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킷에서 벤틀리 벤테이가를 만났다. 엄친아였다. 공부 잘 하는 모범생이 운동실력도 탁월해 미친 존재감을 보이는 ‘엄친아’. 벤틀리는 영국 브랜드지만 폭스바겐 그룹에 편입된 차다. 독일 피를 수혈한 영국차쯤으로 해석할 수 있다.

10일 오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 웨이에서 벤틀리 벤테이가 트랙행사가 열렸다. SUV를 트랙에서 타다니. 흔치 않은 경우다. 서킷 시승은 고성능 스포츠카나 슈퍼카의 몫 아닌가. 벤틀리는 첫 SUV인 벤테이가를 서킷에 올렸다. 과감하거나 무리했거나.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벤테이가는 스포츠카에 전혀 밀리지 않는 차였다.

벤테이가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럭셔리, 여유로운 성능, 일상에서 뛰어난 활용성을 겸비한 SUV다. 12기통으로 구동되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고품격 SUV다. 벤테이가의 제원 상 최고속도는 시속 301km다. 이 커다란, 그리고 최고급으로 무장한 SUV가 시속 300km를 주파할 수 있다니… 하지만, 트랙 주행에서 리드카를 따라가는 안전 주행이었기 때문에 엄청난 속도를 낼 수는 없었다.

본격적인 트랙 체험에 앞 서 오프로드 체험시간을 가졌다. 오프로드 체험은 굴곡진 장애물 코스, 경사면 장애물 주행 그리고 최고의 난이도 업 앤 힐 코스 세 종류로 나눴다.

오프로드를 체험하기 위해 차량에 탑승했다. 실내는 굉장히 감탄스러울 정도로 고급스러웠다. 그럴 만한 것도 벤틀리는 롤스로이스와 더불어 영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명차다. 벤티이가의 내부는 우드와 가죽소재를 통해 정확한 설계로 수제작되어 빈틈없는 완성도를 자랑하는 최상급 인테리어다. 섬세한 디테일을 자랑하는 우드, 메탈, 가죽 소재의 인테리어는 모던 브리티시의 럭셔리 진수를 보여준다.

시동을 걸었다. 차를 움직였다. 굴곡진 장애물을 통과하는 구간이었다. 옆 자리의 인스트럭터가 터치스크린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 차량 프론트에 장착된 카메라가 장애물을 비춰주면서 실내의 터치스크린에 보여주고 있었다.

보통의 SUV나 RV 등 전고가 높은 차량은 이러한 기능이 없는데 이 벤테이가는 이러한 상황을 운전자가 알기 쉽도록 해줘 굉장히 편했다. 또한, 경사면 주행에서는 경사면 구조물 선에 맞춰야하기 때문에 최대한 오른쪽 바퀴를 선에 맞췄다. 그 순간, 센터 페시아 터치스크린에 차량의 기울기가 18도를 나타내고 있었다. 인스트럭터의 말에 따르면 “벤테이가의 경사면 등판 각도는 최대 35도”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업 앤 힐 코스였다. 보기에도 무서워보였다. 주최 측에서는 안전상의 이유로 인스터럭터의 시범을 보였다. 인스트럭터는 차를 조심조심 몰기 시작했다.

차는 경사면을 오르기 시작하니 차량 앞 유리에는 하늘만 보이고, 몸은 완전히 뒤로 젖혀졌다. 롤러코스터나 비행기 이륙하는 순간의 그 느낌이었다.

오르는 도중 인스트럭터는 차를 잠깐 멈췄다. 차는 밀리지 않았다. 차가 뒤로 구를 거 같은 각도였다. 인스트럭터는 다시 조심조심 운전하고, 차는 꼭대기에 올랐다. 그리고 인스트럭터는 자동 브레이크 버튼을 눌렀고, 차는 브레이크를 자동으로 잡아주며 내려왔다. 내려오는 순간 차가 그대로 맨땅에 쳐 박힐 거 같은 느낌이었는데 자동 브레이크 제어 시스템이 작동해 차는 무사히 땅으로 내려왔다.

오프로드 간접체험 시승이 끝나고 트랙 시승을 했다. 인스트럭터의 간단한 설명이 끝나고 3인 1조로 차량에 탑승했다. 조수석에 인스트럭터가 동승하고, 1인당 트랙 3바퀴를 도는 것이었다.

브레이크를 밟아 차의 관성을 줄여 준 상태로 천천히 돌거나 가속페달을 반만 밟으면서 코너를 도는 점이 힘들었다. 가속페달로 관성을 조절하는게 포인트. 일상 운전과 전혀 달라 쉽지 않은 서킷 주행을 인스트럭터의 도움을 받으며 진행했다. 코너에서는 충분히 속도를 줄였고, 가속 구간에서는 풀엑셀로 잠깐이나마 속도를 냈다. 스포츠카를 탔는지 SUV를 탔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벤테이가는 크루 공장에서 제작되는 신형 12기통 TSI 엔진을 탑재했다. 이 6.0리터 트윈 터보엔진은 강력한 파워와 토크는 물론 효율과 성능까지 갖췄다. 이 벤테이가의 12기통 엔진은 6,000rpm에서 608마력의 출력과 1,250~4,500rpm에서 91.8kg.m의 최대토크를 제공한다. 또한, 0-100km/h까지 4.1초 만에 도달한다.

서킷에서 만난 프리미엄 SUV 벤테이가는 예상을 깨고 굉장한 운동 성능을 보여줬다. 프리미엄뿐만 아니라 고성능 스포츠카에 버금가는 운동실력도 보여줬다.

벤틀리 벤테이가의 가격은 3억 4,900만 원이다. 현재까지 벤테이가의 국내 누적 판매량은 130대 가량 정도 된다.

이상진 daedusj@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