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밴 코란도 투리스모를 만났다.
크다. 길이가 5,150mm, 휠베이스는 3,000mm다. 9인승과 11인승이 있지만 차 크기는 같다. 같은 크기에 시트 배열에 따라 9인승과 11인승을 나누는 것. 시승차는 9인승 4WD 모델이다.
소형 버스, 미니밴이다. 생김새로만 보면 SUV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법하다. 아리송한 건 아마도 2열 도어가 슬라이딩 방식이 아니기 때문일 터. 우리가 아는 미니밴은 대부분 슬라이딩 방식으로 2열 도어가 열린다. 코란도 투리스모는 아니다. 보통의 세단처럼 도어가 열린다. SUV 처럼 보이는 미니밴인데, 미니밴으로서는 드물게 사륜구동 시스템을 갖췄으니, SUV를 품은 미니밴이라 할만 하다.
차도 크고, 스티어링 휠도 크다. 스티어링휠은 3.6 회전한다. 3회전 넘는 차는 오랜만이다. 유격도 제법 느껴진다. 화물차 느낌이다. 미니밴에서 짜릿한 조향비를 기대한다면 안될 일이지만 그래도 너무 느슨한 건 아닐까. 스티어링휠을 돌려보며 든 생각이다.
움직임은 기대 이상이다. 특히 첫발 떼는 게 부담이 없다. 공차중량 2,280kg(9인승 4WD 기준)으로 만만치 않은 무게에 최고출력 178마력, 최대토크 40.8kgm다. 최대토크 발생 시점이 낮다. 1,400~2,800rpm 구간에서 발휘된다. 일상적으로 차가 움직이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최대토크가 나온다고 보면 되겠다. 효율적인 엔진이다. 이 엔진을 조율하는 건 벤츠에서 공급받는 7단 e트로닉변속기.
시속 100km 전후까지도 비교적 가벼운 걸음을 이어간다. 100km/h에서 rpm은 1,600부근에 머문다. 실내는 그리 조용한 편은 아니다. 80~100km/h 구간에서도 바람소리가 제법 들린다. 무리 없이 빠른 속도로 진입한다. 고속주행이 불안하지는 않다. 물론 미니밴으로 고속주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9명 혹은 11명이 타는 미니밴을 타고 고속주행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11인승의 경우 시속 110km로 속도제한을 거는 이유다.
4WD는 기능적이다. 미니밴에서 사륜구동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코란도 투리스모를 택한다면 아마도 이 사륜구동 때문일 것이다. 빗길, 눈길, 비포장길을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평소에는 두 바퀴만으로 움직일 수도 있는 파트타임 4WD 시스템이다.
시승중 잠깐 산속 오프로드에 올라 봤는데, 거침이 없다. 다만 급경사, 거친 장애물을 지날 때 휠베이스가 길어 부담스러울 때가 있을 수 있다. 흔히 배가 닿아버리는 상황을 만날 수 있는 것. 이 부분만 조심한다면 오프로드에서도 활동에 제약을 받지는 않겠다.
가속페달에 킥다운 버튼은 없다. 밋밋하게 끝까지 밝힌다. 운전하는 재미와는 조금 거리를 두어야 하는 미니밴다운 세팅이다. 그렇다고 빨리 달리기를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니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꾸준히 가속을 이어 가서 제법 빠른 속도까지 무리 없이 소화해낸다.
브레이크는 독특했다. 처음 반응은 조금 무딘 듯한데, 뒤로 갈수록 깔끔하게 마무리하며 제동을 했다. 결국, 운전자가 의도한 범위 안에서 작동을 마친다. 상당히 인상적인 반응이었다.
타이어는 235/55R 18 사이즈다. 앞에 더블 위시본, 뒤에 멀티링크 타입의 서스펜션과 호흡을 맞추면서 차체를 지탱한다.
미니밴인 만큼 주행성능보다는 실내 구성, 편의성이 조금 더, 아니 아주 많이 중요하다. 인테리어의 중심은 센테페시아다. 계기판이 센터페시아 상단에 자리 잡았다. 이름하여 센터 클러스터다. 인체공학적이라고는 하지만 글쎄 다. 사용하기 어색하고 불편한 감이 없지 않다. 스티어링 휠 안쪽으로는 아주 작은 모니터가 속도를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대부분의 주행정보는 센터페시아 상단 계기판을 통해 파악해야 한다.
운전자가 편하게 볼 수 있는 위치는 아니다. 운전자 마음대로 과속하면 잔소리를 각오해야 한다. 탑승객 모두가 쉽게 주행 정보를 볼 수 있어서다.
내비게이션 모니터를 통해 구현되는 멀티미디어 시스템은 스마트폰과 연동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폰은 스마트 미러링을 통해, 아이폰은 애플 카플레이를 통해 연동된다.
같은 공간인데 시트 배열에 따라 9인승과 11인승으로 구분한다. 2+3+2+2=9인승이고, 2+3+3+3=11인승이다. 11인승의 실내 공간이 무척 좁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슬라이딩 도어가 아니어서 4열 승하차는 쉽지 않은 구조다.
라디오 자동 주파수 변경 기능은 재미있다. 멀리 갈 때 라디오 주파수 변경에 신경 쓰지 않아도 듣던 방송을 이어서 들려준다. 라디오 녹음도 할 수 있다. 라디오를 녹음하는 것, 요즘 세대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일이지만, 나이 든 세대에게는 매우 추억 돋는 행동이다. 실제로 이 기능을 사용할지는 논외로 하고, 어쨌든 이 차에서 만날 수 있는 차별화된 기능임은 분명하다.
코란도 투리스모의 판매가격은 9인승이 3,076만 원부터 3,524만 원까지다. 11인승은 2,838만 원부터 3,524만 원까지다. 경쟁차로 꼽을 수 있는 기아차 카니발보다는 확실히 가격이 싸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3, 4열 시트 구성이 전체적으로 허술하다. 시트가 그랬다. 3열 중앙 시트는 흔들리는 갈대다. 삐걱삐걱 흔들거린다. 4열로 통하는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3열 중앙 시트를 제대로 고정하지 못한 탓이다. 접어놓은 4열 시트를 펴기도 쉽지 않았다. 3, 4열 시트 구성은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게 낫겠다. 슬라이딩 도어를 적용하면 실내 구성도 좀 더 탄탄해질 수 있지 않을까. 보다 근본적인 부분부터 손을 봐야 하는 문제일 수 있다는 의미다.
오종훈 yes@autodiary.kr