, 드래그 모드가 있고 이중에서 선택하는 마이모드가 준비되어 있다. 스포츠카답게 고성능을 즐길 수 있는 모드를 구분해서 적용하고 있지만 에코 모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대단하다는 생각, 그래도 심했다는 생각이 교차한다. 기름 적게 먹으며 얌전히 숨죽이며 달리는 걸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머스탱의 자존심일까. 혹은 고집일까.
이런 세상에 마초 같은 이도 한 둘 있어야 하듯, 머스탱 같은 차도 있어야지 하는 생각은 들지만, 아무리 그래도 에코 모드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