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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그랜드 체로키 시승기 “인테리어는 고급, 성능은 극강”

지프 그랜드 체로키를 만났다. 지프의 플래그십 SUV다. 시승차는 3.0 디젤 서밋으로 최고급 모델. 그랜드체로키는 3.6 가솔린 리미티드와 오버랜드, 그리고 3.0 디젤 리미티드가 있고 3.0 디젤 서밋을 최고급 트림으로 운용중이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를 보면 주눅 든다. 덩치가 기를 죽인다. 길이 너비 높이가 각각 4,825, 1,935, 1,765mm에 휠베이스가 2,925mm다. 2m에 육박하는 너비는 좁은 골목길에서 부담스러울 정도다. 대신 실내 공간은 확연히 넓다.

지프의 상징 세븐 슬롯 그릴이 멋진 앞모습을 완성하고 있다. 그릴 디자인은 애초에 7개의 파이프를 세워놓은 듯한 2차원에 가까운 모습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좀 더 입체적인 모습으로 변했다. 과거를 기억하는 이들은 간혹 2차원적인 옛 모습에 더 큰 애정을 표하기도 한다. 오랜 역사를 가진 브랜드는 전통을 쉽게 무시하지 못한다.

바이제논 방식의 HID 헤드램프에 LED 주간주행등을 적용했다. 사다리꼴 휠 아치 역시 지프의 특징 중 하나. 전체적으로 단정한 라인을 적용한 전통적인 SUV의 모습을 갖췄다.

에어 서스펜션을 적용해 차 높이는 조절 가능하다. 온로드에서 키를 낮추고, 오프로드에 올라서면 키를 훌쩍 키울 수 있다.

뒷좌석은 6:4로 접어 트렁크와 풀플랫을 만들 수 있다. 이를 접으면 화물칸이 확 넓어진다. 뒤 시트는 간이 벤치 느낌도 난다.

의외로 센터터널은 높지 않다. 차체가 높아 드라이브 샤프트로 인한 간섭을 줄였다. 덕분에 실내 공간은 여유 있게 확보했고 가운데 자리도 온전한 1인용 시트로 사용할 수 있다. 지붕은 스웨이드 가죽 느낌으로 제법 고급스럽게 마감했다. 넓은 선루프가 주는 시원한 개방감도 포인트다.

계기판의 7인치 TFT LCD 모니터와 센터페시아의 8.4인치 터치 스크린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마주한다. 터치 스크린에는 수많은 기능이 앱 형태로 담겨있어 가벼운 터치로 조작할 수 있다. 자주 쓰는 기능은 스마트폰처럼 드랙&드롭 방식으로 모니터 하단에 정렬시켜 놓을 수도 있다.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좋다.

스노, 샌드, 오토, 머드, 록 등의 주행 모드가 준비된 셀렉터레인 레버는 도로 상태에 따라 세팅을 하면 차가 스스로 구동력을 조절하며 최적의 주행상태를 만들어낸다. 록, 즉 바위길 모드는 4WD 로 모드에서 선택할 수 있다.

디젤 3.0 서밋에는 19개의 스피커를 적용한 하만카돈의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이 적용됐다. 풍부하고 입체감이 살아있는 소리를 즐길 수 있다. 오디오 때문에라도 서밋 트림을 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질감이 살아있는 소리를 들려준다.

엔진스톱은 매번 정확하게 일어난다. 2~3m 잠깐 움직인 뒤 다시 서도 엔진은 어김없이 숨을 멈춘다. 재시동은 약간의 진동과 소리를 동반한다. 조금 거친 수준이다.

메이커가 밝히는 이 차의 공인 복합 연비는 10.4km/L로 4등급이다. 디젤 엔진의 효율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2톤이 넘는 거구가 두 자릿수 연비를 기록하는 걸 기특하다 해야 한다. 연비에 연연하는 이들은 그랜드체로키를 누릴 수 없다.

한강 공원을 빠져나와 짧은 구간에서 급가속하는데 차들이 빠르게 달리는 본선에 무리 없이 진입할 수 있었다. 짧은 순간에 충분한 힘을 낸다. 몰아치는 힘이 대단했다.

본선 진입 후에는 흐름을 따라 여유 있게 움직였다. 노면 굴곡을 여유 있게 받아낸다. 단단하게 맞받아치는 느낌이 아니다. 여유 있게 품어 안는 느낌이다. 독일차의 하드한 서스펜션과는 또 다른 아메리칸 SUV의 느낌. 고급 SUV의 또 다른 맛을 이 차에서 만난다.

차가 높고 시트도 높아 흔들림이 조금 더 크게 다가올 때가 있다. 하지만 거친 노면에서 강한 서스펜션의 반응을 느낀다.

265/50R20 사이즈의 타이어는 그립을 잘 유지하며 달렸다. 아주 타이어트한 코너를 빠르게 돌아 나갈 때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소리도 내지 않았다. 50시리즈의 편평비가 말해주듯, 성능과 승차감, 심지어 오프로드에서의 그립까지 무난하게 소화해 내는 타이어다.

킥다운 버튼은 없다. 밋밋하게 끝까지 밟힌다. 가속감은 좋다. 미끄러지듯이 속도를 올린다.

브레이크는 확실하게 반응한다. 조금 강하게 밟는데, 노즈 다이브가 생각보다 덜했다. 안정감 있게 브레이크가 작동하는 것. 레디 얼럿 브레이킹 시스템도 있다. 운전자가 가속페달에서 급하게 발을 떼면 그 다음 급제동이 일어날 것으로 판단해 브레이크 작동 준비에 들어가는 것.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으면 좀 더 빠르고 강하게 브레이크를 작동할 수 있게 해주는 안전장비다.

그랜드 체로키는 트레일러를 연결하면 더 큰 빛을 발한다. 트레일러 진동제어 시스템 등이 있어 차와 트레일러의 일체감을 높이고 좀 더 안정감 있게 트레일러를 끌고 달린다.

V6 3.0 디젤 엔진은 ZF 8단 변속기에 맞물려 250마력 56.0kgm의 힘을 낸다. 공차중량 2,465kgm으로 마력당 무게비는 9.86kg이다. 매우 합리적인 성능이다. 빨리 달리는 스포티한 성능은 이 차에 어울리지 않는다. 온 오프로드에서 두루 잘 움직여야 하는 차인 만큼 적절한 수준에서 차의 성능을 만들어냈다고 보인다.

힘 있게 팍팍 치고 나간다기보다 꾸준히 속도 올리는 스타일이다. 노면 단차를 넘을 때 타이어가 크게 덜컹거리는 반응은 있지만, 차체의 흔들림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타이어의 흔들림은 적절하게 제어되고 상당 부분 걸러진 뒤 차체로 전달된다. 다리와 몸이 따로 노는 춤처럼 유연한 반응이다.

시속 90km 속도. 바람 부는 날씨지만 실내는 조용했다. 노면에 따라 타이어 소음이 들어올 때가 있지만 대체로 조용한 편이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1,600을 마크한다. 8단 자동변속기가 엔진의 효율을 확 끌어올린다.

시속 100km가 넘는 빠른 속도에서도 차선에 반응하는 조향 어시스트가 작동한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과 어우러져 높은 수준의 반자율운전을 해낸다.

타이트한 코너에서는 차가 기우는 느낌이 다가온다. 높은 키 때문이다. 타이어도 소리를 내며 불안감을 키운다. 하지만 겁먹을 정도는 아니다. 짜릿한 재미를 느끼기 딱 좋을 정도로 다이내믹한 움직임을 만든다. 사륜구동 시스템이 불안감의 상당 부분을 상쇄해주는 것도 사실.

고급 SUV라는 이 차의 성격에 비춰볼 때 온로드에서 최상의 고성능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편안함을 유지하는 무난한 움직임, 필요할 때 보여주는 강한 힘 정도를 느낄 수 있다면 된다. 랭글러에 비한다면 무척 편안한 실내다. 랭글러를 타고 천방지축 나돌아 댕기던 젊은 친구가 세월이 흘러 철이 들었을 때 고를만한 차가 그랜드 체로키겠다는 생각이 든다.

차고를 높여서 오프로드 진입을 시도했다. 허리춤을 올려 묶은 듯 보디가 위로 바짝 올라가고 타이어가 넓게 노출돼 오프로드 주행 자세가 잡힌다. 타이어도 오프로드용으로 교체하면 무적 성능을 보이겠지만 차체를 높이는 것만으로도 어지간한, 아니 아주 거친 오프로드를 즐길 수 있게 된다.

여기에 하나 더 있다. 4WD 로 모드. 극강의 구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정통 SUV의 상징과도 같은 기능이다. 극한의 험로에서 최고의 구동력을 꺼내주는 로모드를 경험해 봤다면, SUV의 최고봉에 올랐다고 봐도 된다. 그러기 위해선 로 모드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안타깝게도 이를 제대로 경험해볼 기회는 많지 않다. 아니 거의 없다. 도로가 너무 좋고, 다가설 수 있는 오프로드는 거의 없다. 적어도 한국에서 그랜드 체로키를 타고 다가서지 못할 길은 없다. 자연으로 한 발 더 들어가고 싶을 때 그랜드체로키라면 딱 좋겠다.

급경사에 급코너를 돌아 나가는데 코너링이 부드럽지 않고 울컥거린다. 타이트코너 브레이킹 현상이다. 네 바퀴의 회전차이가 생겨 코너링이 마치 브레이크를 밟으며 돌아나가는 듯 거칠어지는 현상이다. 사륜구동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증거다. 거친 움직임에서 오히려 신뢰감이 생긴다.

쿼드라 드라이브2 시스템은 좌우측 바퀴로의 구동력을 조절해 준다. 극단적인 경우 네 바퀴중 한 곳에 100%의 힘을 몰아줄 수도 있다. 오버랜드 3.0과 서밋 3.0 트림에 쿼드라 드라이브 2가 올라간다. 나머지 트림에는 콰트라 트랙 2가 적용된다. 앞 뒤로 구동력 배분을 조절해 앞차축 혹은 뒤차축으로 100%의 힘을 보낼 수 있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뒤창은 3분의 1을 남겨놓고 열린다. 답답했다. 게다가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어야 창이 열린다. 손가락을 떼면 작동도 멈춘다. 답답하고 불편하다.
내리막길 주행제어 장치와 락 모드는 로모드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로모드가 아니어도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로모드는 정지, 변속기 중립 상태에서 선택해야 작동한다. 성격 급한 이들은 번번이 작동 안된다며 불만을 드러낼만 하다. 운전자의 성격을 고치던가, 로모드를 좀 더 편하게 선택할 수 있게 하던가….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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